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일만 하다가는 - 당신이 잊고 있던 보딩패스에 관하여
장성민 지음, 임진아 그림 / 위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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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보는 순간 멍하고 한참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일만 하다가 나는,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보통 여행 책을 읽으면 그 곳에 가고 싶어진다. 처음 내가 읽은 여행 책은 인도 여행기였고, 나는 강렬한 욕망에 휩싸여 배낭을 꾸렸다. 첫 여행이 나에게 준 강렬함으로 나는 틈틈이 배낭을 꾸릴 기회를 엿보며 살았고, 세계 일주를 떠날 마음의 준비는 언제라도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책 속에 나오는 여행지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이 아니었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는 이 속에 나오는 여행지의 이국적인 풍경에 매료되고, 저자의 새로운 경험에 빠져들기도 하고, 긴장되는 상황에 가슴을 두근거리기도 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웃기도 하면서 한 번에 신나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지금 살고 있는 내 삶과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지금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여행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행지에 대해 찬사만 늘어놓는 책이었다면 부러움으로 끝났을 텐데, 이 책의 내용은 여행 이야기만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크든 작든 무언가를 꿈꾸며 살아가는 일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나를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회피로서의 여행이 아니라 그냥 내 삶의 일부로서의 여행을 할 수 있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여행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당연히 이 책을 읽고 나서 비행기표를 뒤지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저자가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여행’을 다시 계획하게 되었다. 지금 내 삶을 바라보고, 앞으로 어떤 여행을, 또 어떤 삶을 꿈 꿀 것인가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건 무리야, 거긴 너무 덥지 않니?, 지금 돈을 바짝 아껴야지, 따위의 바깥에서, 내 안에서 나를 붙잡는 핑계들은 멀리 던져 버려야겠다. 여행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는지 보다 여행하는 자의 마음일 것이다. 여행하는 자의 특별한 경험과 마음을 잘 표현해서 나누어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쇼파에서 과자를 먹으며 편안하게 앉아 책을 보며 한바탕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이제 몸을 일으켜 내 여행과 내 삶을 좀 더 신나게 재미있게 꾸려나가야겠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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