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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안톤 반 주트펀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평점 :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사람 한비야씨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그녀에게 푹 빠진 세월이 10년이 넘었네요. 미래의 한비야가 되겠다고 20대에는 다양한 NGO활동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한비야씨의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나 청춘’이라는 말이 딱 이런 분에게 쓰는 말이죠.
물론 조용하게 묵묵히 멋진 일을 해내시는 많은 분이 있지만, 누군가는 유명인이 되어 이들이 하는 일을 알리고 더 많은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죠.
이번에는 어떤 모험을 하셨을까? 어떤 세상을 만나셨을까? 한비야씨의 책은 늘 기다려집니다.
그런데 이번 책은 깜짝 놀랐어요. 한비야씨의 결혼 이야기가 담긴 책이거든요.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이 책은 60세가 넘어서 만난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씨와 한비야씨의 독특한 러브스토리가 담긴 책입니다.
한비야씨는 일부러 결혼하지 않는 비혼주의자인 줄 알았는데, 그냥 비혼 상태였지 비혼주의자는 아니라고 합니다. 이제라도 가정을 이루게하심이 참 감사하네요. 60세가 넘어서도 인연을 만날 수 있음이 놀랍습니다.
저는 결혼 생활에서 필요한 것이 ‘따로 또 같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에서는 따로 또 같이에 대한 삶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요.
부부가 함께 집필한 책이라서 아내의 입장과 남편의 입장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두 분의 사랑을 보면서 인연은 언젠가는 나타난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아요. 종교도 같고, 배낭여행을 오래 한 끝에 구호 현장에 투신할 것을 결심했고, 텔레비젼과 SNS를 좋아하지 않고, 책과 글쓰기를 좋아해요. 무엇보다 인생의 가치관과 목표가 비슷하죠.
저는 너무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맘고생을 하는데(달라서 좋을 줄 알았음) 이 커플이 무척 부러웠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분들도 공통점과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한비야씨는 비바체(빠르게)이고 안톤은 안단테(느리게)인 사람입니다.
아내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남편은 사진 찍기를 싫어해요. 아내는 밥을 대충 때우고 남편은 삼시세끼를 여유롭게 먹어요. 아내는 벼락치기 스타일이고 남편은 미리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입니다. 잠도 아내는 적게 자고 남편은 충분히 많이 자요.
비슷해보여도 다른 것이 많습니다.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살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마도 크고 중요한 가치가 비슷하기에 다른 것들은 양보하고 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들은 사는 곳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남편의 고향인 네델란드에서 살기도 하고 아내의 고향인 한국에서 살기도 합니다. 서로 몇 달씩 떨어져서 지내다가 만나기도 하죠.
돈에 관해서도 철저하게 더치페이를 하더라고요. 가족 모임, 축의금도 반반씩. 번거로운 비용 계산도 돌아가며 합니다.
선물은 생일에만 하는데, 미리 물어보고 꼭 필요한 것을 사줍니다. 그래서 받은 것을 안 쓰는 일, 소모적인 기대나 실망이 없다고 해요.
‘비야가 내 인생에 들어오면서
드디어 내게도 성숙기가 찾아왔다.
그와 더불어 이해, 공감, 신뢰, 평화라는
성숙기의 덕목이 일상생활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88p-’
60년이나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같이 사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누구 하나가 인내하고 희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커플은 서로가 노력해요. 그리고 이들의 중심에는 ‘하느님’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삶을 읽으며 평화로운 커플 생활에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한비야씨의 결혼생활이 그것이 비현실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역시 남다른, 멋진 여성입니다.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무엇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우리는 이렇게 살아요’를 보여주는 책이지만, 저는 이 책에서 배운 것이 많습니다.
나답게 살게 하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책!
기혼자 미혼자에게 모두 추천하고 싶어요.
미혼자는 어떤 사람과 결혼해서 어떤 결혼생활을 할 것인지 그려볼 수 있으며, 기혼자들은 결혼생활에 고난이 닥쳤을 때 이겨낼 지혜를 얻을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