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문
폴 알테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시공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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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네 번째 문>의 리뷰를 올립니다. 프랑스의 딕슨 카라 불리는 폴 알테르의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더욱이 밀실물은 저의 마음을 늘 설레게 하지요.

먼저, 빅터 단리라는 이의 부인이 자택에서 수수께끼의 밀실 살인을 당합니다. 그 다음부터 그 집에서는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고, 얼마 후 영매사 부부가 그 집에 이사를 오게 되며 영매사 부부는 그 부인의 영혼을 부르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얼마 후 영매사 부부가 다시 그 부인의 영혼을 부르며 그 날의 밀실 살인을 재현하게 되고, 그 와중에 한 사람이 정말로 살해되고 맙니다. 방의 문은 굳게 잠그고 밀랍으로 봉인까지 했는데 말이죠. 그리고 드루 반장이 수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 본 후의 느낌을 말하면, 추리소설을 보고 놀라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군요, 솔직히 스포일러가 되어도 좋으니 결말을 논하고 싶은 마음에 입, 아니 손가락이 근질거리기는 처음입니다. 폴 알테르의 구성력은 정말 놀랍군요, 전형적인 밀실 미스터리라도 단지 구성 하나만으로 이렇게 놀라운 결말을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으니까요.
특히 명탐정 트위스트 박사가 이 사건의 수기를 읽고 그 자리에서 진상을 알아차리는 대목은 알테르가 딕슨 카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말해줍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존 카터 또한 존 딕슨 카에서 따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알테르의 다른 작품도, 트위스트 박사의 활약도 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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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노블우드 클럽 5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존 딕슨 카의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1936)이 이제 나왔군요, 정말 기대하던 작품입니다. 엘러리 퀸이 딕슨 카의 대표작으로 뽑았다고 하죠. 이 작품에서 탐정으로 등장하는 이는 유명한 역사학자이자 범죄학자이고, 경찰의 자문 역할도 하는 기디온 펠 박사입니다. 펠 박사는 사건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진상을 알아내는, 이른바 안락의자 탐정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펠 박사는 해문 팬더추리걸작 시리즈에도 나왔던 <장님 이발사의 비밀>(1934)에서도 안락의자 탐정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그 작품보다도 더욱 발전된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 보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네 사람이 왕 앞에서 이상한 일을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가 겪은 이상한 일을 말하는 에피소드가 있죠, 즉 이야기 속의 이야기, 이른바 액자형 구성이지요, 이 작품 또한 그 이야기처럼 시작합니다. 펠 박사의 서재에 세 사람이 찾아오고 이들이 돌아가면서 불가사의한 살인사건 이야기를 하게 되죠.

1부. 아일랜드인 캐러더스 형사의 이야기

1부에서는 캐러더스 형사가 해설자의 역할을 합니다.호스킨스 경관이 런던의 유명한 중동 전문 박물관인 웨이드 박물관-사업가 제프리 웨이드가 세운- 앞을 지나가다가 흰 수염(가짜 수염)을 단 남자를 보게 되고, 그 남자는 갑자기 경관을 공격합니다. 경관은 그 사나이를 제압했지만 곧 그 사나이는 안개처럼 사라지고, 이상하게 여긴 캐러더스 형사는 박물관에 들어갔다가 전시품인 마차 안에서 아라비아식 칼에 찔려 죽은 남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박물관 관리인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잡아떼고, 더욱이 벽에는 석탄을 던진 자국이 있고, 피해자의 손에는 요리책이 들려 있습니다. 과연 무슨 연출일까요? 캐러더스 형사는 검시 중에 피해자의 신원을 알게 됩니다.

