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주사위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4
마크 앨퍼트 지음, 이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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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

그를 신으로 부르는 자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을 했기 때문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적절한 증거로 이론을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인슈타인은 신비롭고 경이로운 존재인것이 당연하다.

동시에 끊임없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사람에 대한 온갖 사실들은 다큐, 영화. 소설 등 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이 소설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비밀을 밝히거나, 혹은 지키려 하는 다빈치 코드 류의 소설들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소설이 어려워서 도저히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학'을 그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일생이야 끊임없이 소재로 삼아졌지만 아인슈타인 개인이 아닌 그이 이론이 소재가 되어 공상과학 소설도 아니고, 스릴러로 옮겨졌다는 것이 흥미롭다.

 

인류가 만들었지만 인류가 빠져버릴 수 있는 위험을 가진 이론, 과학계의 성배와도 같은 이론의 비밀은 복잡해보이지만 차근차근한 설명과 함께 스타일리쉬한 액션영화를 보는 듯한 쾌감을 안겨준다.

 

급박하게 이루어지는 전개는 그야말로 글씨를 빨리 읽어내려가는 것 이외의 행동을 못하게 막아버리고,

책을 다 읽자 머리 속에 소용돌이가 한 차례 지나간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영화를 보러 가기엔 귀찮고,

차분히, 조용히 앉아 3시간이 10분 처럼 가버리는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받고 싶은 언제라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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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헤르타 뮐러 지음, 윤시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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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렉스의 이름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고 가해자를 사랑하게까지 되는 컴플렉스가 있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는 제목 또한 이러한 컴플렉스와 관련있다.

독재에 눌리다 못해 적응되고, 어느 새 내면화시켜버리는 사람들.

그래서 여우는 이미 자신을 죽이는 사냥꾼과 동일시 되어버린 것이다.

이들은 어느새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독재를 옹호하고, 자유를 혐오해 버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군부독재시절을 그리워 하는,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다.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대통령이 그에게 카네이션 꽃다발을 바친다. 노동자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그들의 입술은 양손의 박자에 맞춰 열렸다 닫혔다 한다. 파벨은 자신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모든 공장엔 검은색 자동차가 있어. 그리고 클라라가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당신은 공장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잖아요. 그는 팔을 뒤로 뻗어 텔레비전을 끈다.

 

 

어떤 현실적인 스릴러 못지 않은 비밀경찰의 소행도 눈에 띈다.

하루하루, 바닥에 깔린 여우 장판의 다리가 하나씩 사라진다.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표시. 그러나 다른 흔적은 없다.

이러한 상황들에서 미쳐버리지 않고 살아갈 방법이 있을까.

 

소설은 이러한 상황의 묘사를 위해 위태하고 단편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헤르타뮐러 작가의 말처럼, 끔찍하게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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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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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프로필에 있는 사진이 너무 넣고 싶었는데 올라와있는 것을 찾지 못했어요.ㅠ

참.. 동안이세요!! (와중에 시계가 이쁘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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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 <오빠가 돌아왔다> 이후 오랜만의 단편집! 세련되었다는 말도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이쁜 표지로 그가 돌아왔습니다. 각종 계간지에 들어갔던 소설도 있고, 미발표신작도 잔뜩 넣어서.

 

일상과 비일상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줄타기하는 느낌은 그대로, 그러나 복잡하지 않게, 더욱 시원하게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매일매일 같은 일상의 어느 특별한 하루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별 일 아닐 것 같기도 한 그런 날들이 소설 속에는 있었지요. 특별히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트위터’라거나 ‘드립커피’같은 ‘요즘’시대의 구체적인 말들이 익숙하니 자연스럽게 와 닿았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일상 속의 사소하고 특별한 비일상’을 만드는 것은 ‘사람에 대한 연민’이라고 느꼈어요.

 

현대에서 이런저런 일들로 사람에 대한 정이 뚝 떨어질 무렵, 어느 순간 불쑥 고개 내밀고 나타나는 동정, 연민들.

각박하다고 여겨지는 현대, 도시라는 시공간과 꾸물꾸물 없었던 듯 나오는 연민들이 드러내는 아이러니.

