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입니다. 그 동안 일상 미스터리 혹은 본격 미스터리를 주로 선보인 그로서는 조금 이색적인 작품이죠.

 

 배경은 1190년 영국령 섬인 솔론 제도입니다. 솔론 제도는 교역의 중심지인 큰 솔론 섬과, 영주의 성이 있는 작은 솔론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에윌린 가가 5대째 이 제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이 섬의 영주 로렌트는 많은 수의 용병을 고용합니다. 데인 인(덴마크계 바이킹)이 섬을 침략할 징조를 느꼈기 때문이죠, 데인 인들은 끈질기게 솔론 제도를 침략하려다 저주를 받고 봉인되었는데 최근 봉인이 풀리자 다시 침략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불사의 저주 때문에 머리를 잘리지 않는 한은 절대 죽지 않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저주받은 데인 인들보다 더 위험한 적이 솔론 제도에 왔다는 점입니다. 로렌트를 찾아온 불청객은 동방에서 온 기사 팔츠와 그의 종사(조수)인 니콜라였습니다. 그들은 며칠 전에 로렌트의 저택 경비병이 살해된 사실을 알고, 중동에서 조직된 비밀 결사단인 암살기사단이 로렌트를 노리고 있으므로 경고를 하기 위하여 섬을 방문한 것입니다.

 암살기사단은 마법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죽이게 할 수 있고 그 조종당한 사람(‘미니온’이라 불립니다)은 그 기억을 잊게 되기 때문에 과연 누가 어떤 방법으로 솔론 제도에 위협을 가하게 될지 모릅니다.

 회의가 있던 다음날 아침, 영주 로렌트는 자신의 작전실에서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되고 팔츠와 니콜라는 살인범을 추적합니다. 하지만 작은 솔론 섬 자체가 하나의 큰 밀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팔츠는 범인이 과연 어떻게 작은 솔론 섬으로 갈 수 있었는지 추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야마구치 마사야의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비논리적인 상황에서도 그 극중에서만의 논리 성립으로도 훌륭한 본격 추리물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마법과 저주, 각종 주술이 횡행하는 가운데서도 본격 추리물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체에 가루를 뿌려 마법으로 의해 살해된 이인지 알아보고, 마법의 가루가 적외선 카메라 대신 침입자의 발자국을 나타나게 해 준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비논리적이지만 극중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빠른 전개와 액션 장면 등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펼쳐지며 각종 마법 또한 여러 모로 재미를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범인을 밝히는 대목은 본격 추리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지요.

 아쉬운 점은 마지막 반전이 놀랍기는 해도 오늘날 보기에 그리 신선하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역시, 요네자와 호노부 최고 걸작이라는 평이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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