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받는 스트레스는 '변화'입니다. 내가 참아야 한다고 하고, 내가 변해야 한다고 내 탓 하는 상황. 그래서 스스로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슬픔을 겪고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없을까?' 나대로 살수 없음이 아쉽네요.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위로를 받았어요. '전시 디자인 미술의 발견'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전시기획 전문가가 집필한 책입니다. 미술 작품에 대한 에세이는 꽤 읽었지만, 전시 기획에 관한 책은 처음 읽었어요. 어떤 분은 전시 관람이라는 말만 떠올려도 지루할 것입니다. 저도 전시보다는 공연 관람 쪽을 좋아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전시의 매력에도 푹 빠졌네요. 전시 기획자는 낡은 산업 시설도 예술 전시회장으로 만드는 기획의 힘을 가졌습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걸려 있는 배경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게 하는 마법을 부릴 수 있죠. 지루할 것 같은 전시회장에서 발상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답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기획한 전시에 대한 준비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어요.가장 처음에 나오는 이중섭 작가의 기획 전시부터 빠져들었네요. 작가는 죽고 작품과 이름만 남았는데 그의 혼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 같은 전시를 기획하셨어요. 관람자가 시간이 빙의되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여요. 이중섭 같은 유명한 화가도 작품을 빛나게 하는 전시 기획자가 없으면 조용히 묻히죠. 전시 기획 일의 가치가 무척 위대하네요.공간이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에는 조명, 음향, 냄새, 촉감이 있다고 합니다. 이 요소를 잘 활용하면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송신인과 수신인을 연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작품마다 서로 다른 여백을 주어야 하고 마주 대하는 방식도 달라요. 성격이 다른 작품을 똑같이 나열하면 작품이 지닌 고유한 목소리를 듣기 어렵겠죠. 같은 작품도 기획과 디자인에 따라 새로운 독창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일이 신비로웠어요.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하거나 단문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제가 하는 소소한 일에도 독창성을 고민하며 정성을 담는다면 특별하게 빛날 수 있을 것 같아요.멀고 낯선 나라에서 얻는 경험도 인상적이지만,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에서의 경험도 소중하네요. 앞으로 전시를 관람할 시선이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아요. 저자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미 고인이 된 작가에게 묻는다고 합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살아있는 작가와는 대화를 통해 그의 마음을 알기 위해 애쓰고요.어떤 때에는 작가의 미완성 작품까지 전시했는데요. 무대 위 화려한 모습이 있기까지 무대 뒤편에서 흘렸을 배우의 땀과 눈물의 의미를 미완성 작품 전시에 담았다고 합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도 예술 작품을 완성하는 노력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전시 디자인은 도록처럼 남지 않고 전문 비평가도 없다고 합니다. 저자가 자신의 발자취를 기록할 수 있는 글쓰기의 힘을 가진 것이 감사하네요. 그 힘이 날개가 되어 한국 작품 전시가 더 큰 세상으로 날아가길 기대합니다. 이 책을 덮으니 하나의 전시회장에 다녀온 기분이 들어요. 잔잔한 여운이 남았고 요즘 힘들어하던 일에 떠오르는 답도 있었습니다.전시회에 걸린 작품을 보면 그 자리에 그런 모습으로 걸려있는 이유가 있어요. 그렇게 있을 때라야 가치가 가장 빛날 수 있기에 누군가가 고려한 결과이죠.'사람이 작품이라면 나는 어디에 어떻게 걸려 있어야 할까?'저의 인생도 이 자리에서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 이유를 묵상해 봅니다. 비록 버겁고 힘들지만, 신이 고려하여 지정하신 이유가 있다고 믿기에 버티려고요.이 책을 통하여 다른 분들도 색다른 감상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