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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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이름을 들어 본 시인 이상(1910~1937), 그가 원래 건축 기사 겸 수학자였는데 1933년 건강 문제로 건축 기사직을 버리고 기생 금홍이와 함께 종로에서 다방을 차렸지만 거의 백수나 다름없이 지내다가 1936년에 일본으로 건너갔고 1937년 건강이 악화되어 요절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8세까지밖에 살지 못했으나 그 난해한 시, 건축 기사 출신이라는 업적, 그 재능에도 불구하고 폐인이나 다름없이 살았던 이상, 그의 인생에서 착안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이상은 왜> 등등이 그 예죠.

 

 이 작품은 그러한 이상을 ‘탐정’으로서 소개하였습니다. 이상이 문인협회 중 하나인 구인회에 가입한 뒤 구보 박태원의 소설에 삽화를 그려 주는 등 친하게 지냈음에서 착안하여, 이상을 홈즈, 구보 박태원을 왓슨으로 하여 이들이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 구보가 화자는 아니지만요.

<사슬에서 풀려난 프로메테우스>는 홈즈와 왓슨의 만남처럼 구보와 이상의 첫 만남이 소개됩니다. 선배 작가 염상섭은 이상과 구보에게 창경궁에서 일어난 여인 변사 사건수사에 도움을 주면 정식으로 구인회 회원으로 받아주겠다고 합니다. 이상은 홈즈처럼 여러 단서를 찾아내어 범인을 잡아냅니다.

<류 다마치 자작과 심령사진>은 이상과 구보가 심령사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심령술사를 자처하는 류 다마치 자작을 찾아서 심령사진의 비밀을 밝혀냅니다.

<간송 전형필의 의뢰>는 우리 문화재 지킴이이자 현 간송미술관의 설립자인 간송 전형필이 그림 문제로 이상을 찾아오며 일어나는 일입니다.

<여가수의 비밀>은 유명한 가수 오송화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이상은 구보에게도 의뢰인을 밝히지 않고 사건 진상 조사에 나갑니다.

<그녀는 살아 있다>, 이상이 결혼 사기단 사건을 조사하다가 레이디 황이라는 여인을 만나고, 그녀를 돕게 됩니다.

<나비 박사>,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의 나비를 연구한 학자 석주명이 이상을 찾아와 자신이 어렸을 적에 채집했던 나비 표본이 도난당한 사건을 의뢰합니다. 이상과 구보는 그 나비 표본에 중요한 암호 메시지가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지요.

<이상의 데스마스크> 구보는 이상의 사망 소식에 놀라 일본까지 찾아가서 이상의 행적을 추적해 나갑니다. 이상의 데스마스크(죽은 사람의 얼굴에 직접 대고 뜬 가면)을 구하게 된 구보는 류 자작의 흉계가 모든 사건의 뒤에 있음을 느끼게 되고 조사를 계속합니다.

 

 이상과 구보 외에도 실제 인물인 염상섭, 김유정, 전형필 등의 대거 등장과 탐정 역의 이상, 이상의 불가사의한 죽음을 재구성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장점입니다. 또한 각 단편마다 1930년대의 경성에 대한 상세한 조사 및 묘사가 눈에 보이는 듯하며 실제로 이 일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주 재미있는 작품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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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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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으로서 올해 가장 주목받는 장르문학 작품 중 하나인 <제노사이드>입니다. ‘제노사이드’(Genocide)란 말 그대로 대량 학살, 다른 종족에 대한 학살을 의미하지요.

 

 이 이야기는 복잡합니다. 일본인 대학원생, 미국 출신의 용병, 미국의 천재 과학자 등 세 명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가죠. 미국 출신 용병인 그레고리 예거는 희귀병에 걸린 아들이 한 달 안으로 죽을 운명이란 걸 알지만 아들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용병대의 리더가 되어 아프리카로 향합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부시맨 부족의 한 무리를 몰살하고 이들과 함께 있는 인류학자, 그리고 ‘본 적 없는 동물’을 없애는 일이죠.

 한편, 막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고가 겐토는 아버지가 뭔가 심상치 않은 연구를 하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연구를 계속 이어 갑니다. 그리고 그 연구가 신약 개발이었지만 그 다음부터 겐토 자신은 이상한 무리들에게 쫓기게 됩니다.

