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흥신소 사건일지
박치형 지음 / 푸른여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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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지만 보기 드문 코믹 추리소설입니다. 한국의 사립탐정이라 할 수 있는 흥신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전직 형사로 ‘행운 흥신소’라는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에게 솔직히 별다른 ‘행운’은 없습니다. 작은 건물에 있는 낡은 사무실 하나에 하는 일은 불륜 추적이고 그나마 의뢰인도 거의 없어 사무실은 한가하기만 합니다. 직원은 본명도 거의 언급되지 않은 ‘얼음공주’라는 비서 한 명뿐으로, 그녀는 고용주에게 반말을 남발하며 돈 벌지 못하는 남편을 구박하는 아내와도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주인공은 그녀에게 불만이 많지만 밀린 임금 때문에 해고도 하지 못하고 있죠.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실종된 남편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옵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의뢰인의 미모에 반해 사건을 맡게 됩니다(얼음공주는 요금을 철저히 계산하여 받아냅니다).

실종된 남편의 직장을 둘러보다가 그가 부인에게도 숨긴 채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수사에 박차를 가하다가 그 뒤에 사실 큰 음모가 도사린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다 본 후의 소감, 재미있었습니다. 중간중간의 유머나 주인공의 독백도 좋았고, 주인공은 물론 얼음공주라는 캐릭터도 마음에 들더군요. 수사해 나가는 과정도 아주 생생히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단지 사건을 해결하는 증거가 좀 빈약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그 목격자와 범인을 대면시키든지 했다면 더욱 확실히 증거를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이 작품이 시리즈물로 계속 나오면 좋겠습니다. 주인공과 얼음공주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 궁금하기도 하니까요. 둘이 함께 활약하는 이야기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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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원맨쇼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2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검은숲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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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롯의 제왕’이라 불리는, 영국 추리문학의 거장 중 한 명인 피터 러브시, 그리고 그가 만든 캐릭터 중 최고라 불리는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2탄입니다. 1탄인 <마지막 형사>는 오래 전에 번역된 적이 있지만 2탄은 이번이 처음이군요.

 

 상사와의 불화로 인하여 경찰에서 퇴직한 다이아몬드는 런던으로 이주한 후 백화점의 야간 경비원 일을 맡게 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한밤중에 그 백화점 한복판에서 일본인 여자 아이가 몰래 숨어드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는 다시 실업자가 됩니다. 계속 집에서 익숙지 않은 솜씨로 가사를 돕던 다이아몬드는 그 일본인 소녀의 정체가 궁금해져 결국 그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하여 나서게 됩니다.

 한편, 미국의 유명한 제약회사 사장 매니 플렉스너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아들 데이비드를 현지에 파견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화재보다도 매니 자신이 얼마 전에 선고받은 불치병이었습니다. 매니는 결국 사장 자리는 데이비드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투신하고 맙니다.

 다이아몬드는 자폐증 걸린 소녀를 찾아가 소통을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면서 조금씩 성과를 거둬 가지만, 얼마 후 한 묘령의 여인이 나타나 소녀를 데려가게 되고 다이아몬드는 뭔가 일이 있음을 직감하고 그녀들의 뒤를 쫓지요. 다이아몬드는 그 소녀와 가족들의 뒤를 쫓아 뉴욕, 도쿄까지 가며 수사를 하다가 이 모든 사건이 플렉스너의 제약 회사에서 개발한 신약 및 회사의 주가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다이아몬드 시리즈 중 최대의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인만큼 각종 위기를 겪어 가면서 런던, 뉴욕, 도쿄를 오가는 다이아몬드의 활약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또한 제약 회사와 다이아몬드의 시점을 교차하다가 막판에 하나로 이어지는 구성도 좋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다이아몬드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아주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퇴직한 경찰, 그것도 중년 남자가 일자리 얻고자 고군분투하고, 집에서 서툰 솜씨로 가사를 돕는 등 자상한 남편으로서의 모습에서,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소녀를 돕기 위하여 미국, 일본에까지 달려가는 정의감 강한 모습 등 다이아몬드의 다양한 매력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단점은 왜 굳이 일본인 소녀라는 캐릭터를 내세웠는지, 소녀가 왜 그 백화점에 있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그리 납득할 만큼 되지 않더군요, 별다른 반전도 없는 편이었고요.

