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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비건 - 당신도 연결되었나요? 아무튼 시리즈 17
김한민 지음 / 위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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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이 단절이나 거부가 아닌 연결이라니! 표지부터 책의 첫 장에서 말한 '연결'이라는 말이 참으로 새로웠기 때문에 단숨에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의문이나 의심에 대해 유머러스하면서도 명확하게 콕콕 찍어 알려주는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니 내 안에 새로운 눈 하나가 더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특히 저자가 말한 M.C.(매체 커리큘럼)라는 개념이 몹시 끌렸다.) 이미 존재하지만 몰랐던 세상과 나와의 연결을 비로소 '보게' 된 것 같았다. 


처음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을 만난 건 20대였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어떤 신념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을 하는 분을 알게 되었고, 그 분의 아주 훌륭한 성품과 타인에 대한 태도 덕분에 그 분의 채식에 대해서도 일종의 존경심을 품게 되었다. 막연하게 그 때부터 비건이라는게 음식을 선호하는 것만이 아닌 어떤 태도나 생활 방식이라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 이후부터 비건에 대한 동경과 존경심과 함께 고기나 유제품 등에 대한 경계심을 가졌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적극적인 실천을 한 적은 없었다. 아마도 내가 구체적인 목표나 신념 혹은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비건에 관한 이해와 실천에 대해 참 잘 정리된 이 책을 만나고 나니, 그동안 내가 어렴풋이 알았던 비건이라는 것의 실체를 조금 더 또렷하게 보게 된 기분이 들었다. 말하자면, '멋지지만 내가 하긴 어려운 그 무엇에서-> 내가 실천해야 할 어떤 것'으로 바뀐 것 같다. 나, 그리고 내가 먹는 한끼에 연결된 수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음식 하나가 여기 오기까지, 옷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나의 건강과 편리와 생활을 위해 연결된 수많은 과정과 동물들과 사람들까지 머릿속에 스쳐지나갔고, 그 연결 속에서 내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 저자가 선택한 바로 그 것이 비건이었던 것이다.


책에서 읽은 것처럼, 내가 당장 100프로의 비건이 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나와 연결된 이 세상에 대해, 그리고 다른 생명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시키고, 내 삶의 태도를 되돌아 보는 눈이 하나 더 생겨났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과 같이 살아갈 수도 없을 것 같다. 이제 그 눈을 좀 더 크게 뜨고, 좀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실천하며 그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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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게스트하우스 - 서로의 이야기들이 오가는동안 맥주는 시원하고 밤공기는 포근할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3
장성민 지음 / 위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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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첫 여행에서 게스트하우스는 신비롭고 근사했다. 각자 다른 나라에서 모인 젊은이들이 손짓발짓 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여행 정보를 공유했다. 그 때는 남은 이십대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더 많은 게스트하우스를 다니고, 그 곳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혹시 나이가 들어 마음에 쏙 드는 곳을 찾으면 그 곳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노후를 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상상 하기도 했다. 그 뒤로 생각만큼 많은 여행을 하거나, 게스트하우스를 경험하지는 못했기에 <게스트하우스>라는 책을 펼치며 더 설레는 마음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다양한 여행지의 게스트하우스와 작가의 감정이 묘하게 얽혀있는데 여행자의 설렘이 가득한 게스트하우스의 밝고 희망차고 복작복작함이 작가의 깊고 텅 빈 외로움과 대비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객관적으로 ‘좋은’ 게스트하우스는 존재하지 않으며 주관적으로 ‘마음에 드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게스트하우스가 유명 관광지를 가기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하루 묵어가는 공간이 아닌 그 자체로서 목적이 되고, 만족스럽기까지 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외로워서 떠난 그 길에서, 그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멋진 풍경을 볼 수도 있지만 결국 돌아오며 만나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작가도 지금 어느 멀고 신비로운 땅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추억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많다는 점은 몹시 부러웠다. 책장을 덮고 나서 나도 어느 잠이 안 오는 밤에, 추억이 깃든 장소를 떠올려보았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그 때의 감정, 냄새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그리고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은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그리고 다시 어느 멋진 게스트하우스에 가는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왜 그곳을 골랐는지 왜 마음에 드는지, 그래서 그런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어느 먼 곳에 있는 어떤 게스트하우스에 가보고 싶어졌다.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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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지 않기 - 혹은 사라짐의 기술
피에르 자위 지음, 이세진 옮김 / 위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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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어딘가에는 삶의 정답이 있으리라고 가정한 어린 시절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때로는 무소유가, 겸손이, 내면이, 너그러움이, 다른 한 편으로는 적극적인 투쟁이 정답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실질적으로 그렇지 못하게 살아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고 어리석게 느껴졌다. 또한 그렇게 살면 언젠가는 과연 삶의 진실에, 기쁨에 도달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괴로움도 마음 한 편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제3의 길’이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것은 굉장한 도인이나 선인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이 시대에 누구나 추구할 수 있고 연마할 수 있는 기술이며, 신의 창조, 예술의 본질에서부터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까지 내 삶의 먼 곳부터 가까운 곳까지 닿아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제 3의 길, ‘드러내지 않기’란 무엇인가? 나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그것의 실체를 알기 위한 호기심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갔다.


