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자살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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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도진기 작가의 <정신자살>을 읽었습니다. 들녘의 <Misty island>, 즉 안개가 낀 섬 시리즈의 첫 편이더군요. 작가 분이 현직 판사라 바쁘실 텐데도 꾸준히 책을 내 주시는군요.
 우선 편집자 중 반가운 이름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분들 중 나쁜 평을 한 분은 없었기에 아주 기대하고 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먼저, 1년 전 아내의 가출 이후 피폐한 삶을 살고 자살까지 생각하게 된 길영인이라는 이가 정신자살, 즉 몸 대신 마음을 죽여서 번뇌 없이 살게 해 준다는 광고를 보고 정신자살연구소에 가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수기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시술을 받고도 아내에 대한 기억이 없어지지 않은 데다 그의 주변에서 계속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기까지 합니다. 아내의 정부로 의심되던 남자의 아내, 그리고 그 남자까지 살해되지요.
 고진은 사건 뒤에 이탁오가 있음을 알게 되자, 4년 전 이탁오와의 악연을 기억하며 사건의 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나 사건을 파헤칠수록 이야기는 점점 복잡해지죠.

 최근 읽어본 추리소설 중 가장 괜찮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판사였던 고진이 뒷골목에서 활약하는 변호사가 된 사연도 볼 수 있었고,  범인의 정체가 오늘날 보기에는 약간 식상하였지만 그렇게 된(스포일러라 말씀드리긴 힘들군요) 이유에 대하여 이런 접근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하였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간의 트릭이 약간 억지스러웠고 과연 그렇게 쉽게 남을 속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결말이 충격적이라 하신 분들이 많지만 제가 보기에 이런 결말은 조금 '오버' 같더군요. 솔직히 에도가와 란포의 어느 작품(스포일러입니다)과 비슷하기도 하고. 

 하지만 충분히 훌륭한 작품입니다. 특히 한국 추리문학에서 주인공의 라이벌 악역 캐릭터는 매우 드문데 이탁오는 매우 훌륭한 예가 될 수 있더군요. 제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악당은 범죄학 연구가 스타일, 즉 범죄 자체에 흥미와 기쁨을 가지고 행하는 이입니다. 이탁오가 다음 편에도 등장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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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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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에서 서점대상을 수상한 단편집입니다. 솔직히 전에 일드 <부호형사>를 보고 너무도 실망하였기에 재벌 여형사라는 설정에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긴 하였습니다만 아주 좋은 단편집이더군요.
 
 솔직히 단편 여섯 편 모두 추리소설에 익숙하신 독자라면 쉽게 범인도 트릭도 알아맞힐 것입니다. 특히 두 번째 단편인 <독이 든 와인은 어떠십니까>는 정말 실망스러울 정도로 간단하더군요. 그 외 모든 단편들이 특별할 것 없는 전형적인 안락의자형 탐정입니다. 물론 때로는 가게야마도 현장에서 활약하지만요.
 그러나 <저택섬>이 그랬듯이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재미있는 인물 설정으로 그러한 상투성을 극복합니다. 이 단편집의 주요 인물은 재벌 2세임을 숨기고 형사로 재직 중인 호쇼 레이코와 그 집사인 가게야마, 자동차 재벌 2세인 경부 가자마쓰리입니다. 왜 재벌가 사람이 그것도 둘씩이나 형사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그리 뚜렷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역시 집사 가게야마죠, 레이코가 퇴근하면 늘 리무진을 끌고 나와 저택으로 모셔 가고, 레이코가 만찬 혹은 포도주를 한 잔 하면서 사건 이야기를 하면 곧장 그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입니다. 
 그리고 집사 탐정이라는 설정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에 나오는 헨리 잭슨, 황성현의 <북쪽 휴양지>, <듀바리 부인의 초상화>에 나오는 코더 클레이그 등이 있으나 가게야마는 이들과는 달리 집사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깹니다. 주인 아가씨를 거의 바보 취급하고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가게야마는 근래 찾아보기 어려운, 매력적인 탐정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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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형사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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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시의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가 드디어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되다니 정말 반갑군요. 피터 러브시는 <가짜 경감 듀>를 비롯하여 각종 역사 미스터리로 유명한 인물로 플롯의 명수로 손꼽힙니다.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의 1편인 이 작품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호수에서 어느 날 여인의 사체가 발견되고 그녀가 유명한 전직 탤런트임이 알려지면서 피터 다이아몬드 경정이 이 사건을 맡게 됩니다.
 사건을 수사해 나가는 도중 피해자가 남편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으며,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그녀의 남편이 맡았던, 제인 오스틴의 편지가 도난당했음을 알게 됩니다. 다이아몬드는 끈질긴 수사를 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중간에 결국 사표를 쓰게 됩니다. 하지만 인연 탓인지 사건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지요. 결국 다이아몬드는 피해자가 마약 중독자였음을 밝혀내고 그 사건이 생각보다 복잡함을 알게 됩니다.

