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의 썸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썸머라는 여자를 만나며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담긴 영화인데요. 이별을 겪고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 주곤 했습니다. 이 영화의 이름을 닮은 소설이 나와서 흥미가 생겨 읽어 보았어요. 50일간의 썸머이 책은 청소년 독자들을 위해 쓰인 소설입니다. 인공지능 썸머와 여러 아이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죠. 영화 <500일의 썸머>가 어른의 사랑을 위로하는 책이라면, 이 책은 청소년기의 사랑을 위로하는 책 같아요. 특히 첫사랑이 진행 중이거나.. 이미 끝난 사랑에 상처가 남아 있다면 추천하고 싶네요. 이 책은 이해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모든 면에서 내 취향을 맞추는 인공지능 썸머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만이 가진 것은 무엇일까를 깨닫게 합니다.인공지능 썸머와 함께하는 일상은 상상만 해도 행복할 것 같아요. 매일 아침에 감미로운 음악을 틀어 나를 깨우고, 하루 일정을 정리하여 이끌어 주고, 시험 범위 내용도 미리 예약해 주고, 예상 문제를 뽑아 주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음료를 적당한 시기에 제안하고…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완전히 이해받는 기분이 들겠죠. 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곧 깨닫습니다. 인공지능과의 관계는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없다는 것을요. 썸머와 단둘이 지내는 일은 무균실처럼 안전한 세계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을 공허하게 합니다. 소설 속 아이들은 완벽한 사람, 완벽한 관계는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것만 깨달아도 세상을 보는 시선과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성숙해집니다. 사랑의 기쁨은 잠깐이고 고통은 영원한 것이기에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려는 사람.어떤 작은 불편한 감정들을 견디지 못하여 상대와의 관계가 성장하는 것을 회피하는 사람.그래서 세상과 사람에게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인간은 부족하기에 완벽합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답습니다.이 생각을 하니까 지금 내 곁에 있는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 부족한 점이 많은 나 자신까지 참 사랑스러워지네요.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도 함께 읽으면 좋겠어요.*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