때문에 어떤 일상적으로 비일상적인 사건들이 만들어지고, 그것들이 왔다가, 가지만 밖에서 보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듯 지나가는 거지요.

 

그야말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채로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겁니다.

써놓고 보니 무슨 소린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여기서부턴 조금의 스포가 있으니 안 읽으신 분들은 읽지마셔요!!

 

<로봇>에서 수경은 사장으로 인해 심하게 세상에 정이 떨어진 상태지요. 하지만 그 남자, 일말의 희망을 수경에게 이야기합니다. ‘라고 치고 게임’은 어쩌면 ‘그래봤자 인간’이라는 말을 밑에 깔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스크림>에서 부부는 기름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에 실망했어요. 아이스크림 회사의 직원을 잔뜩 골려주려고 했지요. 하지만 열심히도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는 직원을 보며 끝끝내 불쌍함과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텔레비전을 보지요.

 

<마코토>는 어떤 말로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짝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심하게 공감한다는 말들을 봤어요. 배신감에 그저 지나갔던 사랑이려니 했지만 지금 이렇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할 수도 있네요.

 

저는 장편소설도 좋지만 단편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짧게짧게 이미지화되는 이야기들이, 어떨 땐 꿈의 단상 같기도 하고, 친구랑 수다떨다가 '걔가 이런 일이 있었대'하고 이야기듣는 것 같기도 하고, 짧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게 내게 박히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오랜만에 본 김영하 선생님의 단편은 제겐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긴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보는 짧은 영화, 긴긴밤을 보내기 위해 모여 앉아 돌아가며 하는 이야기, 자기 전 까무룩한 정신으로 듣는 이야기 같은 느낌이요.

 

짧은 여름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눈여겨보면, 어느 날 비일상의 경계까지 갔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와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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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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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나의 크리스토프들, 함께해주어 고마웠네. 슬퍼하지 말게. 모든 것엔 끝이 찾아오지. 젊음도 고통도 열정도 공허도 전쟁도 폭력도. 꽃이 피면 지지 않나. 나도 발생했으니 소멸하는 것이네. 하늘을 올려다보게. 거기엔 별이 있어. 별은 우리가 바라볼 때도 잊고 있을 때도 죽은 뒤에도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걸세. 한 사람 한 사람 이 세상의 단 하나의 별빛들이 되게.

 

7~80년대 사회의 격동기를 살아온 어른들이 저는 항상 궁금했어요.

 

시집을 자연스럽게 끼고 다니고, 마르크스와 헤겔에 대해 자연스럽게 토론하며,

분을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가 소리치는 20대 30대의 젊은이들의 생각과 분위기요.

 

부모님께 물어봤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고, 영화, 다큐멘터리, 소설 등으로 본 그 때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낭만과 젊음'이었어요. 지금같으면 오바한다고, 부담스럽다고, 다들 별로 좋아하지 않을 '멋진 말'들도 툭툭 내뱉고, 시를 외우고, 유명 학자의 말을 인용하고.

 













오래된 정원

감독 임상수

출연 염정아,지진희

개봉 2007.01.04 한국, 112분

















화려한 휴가

감독 김지훈

출연 김상경,안성기,이요원,이준기

개봉 2007.07.25 한국, 125분














<70~80년대가 배경이 된 영화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왠지 그 시대의 공기는 최루탄 가스로 흐리고 낮게 깔린 약간의 슬픔과 그럼에도 톡톡튀려는 젊음들이 같이 혼재하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어쩐지 그 시대의 대학생활은 저에겐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일면을 다시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보게 되었어요.

 

-아프지 않아?

-아파.

-거리로 나오려면 무장을 단단히 했어야지. 신발끈 조이고 마스크 쓰고.

-시위하려던 게 아니야.

그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말이 제 값어치를 잃어버린 시대, 그리하여 온갖 부황하고 폭력적인 말들이 지배하는 시대에 나는 더이상 말에 대한 말을 하는 것에 의욕을 상실했습니다. 말에 대한 이 절망이 인생에서 나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교단에서 물러나지만 최선을 다해 살 것이며 건강을 돌볼 것이며 무엇보다 그동안 중단한 시를 쓸 것입니다.