행복은 재화의 누적에서 오는가? 무소유에서 오는가?

나는 세상을 볼 때 먼저 나를 보아야 하는가, 남을 보아야 하는가?

나는 남보다 위에 있어야 하는가? 나를 낮춰야 하는가?

예술은 작가의 내면을 고려해야하는가, 작품 그 자체인가?

민주정치란 나를 내세우는 것인가, 대의에 순응하는 것인가?

사랑은 소유인가? 끝없는 너그러움인가?

신의 창조는 과연 신의 전능함을 말하는가?

행복은 삶의 연속선상에 존재할 수 있는가?


이러한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해 두 가지 가운데 선택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나에게 그밖에 제 3의 답이 있다는(혹은 정답이라는 것 자체의 존재를 부정해버리는) 저자의 주장은 꽤 설득력 있고 매력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드러내지 않기에 대한 앎과 삶 사이에는 간극이 너무나 크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한 번 책을 읽은 것으로는 드러내지 않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실체만을 막연하게 그려낼 수 있을 뿐, 그렇게 사는 일은 또 다른 단계와 과정의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제,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 독서는 드러내지 않기가 무엇인지 알기 위한 것이었다면, 다시 읽을 때는 드러내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한 독서가 될 것이다.


좀 더 꾸준히 그리고 의식적으로 연습과 생각을 반복한다면 언젠가는 내 삶 속에서 드러내지 않기를 통한 만족감을 순간순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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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만 하다가는 - 당신이 잊고 있던 보딩패스에 관하여
장성민 지음, 임진아 그림 / 위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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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보는 순간 멍하고 한참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일만 하다가 나는,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보통 여행 책을 읽으면 그 곳에 가고 싶어진다. 처음 내가 읽은 여행 책은 인도 여행기였고, 나는 강렬한 욕망에 휩싸여 배낭을 꾸렸다. 첫 여행이 나에게 준 강렬함으로 나는 틈틈이 배낭을 꾸릴 기회를 엿보며 살았고, 세계 일주를 떠날 마음의 준비는 언제라도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책 속에 나오는 여행지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이 아니었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는 이 속에 나오는 여행지의 이국적인 풍경에 매료되고, 저자의 새로운 경험에 빠져들기도 하고, 긴장되는 상황에 가슴을 두근거리기도 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웃기도 하면서 한 번에 신나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지금 살고 있는 내 삶과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지금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여행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행지에 대해 찬사만 늘어놓는 책이었다면 부러움으로 끝났을 텐데, 이 책의 내용은 여행 이야기만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크든 작든 무언가를 꿈꾸며 살아가는 일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나를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회피로서의 여행이 아니라 그냥 내 삶의 일부로서의 여행을 할 수 있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여행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당연히 이 책을 읽고 나서 비행기표를 뒤지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저자가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여행’을 다시 계획하게 되었다. 지금 내 삶을 바라보고, 앞으로 어떤 여행을, 또 어떤 삶을 꿈 꿀 것인가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건 무리야, 거긴 너무 덥지 않니?, 지금 돈을 바짝 아껴야지, 따위의 바깥에서, 내 안에서 나를 붙잡는 핑계들은 멀리 던져 버려야겠다. 여행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는지 보다 여행하는 자의 마음일 것이다. 여행하는 자의 특별한 경험과 마음을 잘 표현해서 나누어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쇼파에서 과자를 먹으며 편안하게 앉아 책을 보며 한바탕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이제 몸을 일으켜 내 여행과 내 삶을 좀 더 신나게 재미있게 꾸려나가야겠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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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강아지 뽐뽐 뽐뽐 시리즈
이리스 드 무이 지음, 이재현 옮김 / 위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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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에게도 같이 뒹굴고, 같이 뛰어다니던 강아지가 있었다.

어디든 함께 다니고 아침 저녁으로 눈만 뜨면 보고싶은 강아지였다.

 

즐거울 때는 한없이 예뻐하고 사랑해주었지만

또 내가 화가 날 땐 가끔 강아지한테 괜히 심통을 부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어떻게 하더라도 한결같이 날 따라다니며 손을 핥아주던 내 강아지.

내 동생이고, 내 친구고, 내가 사랑한 '내 강아지'.

 

내 강아지 뽐뽐은 그 소중한 강아지가 생각나는 그림책이다.

그림이 단순한데도 신기하게 강아지의 부드러운 털이랑 따뜻한 숨결이랑 자그마한 관절의 느낌까지 모두 느껴진다.

 

강아지를 꼭 껴안고 자던 어린 시절처럼,

자기 전에 뽐뽐 책을 읽어보고 머리 맡에고 두고 자면, 다시 아이가 되어 내 강아지와 함께 온동네를 돌아다니는 꿈을 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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