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나태주 지음, 임동식 그림 / 열림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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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쓰기 어려운 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시'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통찰한 것을 덜어내어 함축하는 과정은 많은 양의 글을 쓰는 것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인생이 지향하는 방향도 시를 닮았으면 좋겠어요.

자꾸 욕심내고 채우는 것보다 깨닫고 비우며 진짜 중요한 것만 남기고 싶어요.

그렇게 여운을 남기는 인생이라면 좋겠어요.

여운이 가득한 시집을 만났습니다. 그림과 글을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죠.

오늘은 임동식 화백이 그리고 나태주 시인이 글을 적은 책을 소개해요.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입니다.

임동식 화가와 나태주 시인은 동갑내기 친구입니다.

친구가 정성을 다하여 그린 그림에 친구가 마음을 실은 글을 붙였습니다.

이 과정은 꽤 낭만적이네요. 요즘 말로는 브로맨스가 굿? ㅎㅎ

견우와 직녀의 만남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어요.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친구와의 만남도 아름다울 수 있네요.

저는 아직 살아보지 않은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인생을 바라보는 깊이있는 시선을 얻으셨을 두 분.

두 어르신의 작품을 이렇게 쉽게 책 한 권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어요.

그림에 글을 붙이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너무 드러나게 설명하는 것도 좋지 않고, 개인적인 체험을 담아서 모호하게 써도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시집은 글과 그림의 조화가 참 좋아요. 마치 처음부터 한 세트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는 '소년 시대'와 '아버지의 집'이었어요.

그냥 글만 읽는 것보다 그림과 함께 보니까 감동이 몇 배로 크게 다가왔어요.

어떻게 이 그림에서 이런 글을 떠올렸을까 신기했습니다. 역시 나태주 작가님이구나!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문장도 많았어요.

나태주 작가님이 대중에게 워낙 유명한 시인이고 참여하는 책도 많아서 어떤 사람은 유행가처럼 가볍게 흘러가는 작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이 시집을 보면 연륜과 깊이가 물씬 느껴질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소년시대를 떠올리며 풀밭에 맨몸으로 쓰러지고 싶던 시절이라고 표현했어요.

눈 오는 풍경은 사람과 나무가 정답게 이웃하던 날이라고 하네요.

불빛은 어둠의 바탕이고 어둠은 불빛의 집이라는 표현도 인상적이고요.

마음속 불빛이 꺼진 사람들에 대한 탄식과 연민도 느껴져서 좋았어요.

전체적으로 이 시집에서 느껴지는 교훈도 있어요.

'겨울 없이 어찌 봄일 수 있을까 고통 없이 어찌 기쁨일 수 있을까'하는 인고의 시간에 대한 가치입니다.

그림이 시가 되는 기적을 만나고 나서 저 또한 그림을 보고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만이 아니라 사진 한 장에도 얼마든지 의미 있는 글을 꺼내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어요.

제목에서 받은 감동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는 말은 요즘 시대로 말하면 적당한 라임을 갖춘 위트 있는 표현이네요.

이 제목을 보니 그리운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당장 모두를 만날 수는 없겠죠. 그들이 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누군가가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보겠습니다.

이 시집은 아파하고만 있지 말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시 일어날 희망을 품으라고 다정한 응원을 건네는 것 같네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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