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미술관 - 그림에 삶을 묻다
김건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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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셋 모옴의 소설 '달과 6펜스'를 닮은 책을 만났습니다.

평생을 가난, 고독, 상실 같은 것에 짓눌려 고통을 받으면서도 예술의 길을 버리지 않은 화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책이 주는 깊은 매력만큼, 그림 한 점에도 짙은 매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예술가의 고독한 이야기나 그림에서 종종 위안을 받습니다.

'인생 미술관'이라는 책의 첫 장은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로 열렸습니다. 이제는 너무 유명한 화가 고흐. 그는 살아서는 부와 명성을 누리지 못했죠.

평생을 지독한 가난과 정신병에 시달리고 많은 좌절을 겪었습니다. 마음을 열었던 친구와 멀어지고 운명의 사랑도 얻지 못했죠.

제가 고흐 같은 화가에게서 위안을 받는 이유는, 타인의 불행을 바라보며 나의 평온에 안도하는 뒤틀린 마음 때문이 아닙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이상 실현을 위하여 치열하게 노력한 흔적 때문입니다.

명화를 보면 두 가지 마음이 느껴집니다. 하나는 그것이 완성되었다는 감격이고 다른 하나는 그림을 위하여 숱하게 흘렸을 땀과 눈물을 떠올리며 감동을 느낍니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서 오는 감동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이상을 의미하는 달, 물질이나 세속적인 것을 의미하는 6펜스. 예술가라면 누구나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했을 것입니다.

저도 과거에 미술 전공을 위하여 노력하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다가오지도 않은 현실의 벽을 두려워하며 꿈을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치열하지 않았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불안한 마음과 고통마저 예술로 승화시킨 고흐, 고갱, 뭉크를 바라보면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버닝>에는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그레이트 헝거는 인생의 참된 의미를 찾는 사람을 뜻합니다. 인생미술관에 등장하는 화가들의 모습이 멋진 그레이트 헝거들이 아닐까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화가들을 처음에 소개할 때 신문에 실린 부고처럼 다가갔다는 것입니다. 이런 설정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시작이나 과정보다 마지막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죽었을 때야 비로소 그 자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가 요약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고작 몇 줄의 묘사로 누군가의 긴 세월이 명료해지기도 합니다.

시와 소설이 되고 음악이 되는 그림을 알고 싶다면 인생미술관 책을 만나 보세요. 이 책은 명화와 화가의 이야기를 동시에 담으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능력도 품었습니다.

예술가의 일이 자연과 사람 사이의 통역자라면, 이 책의 저자 김건우 씨가 하는 일은 그들과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다리를 지어주는 일 같아요.

아쉬운 점은, 저자가 성경에 대한 지식이 있었으면 명화를 보는 시선이 더 깊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명화들이 성경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을 담고 있기 때문이죠. 저도 성경공부를 하고 나서 명화를 다시 보니까 참 좋더라고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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