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게스트하우스 - 서로의 이야기들이 오가는동안 맥주는 시원하고 밤공기는 포근할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3
장성민 지음 / 위고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첫 여행에서 게스트하우스는 신비롭고 근사했다. 각자 다른 나라에서 모인 젊은이들이 손짓발짓 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여행 정보를 공유했다. 그 때는 남은 이십대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더 많은 게스트하우스를 다니고, 그 곳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혹시 나이가 들어 마음에 쏙 드는 곳을 찾으면 그 곳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노후를 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상상 하기도 했다. 그 뒤로 생각만큼 많은 여행을 하거나, 게스트하우스를 경험하지는 못했기에 <게스트하우스>라는 책을 펼치며 더 설레는 마음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다양한 여행지의 게스트하우스와 작가의 감정이 묘하게 얽혀있는데 여행자의 설렘이 가득한 게스트하우스의 밝고 희망차고 복작복작함이 작가의 깊고 텅 빈 외로움과 대비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객관적으로 ‘좋은’ 게스트하우스는 존재하지 않으며 주관적으로 ‘마음에 드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게스트하우스가 유명 관광지를 가기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하루 묵어가는 공간이 아닌 그 자체로서 목적이 되고, 만족스럽기까지 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외로워서 떠난 그 길에서, 그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멋진 풍경을 볼 수도 있지만 결국 돌아오며 만나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작가도 지금 어느 멀고 신비로운 땅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추억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많다는 점은 몹시 부러웠다. 책장을 덮고 나서 나도 어느 잠이 안 오는 밤에, 추억이 깃든 장소를 떠올려보았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그 때의 감정, 냄새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그리고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은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그리고 다시 어느 멋진 게스트하우스에 가는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왜 그곳을 골랐는지 왜 마음에 드는지, 그래서 그런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어느 먼 곳에 있는 어떤 게스트하우스에 가보고 싶어졌다.

 떠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