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프로필에 있는 사진이 너무 넣고 싶었는데 올라와있는 것을 찾지 못했어요.ㅠ

참.. 동안이세요!! (와중에 시계가 이쁘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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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 <오빠가 돌아왔다> 이후 오랜만의 단편집! 세련되었다는 말도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이쁜 표지로 그가 돌아왔습니다. 각종 계간지에 들어갔던 소설도 있고, 미발표신작도 잔뜩 넣어서.

 

일상과 비일상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줄타기하는 느낌은 그대로, 그러나 복잡하지 않게, 더욱 시원하게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매일매일 같은 일상의 어느 특별한 하루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별 일 아닐 것 같기도 한 그런 날들이 소설 속에는 있었지요. 특별히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트위터’라거나 ‘드립커피’같은 ‘요즘’시대의 구체적인 말들이 익숙하니 자연스럽게 와 닿았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일상 속의 사소하고 특별한 비일상’을 만드는 것은 ‘사람에 대한 연민’이라고 느꼈어요.

 

현대에서 이런저런 일들로 사람에 대한 정이 뚝 떨어질 무렵, 어느 순간 불쑥 고개 내밀고 나타나는 동정, 연민들.

각박하다고 여겨지는 현대, 도시라는 시공간과 꾸물꾸물 없었던 듯 나오는 연민들이 드러내는 아이러니.

때문에 어떤 일상적으로 비일상적인 사건들이 만들어지고, 그것들이 왔다가, 가지만 밖에서 보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듯 지나가는 거지요.

 

그야말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채로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겁니다.

써놓고 보니 무슨 소린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여기서부턴 조금의 스포가 있으니 안 읽으신 분들은 읽지마셔요!!

 

<로봇>에서 수경은 사장으로 인해 심하게 세상에 정이 떨어진 상태지요. 하지만 그 남자, 일말의 희망을 수경에게 이야기합니다. ‘라고 치고 게임’은 어쩌면 ‘그래봤자 인간’이라는 말을 밑에 깔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스크림>에서 부부는 기름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에 실망했어요. 아이스크림 회사의 직원을 잔뜩 골려주려고 했지요. 하지만 열심히도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는 직원을 보며 끝끝내 불쌍함과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텔레비전을 보지요.

 

<마코토>는 어떤 말로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짝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심하게 공감한다는 말들을 봤어요. 배신감에 그저 지나갔던 사랑이려니 했지만 지금 이렇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할 수도 있네요.

 

저는 장편소설도 좋지만 단편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짧게짧게 이미지화되는 이야기들이, 어떨 땐 꿈의 단상 같기도 하고, 친구랑 수다떨다가 '걔가 이런 일이 있었대'하고 이야기듣는 것 같기도 하고, 짧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게 내게 박히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오랜만에 본 김영하 선생님의 단편은 제겐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긴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보는 짧은 영화, 긴긴밤을 보내기 위해 모여 앉아 돌아가며 하는 이야기, 자기 전 까무룩한 정신으로 듣는 이야기 같은 느낌이요.

 

짧은 여름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눈여겨보면, 어느 날 비일상의 경계까지 갔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와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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