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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자리 ㅣ 그림책이 참 좋아 92
김유진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8월
평점 :

거북이 자리라는 제목을 보면서 별자리에 거북이 자리가 있었나?
없는 걸로 아는데....하며 별자리를 다시 들여다 봤다.
없다.
근데 거북이 자리가 어딘가에는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찾지 못하고 정의내리지 못했을 뿐.
이 책은 그림이 예쁘다.
그래서 그랬는지 이 책을 받자마자 마당에 서서 바로 한 번에 휘리릭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가슴에 포근하게 안고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그 해 어느 날 늦가을처럼.
이 책은
주인공이 느리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지만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수족관 거북이에게 종이거북이 친구를 만들어주며
자신만의 공간속에서 자존감을 회복해가는 이야기이다.
발이 느린 서우 때문에 서우네 반은 꼴찌를 하고
친구들의 원망을 들은 서우는 눈치를 보며 걷다가 새로 생긴 수족관 앞에서 거북이에게 시선을 주게 된다.
한 쪽에서 햇빛을 쬐고 있는 거북이를 본 서우는 집에 와서도 내내 마음에 걸려 종이접기 거북이 친구를 만들어서 자신의 공간에 바다를 만들어 준다.
그 서랍 속의 바다는 서우의 또다른 세계.
이 세계 안에서 서우는 자존감을 회복하게 되고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17년 전,
이 책 속의 '북이(서우)' 같은 제자가 나에게도 있었다.
뭐든 느려서 한 때 ADHD가 아닌가 살짝 의심을 한 적도 있었다.
친구들에게 은따를 당하고 늘 혼자 다니며 뭔가를 생각하며 걷는 듯한 훈이.
그런 애가 나에게 오면서 그 애가 왜 그렇게 느린지를 알게 되었다.
느린 이유는 훈이의 프라이버시로 생략.
제자 훈이를 통해 아득하게 어렸을 때의 나의 느림을 기억해냈다.
무슨 논리인지 뭐든 제시간에 딱 맞게 가던가 아님 조금 늦게 가는 게 당연했던 나.
그런 나를 느리다고 놀렸던 친구들도 기억났고
태평하다못해 속터진다고 말한 엄마의 잔소리도 기억났다.
내가 느리다고 바보는 아닌데,,, 왜들 저러지?
빠르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닌데.. 왜들 저럴까?
난 느렸지만 빠른 애들보다 잘하는 게 있었다.
이 책 속의 서우는 자신의 장점을 거북이 덕분에 알게 되었지만
난 일찌감치 알았기에 제자 훈이에게도 자신의 장점을 빨리 찾게 해주었다.
훈이 - 선생님 가을 체육대회 때 정말 1등 해보고 싶어요.
나 - 아니 꼭 달리기에서 1등을 해야 되겠니?
훈이 - 내가 못하는 거니까요.
나 -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해.
훈이 - 네? 방법이 있다구요?
나 - 음.... 확률적으로 희박하지만 가능성은 있어.
훈이 - 알려주세요 네?
나 - 잘 뛰는 애들과 절대 붙어서 뛰지말고 조금 거리를 두고 뛰어.
그러다가 그 애들이 부딪혀서 넘어졌을 때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거든.
그때 거리를 두고 뛴 너에게 기회가 온거야.
그애들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미친듯이 달려.
그러면 1등 할 수가 있어.
다만 애들이 넘어져야지 그 기적이 가능해.
훈이- (어이없는 표정으로)네에?
운동회가 끝나고 싱글벙글 웃으며 온 훈이는 내게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었다.
훈이 - 선생님 정말 선생님 말대로 애들이 넘어졌어요.
나 - 어머 정말?
훈이 - 3,4등 하던 애들이 정말 도미노처럼 넘어져서 제가 1등하게 됐어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그 기적 덕분에
애들이 엉터리 1등이라고 놀려도 달리기 1등을 한 훈이는 차차 자존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훈이의 가능성이 있는 그림 소질을 극대화 시켜 느리다고 놀리던 친구들도 차차 친해지기 시작했으며
은띠 훈이는 졸업할 때까지 즐겁고 무난한 학교생활을 잘 마치게 되었다.
어쩜 훈이는 나에게 오던 그 시간이 그애에게 있어 하나의 바다가 아니었을까?
그럼 나의 바다는? ㅎㅎ
이 <거북이 자리>는 가능성이 많은,
그러나 아직 자신의 장점을 찾지 못해 풀이 죽은 아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구분 못하고
그저 일만 하며 우울해하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가능성은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든 자신을 잘 들여다보면 찾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