2부. 잉글랜드인 암스트롱 경의 이야기

2부는 암스트롱 경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암스트롱 경은 검찰 부국장 비슷한 지위에 있는 인물인데, 이 박물관 살인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게 되지요, 이 사건 관련자들이 나오고 그 날 그 박물관에서는 일종의 몰래카메라 비슷한 장난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암스트롱 경 자신은 별다른 활약을 하지 않으나 사건 관련자들이 모두 그에게 이야기를 하는, 아라비안 나이트 특유의 액자식 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솔직히 아라비안 나이트는 이야기 속 이야기 속 이야기 등 액자식 구조가 너무 많아 복잡할 정도지만). 그리고 이 사건의 11가지 논점과 11명의 용의자가 나오게 됩니다.

3부. 스코틀랜드인 해들리의 이야기

3부의 해설자 해들리 총경은 펠 박사의 다른 시리즈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여러 가지 증거를 종합하여 모든 사건의 정황으로 미루어 범인을 지목합니다. 하지만 막상 그를 기소하려 하자 그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인물이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등장합니다. 해들리 총경이 뭔가 잘못 짚은 걸까요?

에필로그에서, 결국 이들은 펠 박사에게 조언을 구하게 됩니다. 물론 펠 박사는 이 모든 이야기를 종합하여 사건의 진상을 밝혀 내지요.


줄거리 소개가 약간 길어졌군요, 이 작품에 대한 소감은..., 우선 딕슨 카의 상상력, 구성력에 감탄했다는 말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아라비안 나이트를 그렇게 절묘하게 이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고요, 그리고 모든 배경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도 좋았습니다.
단지 살인 사건은 단 한 번인데 그 하나를 놓고 많은 사람이 입으로만 떠들어대고 있고 별다른 사건이 더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현대 추리 독자들에게는 약간의 지루함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와 등장인물 관계가 복잡하여, 앞장에 <등장인물 소개>란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군요.
무엇보다도 아쉬운 점은, 펠 박사는 왜 범인에게 그런 처분(스포일러이므로 말하지 않겠습니다)을 내려야 했을지, 그런 결말은 오늘날 독자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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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 魔人, 판타스틱 클래식 01
김내성 지음 / 페이퍼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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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X년, 세계적인 무용가로서 '공작 부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주은몽은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저택에서 가장 파티를 열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유명한 조각가이자 큰 부자인 백영호와의 결혼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잔치가 한창 진행되던 중 주은몽이 도화역자(어릿광대)의 가면을 쓴 이에게 습격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파티에 참석한 이들 중 한 사람이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리고 결혼식 전부터 붉은 봉투의 협박장이 주은몽에게 옵니다. 몇 년 동안 주은몽을 사모했던 파계승 '해월'은 주은몽이 자신을 버리고 아버지뻘 되는 백영호와 결혼한다는 말에 격노하여 주은몽과 그 가족들을 죽일 것을 선언하는 내용이지요.

 그 후 예고대로 백영호가 자택에서 살해되고, 해월에 대하여 알아보던 이들도 차례로 살해되기 시작합니다. 주은몽은 공포에 휩싸이고 이 와중에 임세훈 경부(일제 당시의 경찰 계급)와, 명탐정 유불란(모리스 르블랑에서 따온 이름), 백영호의 고문변호사 오상억 등이 이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 나가는 동시에 주은몽을 보호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 뒤에는 30년이나 된 원한이 숨어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의 줄거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추리문학 매니아를 자청할 만큼 추리소설을 즐겨 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국내 추리문학의 빈약함에 늘 아쉬움을 안고 살다가, 8~9년쯤 전에 남산도서관에서 우연히 1986년 영한문화사 판의 <마인>을 보았는데, 단 한 번에 그 이야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중간중간 일어나는 각종 살인 사건, 탄탄한 이야기 구조, 비극적인(조금 신파적이라는 평도 있지만) 사랑, 그리고 서구의 추리 걸작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 반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제 암울한 시기에 그 정도의 작품을 써낸 이가 있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김내성 선생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 경성에는 사립탐정 제도가 없었다는 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가장 파티를 할 만한 대저택도 없었다는 점, 작품 자체가 일제 치하를 잘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구성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추리물에서 리얼리티는 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점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감히 말합니다. 그러한 단점들을 모두 덮고도 남을만한 걸작이고, 지금까지 한국 작가의 이름으로 나온 추리물 중에서 최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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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의 악마
존 딕슨 카 지음, 유소영 옮김, 장경현 감수 / 고려원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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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을 크게 세 종류로 나누면, 첫째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극으로서 실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극적인 재미를 곁들여 구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장금>이나 <허준>은 그들에 대한 사료가 극히 적고, 특히 ’장금’은 실제 사료에 몇 번 언급된 사실만으로 구성된 작품이므로 사실과 극의 비중은 작가의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요.

