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쓰기 어려운 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시'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통찰한 것을 덜어내어 함축하는 과정은 많은 양의 글을 쓰는 것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인생이 지향하는 방향도 시를 닮았으면 좋겠어요. 자꾸 욕심내고 채우는 것보다 깨닫고 비우며 진짜 중요한 것만 남기고 싶어요. 그렇게 여운을 남기는 인생이라면 좋겠어요. 여운이 가득한 시집을 만났습니다. 그림과 글을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죠. 오늘은 임동식 화백이 그리고 나태주 시인이 글을 적은 책을 소개해요.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입니다. 임동식 화가와 나태주 시인은 동갑내기 친구입니다. 친구가 정성을 다하여 그린 그림에 친구가 마음을 실은 글을 붙였습니다. 이 과정은 꽤 낭만적이네요. 요즘 말로는 브로맨스가 굿? ㅎㅎ견우와 직녀의 만남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어요.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친구와의 만남도 아름다울 수 있네요. 저는 아직 살아보지 않은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인생을 바라보는 깊이있는 시선을 얻으셨을 두 분.두 어르신의 작품을 이렇게 쉽게 책 한 권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어요. 그림에 글을 붙이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너무 드러나게 설명하는 것도 좋지 않고, 개인적인 체험을 담아서 모호하게 써도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이 시집은 글과 그림의 조화가 참 좋아요. 마치 처음부터 한 세트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는 '소년 시대'와 '아버지의 집'이었어요. 그냥 글만 읽는 것보다 그림과 함께 보니까 감동이 몇 배로 크게 다가왔어요. 어떻게 이 그림에서 이런 글을 떠올렸을까 신기했습니다. 역시 나태주 작가님이구나!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문장도 많았어요. 나태주 작가님이 대중에게 워낙 유명한 시인이고 참여하는 책도 많아서 어떤 사람은 유행가처럼 가볍게 흘러가는 작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이 시집을 보면 연륜과 깊이가 물씬 느껴질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소년시대를 떠올리며 풀밭에 맨몸으로 쓰러지고 싶던 시절이라고 표현했어요.눈 오는 풍경은 사람과 나무가 정답게 이웃하던 날이라고 하네요. 불빛은 어둠의 바탕이고 어둠은 불빛의 집이라는 표현도 인상적이고요. 마음속 불빛이 꺼진 사람들에 대한 탄식과 연민도 느껴져서 좋았어요.전체적으로 이 시집에서 느껴지는 교훈도 있어요. '겨울 없이 어찌 봄일 수 있을까 고통 없이 어찌 기쁨일 수 있을까'하는 인고의 시간에 대한 가치입니다. 그림이 시가 되는 기적을 만나고 나서 저 또한 그림을 보고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만이 아니라 사진 한 장에도 얼마든지 의미 있는 글을 꺼내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어요.제목에서 받은 감동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는 말은 요즘 시대로 말하면 적당한 라임을 갖춘 위트 있는 표현이네요. 이 제목을 보니 그리운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당장 모두를 만날 수는 없겠죠. 그들이 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누군가가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보겠습니다. 이 시집은 아파하고만 있지 말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시 일어날 희망을 품으라고 다정한 응원을 건네는 것 같네요.*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