 피터 러브시라는 작가에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야 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3, 4권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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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유키 쇼지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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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제목으로 보아 서양 첩보물 같지만 엄연히 일본 첩보물이고 배경은 월남전 당시의 베트남(후기에 보면 이 작품의 집필 시기는 1962년입니다>입니다.

 

 주인공 사카모토는 자신의 전임자이자 친구를 찾기 위해 남베트남 사이공의 현지 지사에 부임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이공은 혼란에 빠져 있었죠, 베트콩들이 중요 인사 납치 및 살인을 공공연하게 벌이는데다가 남베트남 내에서도 반정부 세력이 워낙 커서 베트남 정부로서도 큰 골치를 앓고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사카모토는 친구를 찾아다니다가 한 남자에게 미행을 당하게 되고, 그 남자를 찾으려는 순간 그 남자는 총에 맞게 되고 “고메스의 이름은?”이라는 말만 남깁니다. 사카모토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한 일과 관련되었음을 알게 되고 자체 조사에 나서지만 사건은 계속되고, 사카모토는 결국 자신의 이웃집 사람들까지도 의심하게 됩니다.

 

 전문 첩보원이 아닌 평범한 회사원이 베트남 내부에서의 간첩 활동에 끼어들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만큼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있으며 주변에 믿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주인공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거기다 정말 가독력이 좋고 무엇보다도 월남전 당시의 베트남 상황을 무엇보다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책에서 베트남의 열기, 베트남의 낡은 아파트, 베트남 국민들의 불안감 등이 훤히 느껴집니다.

 단점이 있다면 월남전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은 읽기 힘들겠더군요, 그리고 주인공이 단지 친구를 찾아갔다가 불운하게도 별 일을 다 겪게 되었을 뿐, 별다른 액션이나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일본 스파이 소설의 걸작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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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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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이라니, 정말 추리소설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내용과 제목이 완전히 동떨어져도 오히려 제목이 더 기억에 남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은 방법 중 하나죠, 그런데 웬일, 내용과 제목은 정확히 어울립니다.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가나리야’는 일본 만화 <심야식당>과 비슷한 컨셉의 맥주바입니다. 맥주는 도수 순으로 네 종류가 있고 안주는 구도가 그날그날 정해서 내놓지요(그런데 심야식당에서도 그렇듯 이 작품에서도 가격은 나오지 않지만요). 음식 맛이 좋아 동네 주민들에게는 꽤 인기 있는 바입니다.

 이 바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인 구도 데쓰야가 자신은 고객들의 고민 해결사 역할까지 해 준다는 점입니다. 바에서 나가지 않고 이야기만 듣고도 고민을 해결해 주는,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물이죠. 즉 이 여섯 편의 연작단편은 모두 이 바의 단골손님들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구도에게 상담하는 내용입니다.

 표제작인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은 한 하이쿠(일본 특유의 짧은 시) 시인이 갑작스럽게 죽자, 그와 친분이 있었던 한 프리랜서 작가가 그가 남긴 마지막 시를 바탕으로 그의 과거를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추적 와중에 한 건의 살인 사건과 조후라는 곳에서 있었던 대화재 사건이 그 시인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지요, 그 작가가 얻은 정보는 구도에게 전해지고, 구도는 이를 바탕으로 진실을 추리해 냅니다.

 <가족사진>은 이혼 경력이 있는 한 회사원이 지하철역의 대출 서가에서 웬 가족사진이 있는 책을 찾아내면서 그 사진의 비밀을 찾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진에 담긴 사연도 있지만 구도가 왜 맛있는 가리비 요리를 선보일 수 있었는지 이유 하나하나까지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 돋보입니다.

