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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도 - 사라진 선감학원의 비극
김영권 지음 / 작가와비평 / 2020년 8월
평점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는 250여 명의 주민들이 사는 섬이 있습니다. 섬의 이름은 선감도.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들꽃과 확 트인 바다가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이 섬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감도는 1942년 일제 강점기부터 1982년까지 ‘선감학원’이라는 소년 수용시설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부랑아를 구제하고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참혹한 인권유린이 벌어졌죠. 하지만 아직도 진상 규명과 유해 발굴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요.
선감학원은 항일운동을 하는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시설이었고, 군부독재 시대까지 남아 아이들을 강제 수용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까지도 고문과 강제 노역과 인권유린 행위가 이어졌다니요!?
자살하고, 성폭행을 당하고, 섬을 탈출하다가 목숨을 잃은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어째서! 누가! 무슨 권리로! 아이들의 삶을 이렇게 잔인하게 짓밟을 수 있나요? 저열한 폭력으로 누가 누굴 교화하겠습니까?
모르는 사람도 많았던 선감학원의 진실! 이 일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선감원 부원장으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선감도에서 살았던 이하라 히로미츠가 ‘아! 선감도’라는 소설을 발표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당시에 그는 8세 정도의 나이였는데요. 그때의 기억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참혹했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하고 소설을 썼을까요?
최근 한국에서도 선감학원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려는 활발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인권문제 언급을 했고, SBS<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방송을 했습니다. 그리고 김영권 작가는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선감도: 사라진 선감학원의 비극’은 10대 소년 용운의 이야기로 펼쳐집니다. 용운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어머니와 병에 걸린 아버지와 살았습니다. 불우한 환경이라도 가족의 곁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머니에게 버려져 선감학원에 끌려갑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을 쓴 수필처럼 생생합니다. 10대 소년의 시선에서 아픔과 갈등이 그려집니다. 소설 초반에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생을 고민하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용운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자유를 갈망하는 소년을 바라보며 제 인생을 돌아보았습니다. 주어진 자유에 감사하지 못하고, 삶을 허비하고 생명을 가볍게 여겼던 것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만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설을 읽으면 그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읽은 이유는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내 처지는 한결 낫다는 위로를 얻고자 함이 아닙니다.
울고 있는 사람의 곁에서 함께 울어주고, 힘겨운 처지의 사람에게는 손을 내미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이 점점 어지럽고 탁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내 안의 측은지심을 지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감사와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이 시대의 자유는 과거에 살았던 누군가의 피와 눈물 위에 지어진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집이 풍파를 잘 견딜 수 있도록 지키고 다음 세대에게 잘 물려주어야 합니다.
“날갯짓이 무한한 자유만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고투라는 걸 안다.
그래도 그 고투를 사랑하고 싶다.”
-선감도, 336p-
현재 선감도에는 과거의 일을 알리는 푯말 하나 없다고 합니다. 작가가 방문해도 취재할 것이 없는 장소였다고 합니다. ㅠㅠ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과거는 지워야 할까요?
완벽하게 지울 수 있다면, 영원히 아무도 모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상처를 마주하고 더 늦지 않게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다시는 그런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모두의 시선으로 지켜야 합니다.
선감학원에 대해서 누군가는 논문을 쓰고, 누군가는 방송을 내보내고, 누군가는 소설을 썼습니다.
그들은 한을 품고 죽어간 이들을 기억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제 관심을 가지고 힘을 보태는 일은 우리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