 두 번째는 박경리의 <토지>, 츄바이크의 <베르사유의 장미>와 같은 작품으로서 주인공 및 주요 등장인물은 가상 인물인데 극중에 실제 인물도 다수 등장하고 실제 역사적인 배경을 다루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있었음직한 일에 대한 극입니다.

 세 번째는 송지나의 <대망>, 얼마 전  KBS에서 했던 <쾌도 홍길동>처럼 배경만 막연한 옛날이고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벨벳의 악마>는 두 번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두 번째 유형을 가장 좋아하지요, 그리고 사극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라면 저는 개인적으로 재미와 고증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두 가지를 모두 제대로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우선 설정부터 대단합니다. 악마와 계약하여 17세기로 돌아가 자신이 닉 경이 되어 그의 몸을 지배해 역사를 바꾸려 하는 펜튼 교수, 하지만 분노로 이성을 잃으면 원래의 닉 경이 다시 몸을 찾게 된다는 설정이 정말 흥미진진하고요.
 질투에 사로잡힌 닉 경의 여인들과, 펜튼이 닉 경의 몸을 갖게 된 후 그의 태도 변화에 혼란해하면서도 그를 따르게 되는 하인들에 대한 묘사도 생생하고, 상당히 두꺼운 책이라 자칫 늘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하고 탄탄한 진행,  박진감 넘치는 검술 장면 등은 읽는 이에게 감탄만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시대 언어와 사람들 습관 등에까지 신경을 쓴 상세한 고증은 진정한 사극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왜 이제야 나왔을지 모를 정도입니다.

 옥의 티가 있다면, 펜튼 교수가 살았던 시대는 1925년, 돌아간 연도는 1675년, 즉 250년 전인데 표지에는 240년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막판에 펜튼 교수의 마음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이유가 조금 납득이 되지 않았고 메리 그렌빌과 메그 요크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솔직히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추리소설로서의 트릭(독살 방법)이나 반전은..., 요즘 시대에는 조금 식상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몇 년 전에만 나왔어도 크게 놀랐을 텐데, 그 점이 아쉽군요. 하지만, ’재미’만은 확실합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보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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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장조의 살인
몰리 토고브 지음, 이순영 옮김 / 살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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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이란..., 사견이지만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우선 고증이 정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그러면서도 재미있어야, 일반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지요, 세 번째는 새로운 사실, 마치 실제 있었던 일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실제 인물을 주요 등장인물로 내세울 경우 그러한 조건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조금이라도 잘못 그리면 금방 논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지요.

<A장조의 살인>은 그런 점에서 팩션의 조건을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클래식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어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클래식을 잘 모른다고 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비록 살인사건은 단 한 번만 일어나고, 그것도 이야기가 한참 진행된 후지만 지리하지 않더군요, 그런데 결말은 조금..., 논란을 빚을 요소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추리물로서의 논리와 트릭 등도 조금 빈약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에게 "과거에서 살 수 있다면 어느 시대, 어디로 가서 살고 싶은가?"라고 질문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19세기 초 독일의 한 지방 영주로 살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안정된 삶을 살면서 클래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바이에른의 루드비히 2세가 바그너의 빚까지 다 해결해 주면서 오페라를 후원한 사실은 유명합니다). 이 작품을 보니 그 친구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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