 이 작품의 구성은 매우 뛰어납니다. 살인 사건은 단 1회인데도 지루하지 않고 중간에 복잡한 사건이 일어나며, 무엇보다도 사건과 별 관계 없어 보이는 일들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점, 특히 그 연결시키는 방식을 각 부마다 해설자의 시점을 바꾸는 방법을 이용한 점이 훌륭합니다. 그 과정에서 영국의 유명한 고대 도시 바스에 대한 묘사가 이어지고, 바스에서의 제인 오스틴 이야기와 관련 전시회 등이 언급되다 이들이 모두 전체 사건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는 점이 돋보였고, 특히 마약범과 다이아몬드가 유적에서 벌이는 추격전은 정말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피터 다이아몬드 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이름처럼 차갑고 빛나는 추리를 기대했습니다만, 예상 외로  성질과 끈기, 근성으로 무장한 캐릭터더군요,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정의감 강한 주인공입니다. 제가 보기에 본격 추리소설의 탐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끈기형, 다른 하나는 천재형이라 하면 될까요, 즉 온갖 실패와 좌절을 겪는 과정, 고뇌 등을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탐정과, 초능력처럼 보일 정도로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해 범인을 잡아내는 탐정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전자라 할 수 있습니다.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소개를 보니 다음 편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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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개
미치오 슈스케 지음, 황미숙 옮김 / 해문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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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리뷰를 올립니다.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밖에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이 작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대학생인 아키우치는 어느 날 친구들을 만나러 가다가 학교 강사인 쿄코의 열 살짜리 아들 요스케가 차에 치어 죽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보니 요스케의 개인 오비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달렸고 요스케는 그에 끌려가다가 차에 치인 거죠, 이를 본 아키우치는 뭔가가 그러한 사건을 일으켰다고 생각하여 학교의 강사인 생물학자 마미야 미치오(미치오 슈스케는 자신의 이름을 등장 인물의 이름에 쓰기를 좋아하는군요)를 찾아갑니다.
저로서는 우선 생물학자 탐정인 마미야 미치오의 캐릭터가 인상에 남더군요, 방 안에서 별별 실험용 동물을 키우고, 자신의 스타일도 야성적으로(?) 흐트러져서 외모로는 도저히 매력이 없으나 생물의 행동을 연구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그리고 <솔로몬의 개>인만큼 개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돋보였습니다. 사실상 요스케를 죽게 한 책임은 개에게 있었지만 개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사건 뒤에 있는 여러 가지 사연을 개의 행동으로 추리해 나가는 마미야도 독특했고요.
단점은 마지막 반전이 조금 억지로 끼워넣은 것 같다는 점, 그리고 범인이 왜 마지막에 그러한(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생략합니다) 행동을 하려 하는지 약간 이해가 가지 않았고요.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작품 분위기도 밝았으며 아키우치를 비롯한 친구들의 연애하는 모습도 볼만한 청춘 미스터리였습니다. 미치오 슈스케는 12지 동물에 따른 작품을 하나씩 발표해 나가고 있다고 하는데 다른 편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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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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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번역된 영미권 미스터리는 대부분 '영미권'이라는 말 그대로 영국과 미국의 미스터리입니다. 캐나다의 미스터리는 흔히 접하기 힘들죠, 제가 처음으로 본 캐나다 추리소설은 로버트 서덜랜드의 <악마 호수의 비밀>입니다. 살인 누명을 쓴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고자 사건과 관련 있는 앵무새를 찾아 떠나는 한 소년의 모험과 동시에 19세기 후반의 캐나다 개척 시대에 대한 묘사 등이 매우 돋보이더군요. 소년이 주인공인 만큼 청소년 이하 연령층 대상의 작품이지만 매우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 영향에서인지 <머독 미스터리>에도 흥미가 갔습니다. 이 작품 또한 19세기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EBS에서 드라마로 방영했을 때 재미있게 보기도 했기 때문이지요. 

 작품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1895년 겨울에 한 소녀가 시체로 발견되자 형사 머독이 사건 해결에 나서게 되고 시체의 신원이 밝혀 나가며, 머독은 사건 관련자들이 뭔가를 점점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작품을 읽은 느낌을 말씀드리면, 솔직히 말해 미스터리나 반전은 그다지 강한 임팩트를 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오래 된 도시를 알리고 싶은 만큼 19세기 토론토에 대한 묘사, 특히 당시 하층민과 귀족의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는 방법 등이 매우 인상이 깊습니다. 더욱이 머독 형사 자신도 경찰이라는 직업, 그리고 가톨릭 교도로서 전체적으로 보면 그리 지위가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할 수도 없죠. 머독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사건 해결에 나섭니다.  

 지금 캐나다는 '모자이크 국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고 특히 토론토는 중국, 인도, 그리스, 이탈리아, 폴란드 타운 등이 따로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인종 전시장이라 할 수 있는 도시지만 19세기 당시만 해도 계급간의 격차, 가톨릭 교도 등에 대한 차별이 매우 심했습니다. 작가 제닝스는 이러한 점에 주목한 모양이군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 앞에 당시 토론토의 지도를 그렸다면 더욱 생생했을 것 같다는 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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