 예거는 목표 지점까지 가지만 그 피그미 부족 안에서 인간보다 더욱 진화한, 보통 인간을 훨씬 뛰어넘는 지능을 가진 3살짜리 아이를 발견하고, 자신들의 의뢰주가 그 진화한 인간을 없앤 뒤 자신들마저도 죽일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기로 합니다.

 

 플롯을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그 내용은 전혀 간단하지 않습니다. 장르로 분류하면 SF 스릴러라고 하지만 이 안에 담아낸 내용은 매우 방대합니다. 세계 각국의 분쟁, 신약, 진화에 대한 작가의 치밀한 조사와 철학이 돋보이는 작품이지요. 특히 예거의 마지막 비행기 추격전은 압권입니다.

 그 외, 다카노 가즈아키는 인간의 야만성을 작품 전체를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난징 대학살 등의 언급도 있지만 수많은 제노사이드가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되고 있으며, 예거 일행이 아프리카를 탈출하는 동안 적군이라고 하기도 싫은 적군과 싸우는 대목은 박진감보다는 안타까움이 느껴졌습니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과 그 희생양이 되는 어린아이들, 생필품보다 총기가 더 많은 마을 등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겐토의 일이 매우 힘들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겐토 쪽 이야기는 긴박감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믿지 못하는 겐토가 한국인 파트너 정훈은 금세 믿는다는 점이 조금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올해 가장 주목받을 만한 작품입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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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특급 하야부사 1/60초의 벽 요시키 형사 시리즈 1
시마다 소지 지음, 이연승 옮김 / 해문출판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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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다 소지가 만든 두 명의 탐정 캐릭터가 있습니다. 하나는 천재형으로, 치밀한 논리와 해박한 지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고 다른 하나는 끈질긴 수사를 통하여 사건의 전모를 알아내는 탐정이죠. 전자는 점성술사인 미타라이 기요시, 후자는 요시키 다케시 형사임을 시마다의 팬이라면 다들 아실 겁니다. 요시키가 등장하는 작품은 아직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가 전부인데 이 작품이 소개되니 반가운 소식이군요.

 

 남의 집을 망원경으로 훔쳐보기를 좋아하던 어느 남자가 어느 날 한 여인이 욕조에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작됩니다.

 요시키 형사는 현장에 출동하지만 누군가가 그녀의 얼굴 가죽을 벗겨 갔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과연 누가 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하는 의문을 안고 수사를 진행해 나갑니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 이상한 일은, 그녀가 죽었으리라 짐작되는 시간에 그녀는 침대특급 ‘하야부사’호에서 사진에 찍히기까지 했다는 점입니다. 요시키 형사는 용의자가 아닌 피해자의 알리바이를 깨야 하는 셈이 된 거죠. 그리고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사건 관계자가 한 명 더 살해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과연 진상은 어떻게 될까요.

 

 시마다 소지의 작품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나가는 요시키 형사의 활약이 잘 표현되어 있고 피해자의 과거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녀의 불행한 사연도 볼 수 있습니다.

 요시키 시리즈도 계속 내 줄 예정이라 생각되니 시마다 소지에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놓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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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형사 봉생
이수광 지음 / 네오픽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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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이수광 선생님의 신작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조선왕조실록에서 남편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14년 동안 범인을 추적한 여인의 일화에서 착안하여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포청에서 근무하는 다모 봉생은 어렸을 적 계모와 배다른 형제들에게 구박을 받다가 어느 날 부잣집과의 억지 결혼을 강요받고 집을 뛰쳐나오게 됩니다. 그러다 만난 이는 포교인 김애격입니다. 그는 조선 최고의 천재 역관 중 한 명이었지만 워낙 곧은 성정을 가지고 있어 융통성 없이 굴다가 거의 좌천되듯 포교로 발령받았습니다. 좌우간 인연이 닿아 결혼한 봉생과 애격은 그리 넉넉하지는 않은 형편이었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되고 그 시체 임자의 시아버지를 자칭하는 이가 나타나 애격과 그 동서인 이지휼을 매수하여 시체 신원을 알 수 없게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애격은 거절하지만 지휼은 돈에 눈이 멀어 그 제의를 수락합니다.

