안녕은 작은 목소리로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신혜정 옮김 / 북노마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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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수첩 전편집장 카우북스 대표인 마쓰우라 야타로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에피소드, 인상을 담은 에세이다. 우리나에도 번역본이 몇 권 나와있고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한다는 인물이라고 한다.

이 작가의 에세이는 처음이고, 나이도 꽤 있는지라 뭔가 잔소리 같은 이야기면 어떡하지 걱정도 했는데, 예상과 달리 좋은 문장도 이야기도 많았다. 새하얀 표지처럼 순수하고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초원의 집을 읽는 부인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책은 잘 사주셨는데, 아프시고 일을 못하셔도 버린 책이라도 가져온곤 하셨다. ABE 전집이 다는 아니지만 일부가 있었는데 거기에 초원의 집 시리즈가 있었다. 부인이 얘기하는 아버지가 집에 무사히 돌아와 기뻐하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어렸을 때 읽은 기억이 살아나면서 반가웠다. 드라마도 있었고, 그땐 그들이 참 부러웠다. 난 못 가져본 화목한 가족이기 때문에.

좋은 문장도 많았다. 한 번에 휙 지나가는 글이 아니라 곱씹어 볼수 있어 좋았다.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본다’라는 말을 아주 좋아해서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렇게 한다. 무심코 타인이나 주변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에게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무엇이든 손은 잘 알고 있다. P.37

그래서 생각났는데, 나는 옛날부터 ‘실패 노트’라는 것을 써서 어느새 열 몇 권을 모았다. 성공하거나 완수한 것은 그다지 흥미가 없고 실패하거나 반성한 것을 그저 닥치는 대로 글로 옮긴다. 실패를 어물쩍 넘어가지 않고 잊으려 하지도 않고 기록하는 것이 재미있다. P.46

놀고싶다고 하면 언제라도 놀아준다. 소망이 이루어지면 아이는 “이제 됐어”라고 스스로 말하는 법이다. 언제나 부모가 지켜보고 귀를 기울여주고 소망을 들어준다고 믿으면 아이는 안심해서 그만큼 부모의 손길이 들어가는 일을 덜 하게 된다. P.136

읽으며 가장 와 닿았던 문장. 반성했다. 난 얼마나 많은 핑계를 댔는지. 아이에게 내 핑계를 얘기하지 말아야지. 매번 그러지 못해도 무조건 놀아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지. 생각했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안녕하세요” 인사는 자신 있지만 “안녕히 가세요”가 도무지 서툴러 늘곤란해진다. 상대에 대한 마음이 클수록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럴 때면 반드시 T 선생님과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라고 중얼거린다.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 P.178

표제작이기도 한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하고 외우고 싶을만큼 좋았다. 찡하면서도 아름다운 수필이었다. 어렸을 때 이런 기억을 갖는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지를. 나이 먹으면서 느끼기에.

유머도 있고 순수함과 감동,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따뜻한 책이었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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