 <마지막 거처>는 한 사진작가의 개인전 포스터를 누가 모두 뜯어가는 사건이 일어나며 시작되는데, 겉보기는 이상한 사건 같지만 그 뒤에 있는 매우 안타까운 사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년의 노부부가 왜 부랑자가 되었고 그들의 마지막과, 또한 그들의 마음을 표현해 주는 건 누카미소(겨된장이라고도 하며, 겨와 소금, 맥주 등을 섞어 발효시킨 뒤 그 안에 채소를 담가 장아찌를 만들 때 쓴다)뿐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더군요.

 <살인자의 빨간 손>은 이른바 ‘도시괴담’을 다루고 있습니다. 공원에 혼자 있으면 빨간 손을 가진 살인자에게 살해된다는 괴담, 그 괴담의 근원이 14년 전의 어린이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이들과 구도는 살인자의 정체를 밝혀 냅니다.

 <일곱 접시는 너무 많다>는 암호풀이입니다. 웬 남자가 회전 초밥집에서 참치만 일곱 접시를 먹은 이유를 구도와 다른 손님들끼리 고민하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과연 그가 혹시 초밥집 주인에게 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 그걸 어떻게 전달하려는 걸까, 억측을 날리는 사람들의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물고기의 교제>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프리랜서 작가가 다시 나와 죽은 하이쿠 시인의 과거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며, 역시 하이쿠에 남겨진 단서를 바탕으로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제가 좋아하는 안락의자형 탐정물에 심야식당 컨셉이라고 해서 기대했지만, 이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작가의 요절이 안타깝게 느껴지더군요, 이 시리즈를 계속 냈다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소소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일상 미스터리인데 이 작품은 일상 미스터리 중에서도 수작임이 여러 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이 밝은 분위기의 하이틴 일상추리물이라면 이 작품은 정말 이 바에서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느낌이 드는, 성인의 일상추리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만큼 음식 묘사는 물론 맥주바와 그 주변 환경에 대한 묘사가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 뒤에도 이런 바가 있다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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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레이디 조지애나 레이디 조지애나 시리즈 1
라이스 보엔 지음, 김명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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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보엔의 <레이디 탐정 조지애나>를 보았습니다. 다양한 신분의 탐정이 있지만 귀족 여성 탐정은 보기 드무니 흥미가 가더군요.

 

 배경은 1932년이며 레이디 탐정 조지애나, 빅토리아 여왕의 증손녀이며 영국 왕위 서열 34번째인, 아주 고귀한 신분의 여성입니다. 하지만 말이 좋아 레이디일 뿐 실제로는 아버지가 사업을 완전히 망쳐 집에는 돈도 없고, 어머니는 이혼 후 몇 번이나 다시 결혼하는 등 집안은 엉망이지요.

 거기다 그녀는 왕가의 혈통을 가지고 있어서 언제 어느 귀족 집안, 아니면 외국 왕가 남자랑 정략결혼할지 모릅니다. 그녀는 진취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하여 런던으로 가서 일자리를 찾지만 계속 좌충우돌만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런던의 자기 집에서 시체가 발견되며 피해자는 그녀의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스코틀랜드에 있는 그녀 집안의 성을 차압하러 온 채권자였습니다(사기꾼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에 오빠가 범인으로 몰리게 됩니다. 조지애나는 아무래도 자신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하고 범인 추적을 시작하게 되지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 그것도 귀족 여성의 탐정 활동이라니 매우 흥미있고 나오는 인물도 매력 있습니다. 조지애나의 활약이 돋보이며 그녀와 연인으로 될 징조가 보이는 아일랜드 귀족 다아시, 그녀의 친구인 벨린다 등 캐릭터 묘사도 좋고요.

단지 피해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이 조금 억지스러웠다는 게 흠이지만, 전체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추리물입니다. 조지애나 시리즈도 계속 나왔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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