그 와중에 이지휼이 갑자기 시체로 발견되고 애격은 범인으로 몰려 혹독한 고문을 받다가 결국 죽게 됩니다. 봉생은 남편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범인 추적에 나섭니다.

 한편, 다른 사람을 죽인 뒤 자신의 옷을 입혀 자신이 살해당한 것처럼 위장하였던 지휼은 자신이 받았던 어음이 가짜임을 알고 다른 곳으로 도망칩니다. 봉생은 지휼(가짜)의 유골을 보고는 그가 지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추적에 나서죠, 그런데 그 사건 뒤에는 사실 효종 임금의 기밀문서를 쫓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왔던 봉생의 이야기를 소설로, 그것도 단순한 살인 사건과 중요한 국가 기밀문서를 둘러싼 추적 이야기로 만들다니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작품입니다. 특히 현종 임금의 등장이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듭니다. 세자 시절 미행을 나왔다가 자객에게 위협받던 현종을 봉생이 우연히 구해 주면서 현종은 계속 그녀를 흠모하게 되지만 그녀는 이미 혼인을 한 몸이라 후궁이 되거나 할 수는 없어도, 현종은 몇 년 동안 그녀에게 호위 무사를 보내 그녀가 범인 추적하는 동안 해꼬지를 당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특히 삼전도의 치욕 후 북벌론자와 반대파의 치열한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간결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실록은 물론 야사 등에도 이러한 팩션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으니 더 많은 이야기가 소개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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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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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입니다. 그 동안 일상 미스터리 혹은 본격 미스터리를 주로 선보인 그로서는 조금 이색적인 작품이죠.

 

 배경은 1190년 영국령 섬인 솔론 제도입니다. 솔론 제도는 교역의 중심지인 큰 솔론 섬과, 영주의 성이 있는 작은 솔론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에윌린 가가 5대째 이 제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이 섬의 영주 로렌트는 많은 수의 용병을 고용합니다. 데인 인(덴마크계 바이킹)이 섬을 침략할 징조를 느꼈기 때문이죠, 데인 인들은 끈질기게 솔론 제도를 침략하려다 저주를 받고 봉인되었는데 최근 봉인이 풀리자 다시 침략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불사의 저주 때문에 머리를 잘리지 않는 한은 절대 죽지 않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저주받은 데인 인들보다 더 위험한 적이 솔론 제도에 왔다는 점입니다. 로렌트를 찾아온 불청객은 동방에서 온 기사 팔츠와 그의 종사(조수)인 니콜라였습니다. 그들은 며칠 전에 로렌트의 저택 경비병이 살해된 사실을 알고, 중동에서 조직된 비밀 결사단인 암살기사단이 로렌트를 노리고 있으므로 경고를 하기 위하여 섬을 방문한 것입니다.

 암살기사단은 마법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죽이게 할 수 있고 그 조종당한 사람(‘미니온’이라 불립니다)은 그 기억을 잊게 되기 때문에 과연 누가 어떤 방법으로 솔론 제도에 위협을 가하게 될지 모릅니다.

 회의가 있던 다음날 아침, 영주 로렌트는 자신의 작전실에서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되고 팔츠와 니콜라는 살인범을 추적합니다. 하지만 작은 솔론 섬 자체가 하나의 큰 밀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팔츠는 범인이 과연 어떻게 작은 솔론 섬으로 갈 수 있었는지 추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야마구치 마사야의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비논리적인 상황에서도 그 극중에서만의 논리 성립으로도 훌륭한 본격 추리물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마법과 저주, 각종 주술이 횡행하는 가운데서도 본격 추리물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체에 가루를 뿌려 마법으로 의해 살해된 이인지 알아보고, 마법의 가루가 적외선 카메라 대신 침입자의 발자국을 나타나게 해 준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비논리적이지만 극중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빠른 전개와 액션 장면 등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펼쳐지며 각종 마법 또한 여러 모로 재미를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범인을 밝히는 대목은 본격 추리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지요.

 아쉬운 점은 마지막 반전이 놀랍기는 해도 오늘날 보기에 그리 신선하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역시, 요네자와 호노부 최고 걸작이라는 평이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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