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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 魔人, 판타스틱 클래식 01
김내성 지음 / 페이퍼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193X년, 세계적인 무용가로서 '공작 부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주은몽은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저택에서 가장 파티를 열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유명한 조각가이자 큰 부자인 백영호와의 결혼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잔치가 한창 진행되던 중 주은몽이 도화역자(어릿광대)의 가면을 쓴 이에게 습격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파티에 참석한 이들 중 한 사람이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리고 결혼식 전부터 붉은 봉투의 협박장이 주은몽에게 옵니다. 몇 년 동안 주은몽을 사모했던 파계승 '해월'은 주은몽이 자신을 버리고 아버지뻘 되는 백영호와 결혼한다는 말에 격노하여 주은몽과 그 가족들을 죽일 것을 선언하는 내용이지요.
그 후 예고대로 백영호가 자택에서 살해되고, 해월에 대하여 알아보던 이들도 차례로 살해되기 시작합니다. 주은몽은 공포에 휩싸이고 이 와중에 임세훈 경부(일제 당시의 경찰 계급)와, 명탐정 유불란(모리스 르블랑에서 따온 이름), 백영호의 고문변호사 오상억 등이 이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 나가는 동시에 주은몽을 보호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 뒤에는 30년이나 된 원한이 숨어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의 줄거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추리문학 매니아를 자청할 만큼 추리소설을 즐겨 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국내 추리문학의 빈약함에 늘 아쉬움을 안고 살다가, 8~9년쯤 전에 남산도서관에서 우연히 1986년 영한문화사 판의 <마인>을 보았는데, 단 한 번에 그 이야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중간중간 일어나는 각종 살인 사건, 탄탄한 이야기 구조, 비극적인(조금 신파적이라는 평도 있지만) 사랑, 그리고 서구의 추리 걸작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 반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제 암울한 시기에 그 정도의 작품을 써낸 이가 있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김내성 선생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 경성에는 사립탐정 제도가 없었다는 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가장 파티를 할 만한 대저택도 없었다는 점, 작품 자체가 일제 치하를 잘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구성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추리물에서 리얼리티는 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점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감히 말합니다. 그러한 단점들을 모두 덮고도 남을만한 걸작이고, 지금까지 한국 작가의 이름으로 나온 추리물 중에서 최고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