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페이위라는 중국의 작가. 이 분 위화의 느낌이 난다. 그보다 중후하다. 이런 멋진 굵은 선을 가진 이야기가 재밌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해냈다. 중국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는 청의는 내가 좋아하는 멋진 중국영화를 많이 닮았다. 장이모 감독의 <인생>이나 장국영이 나왔던 <패왕별희>를 섞어놓은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분위기가 좀 설명이 될까. 한 여배우가 있다. 그녀는 젊을 때부터 한 경극의 주인공 '청의' (청의란 경극에서 보통 주인공인 귀부인들이 입는 옷을 말하지만 보통 그 높고 중후한 음역의 배우 역할을 가리킨다)에 대한 야망이 커서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정도였다. 자신과 경쟁상대였던 선배의 얼굴에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힌 것이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경극은 돈많은 투자자에 의해 다시 공연할 수 있게 되고 그녀는 너무 기쁜 나머지 남편과의 잠자리를 그날밤 갖는다. 그런데 덜컥, 임신이 되어버린 것. 여자의 인생이 그런 것일까. 스스로 낙태를 선택한 그녀는 점점 그 역할에 광적으로 집착하며 파멸로 나아간다. 대사 한마다 한마디, 공간과 인물의 성격 묘사 구절구절이 나에게 파고 들었다. 야망과 질투 때문에 괴로운 사람이 읽으면 마음에 안정이 될 것 같다. 역시 자신이 짐은 스스로가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