 

 

살아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있으라.

 

젊음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때에

7~80년대를 생각하면 지금의, 내가 겪은 대학생활은 겉멋들고, 가볍기 그지 없습니다.

치열하게 살았나. 생각하면 (그것은 물론 개인의 기준이겠지만) 그렁저렁 그저 즐거웁게 살았던 것 같고,

최선을 다해 살았나. 생각하면 그것도 아닌 듯 합니다.

 

크리스토프가 내가 이고 있는 세상의 무게이자 내가 서 있는 세상의 무게라고 할 때.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고 무거움을 느끼며 세상을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손으로 쓰는 편지와 새벽에 울리는 (유선!)전화벨.

상실을 통해 성장하는 청춘들의 모습에, 그들의 경험들이 부러웠습니다.

 

 


그해 여름

감독 조근식

출연 이병헌,수애

개봉 2006.11.30 한국, 121분







<70~80년대가 배경이 된 영화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왠지 그 시대의 공기는 최루탄 가스로 흐리고 낮게 깔린 약간의 슬픔과 그럼에도 톡톡튀려는 젊음들이 같이 혼재하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어쩐지 그 시대의 대학생활은 저에겐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일면을 다시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보게 되었어요.

 

-아프지 않아?

-아파.

-거리로 나오려면 무장을 단단히 했어야지. 신발끈 조이고 마스크 쓰고.

-시위하려던 게 아니야.

그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말이 제 값어치를 잃어버린 시대, 그리하여 온갖 부황하고 폭력적인 말들이 지배하는 시대에 나는 더이상 말에 대한 말을 하는 것에 의욕을 상실했습니다. 말에 대한 이 절망이 인생에서 나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교단에서 물러나지만 최선을 다해 살 것이며 건강을 돌볼 것이며 무엇보다 그동안 중단한 시를 쓸 것입니다.

 

 

살아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있으라.

 

젊음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때에

7~80년대를 생각하면 지금의, 내가 겪은 대학생활은 겉멋들고, 가볍기 그지 없습니다.

치열하게 살았나. 생각하면 (그것은 물론 개인의 기준이겠지만) 그렁저렁 그저 즐거웁게 살았던 것 같고,

최선을 다해 살았나. 생각하면 그것도 아닌 듯 합니다.

 

크리스토프가 내가 이고 있는 세상의 무게이자 내가 서 있는 세상의 무게라고 할 때.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고 무거움을 느끼며 세상을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손으로 쓰는 편지와 새벽에 울리는 (유선!)전화벨.

상실을 통해 성장하는 청춘들의 모습에, 그들의 경험들이 부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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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스 웨이 - 넬슨 만델라의 삶, 사랑, 용기에 대한 15개의 길
리처드 스텐절 지음, 박영록 옮김, 넬슨 만델라 서문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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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내가 사람들에게서 지나치게 장점을 많이 찾아낸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건 내가 견뎌야 하는 비판이죠.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노력해왔습니다. 실제로 그렇든 아니든 간에 말이죠. 다른 사람이 진실하고 신뢰감이 가는 인물이라고 가정하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함께 일하는 그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진실함과 신뢰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난 그렇게 믿어요."

누구나 교과서에서 넬슨 만델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아파르트헤이트의 폐기, 남아공의 민주주의 정착에 대해 그가 애쓴 업적은
결코 가볍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받아왔다.
하늘이 내린 사람. 이런 사람들은 처음부터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말할 수 없이 선하고, 선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선하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넬슨 만델라야 말로 하나의 가치를 세우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사람임을 알았다. 처음부터 '성인'인 사람은 없는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자신감과 자부심을 겸비한 전술. 선하기만 한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는 정치자의 길에서 전술을 배우면서도 그는 처음 지향했던 목표 하나만은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부당한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권위에 도전할 것.

인생 대부분을 인종차별받으며 살았지만 그는 모든 사람들을 덕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도 선한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을 대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관계를 시작한다. 그가 하나의 목표를 일구어내기 위해 기울인 그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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