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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 한 장 ㅣ 우주나무 그림책 19
정하섭 지음, 정인성.천복주 그림 / 우주나무 / 2023년 6월
평점 :

이 노란 보자기 한 장이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까해서 궁금증이 컸다.
책이 도착한 즉시 마당에 서서 살펴봤다.
근데 울뻔했다.
왜그랬을까...
왜 울고싶었을까?
노란 면지를 지나 작은 물레를 지나 평생 옷감만 짠 할아버지가 나온다.
그 할아버지는 안짜본 옷감이 거의 없다.
솜씨가 좋아 사람들에게 칭찬도 많이 받았다.
살 날이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한 할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자신이 남에게 충분히 베풀지 못한 것이 맘에 걸려 마지막으로 보자기 한 장 만들리고 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색깔이며 무늬가 달라보이는 신비한 보자기.
할아버직의 온 정성과 한없는 사랑, 간절한 바람이 들어간 보자기는
살아있는 듯 바람에 날려가기 시작했다.
보자기는 할머니 혼자 사는 시골집으로 날아들었다.
보자기를 본 할머니는 보자기에 찹쌀, 참기름, 콩, 된장, 고추장, 고추가루, 감을 싸서
도시에 사는 딸네 집에 간다.
딸은 할머니가 가져온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어
그 보자기에 도시락을 싸서 남편이 일하는 곳으로 가져간다.
감사하고 다정한 밥을 먹고 난 남편은 보자기를 깨끗이 빨아 빨랫줄에 넣어놓았는데
바람에 날아 놀이터 구석에 혼자 앉아있는 남자 아이 발 아래 슬쩍 내려앉는다.
보자기를 망또처럼 등 뒤로 걸치자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남자 아이는 친구들과 부쩍 가까워진다.
들떠서 즐거운 남자아이는 보자기가 스르르 풀어져 날아가는 걸 모른다.
그 보자기는 얼마전 엄마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여자아이 머리위로 스르르 내려 앉는다.
보자기로 머리를 뒤로 묶은 여자아이는 보자기에서 엄마의 손길이 느껴졌다.
엄마가 등 뒤에 있는 것 같아 든든하고 기분 좋았던 노란보자기는 여자아이가 잠든 사이
빨래건조대에서 다시 바람을 타고 날아가버린다.
어두운 밤 일터를 잃어 집에 가지 못하고 거리를 떠돌던,
어깨가 축 쳐진 아저씨에게 날아간 노란 보자기.
그 보자기를 몇 겹 접어 목에 두르자 아저씨의 목은 금방 따뜻해졌고
다시 기운을 내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따뜻한 기운으로 다시 일하게 된 아저씨,
보자기는 다시 날아 멀리멀리 도시의 어느 역 앞 지하도로 들어갔다.
이번엔 누구에게로 갔을까!
지하철 구석 어디엔가 죽은듯 쓰러져 있는 한 남자.
보자기는 그 남자를 이불처럼 덮어주었는데...
오래만에 단꿈을 꾸며 남자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게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동안 보자기를 만든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보자기는 또 어디론가 또다른 누군가를 찾아가는 걸로... 끝난다.
이 책이 서평단에 올라왔을 때
요즘 보자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있다.
바로 나다.
돌아가신 엄마 옷을 보관할 때,
잘 안 입지만 귀하게 생각하는 옷들 상하지 않게 보자기로 싸둔다.
그 외엔 보자기를 사용하지 않지만
어릴 때 보자기에 대한 추억들이 참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불과 2-3년 전,
보자기에 싸서 그림책이 도착했던 기억을 오래도록 잊지 못한다.
뉴북나우 이달 작가님이 이리 직접 보내주신 책꾸러미.
누구는 책에 신경 쓰느라 보자기를 무심코 벗겨버렸겠지만
난 지금도 이 보자기를 고이고이 잘 보관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책을 써서 보내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보자기 한 장으로 상처 난 마음을 보듬고
보자기 한 장으로 깊은 사랑을 전하고
보자기 한 장에 소중한 것을 고이고이 싸고
보자기 한 장으로 무너진 삶을 일으켜 세워요.
간절한 바람이 깃든 보자기의 마법입니다.
‘보자기 한 장‘ 중에서.
나도 보자기를 준비해야겠다.
누군가에겐 마음을,
누군가에겐 사랑을,
누군가에겐 소중한 것을,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보자기를. ^^
이 책은 나처럼 나이들어가며 뭔가를 기억하고 싶은데
바빠서 기억 못하는 사람에게 쉬어가고
마음을 열으라고
마음을 전하라고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더운 여름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
나이들어가는 분들에게 더더 마음을 안아주는 그런 책.
이 책 가격이 아깝지 않은 책.
모처럼 마당에서 책을 가슴에 안고 서있고싶어지는 책.
힘들고 지친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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