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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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온 소설을 한 권 읽었습니다.

마음이 바쁜 시기에는 소설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요즘은 좀 분주했고, 그래서 신간 소설이 쏟아져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이런 저의 시선을 강렬하게 붙드는 책이 있었어요.

‘결혼하지 않는 도시’입니다.

이 책은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신경진 작가의 신작 소설입니다.

세계 문학상은 세계일보에서 주는 상인데요. 독특한 주제의 작품이 상을 받기에 저도 관심 있게 지켜봅니다.

일단 신경진 작가에 대한 기대를 품고 읽었습니다.

역시 간결하고 흡입력 있는 문장이 시선을 붙들었습니다.

저는 제목을 보고 소설의 내용을 짐작하는데 제가 예상한 내용과 달라서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습니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처럼 결혼을 거부하는 혹은 억제하는 독특한 도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았어요.

이 소설은 그런 판타지스러운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처절하게 현실적인 연애와 결혼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이 소설은 과거부터 현대까지 3대에 걸친 등장인물들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작은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촘촘하게 이야기를 쌓아 나갑니다.

이 과정은 심리학을 떠오르게 합니다.

심리 상담을 할 때, 현재의 고통이 아닌 오랜 과거를 질문하고 뿌리까지 내려가는 과정을 겪습니다.

저는 작가가 3대에 걸쳐 연애와 결혼을 보여준 이유를 추측하며 소설을 읽었습니다.

아마도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고정 관념과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다른 시대의 다양한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며 연애와 결혼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유도한 것 같아요.

어떤 소설은 킬링타임용으로 재밌게 읽으면 끝이지만, 이 소설은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없어서 자꾸 물음표가 떠오릅니다.

결혼이 사랑의 완성일까?

결혼하지 않으면 사랑은 소멸될까?

결혼없는 사랑과 사랑없는 결혼 중에서 나라면 어떤 쪽을 선택할까?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등등…….

이 소설에는 제가 응원하고 싶은 등장인물도 없고, 감정을 이입해서 공감할 수 있는 등장인물도 없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이유가 부부싸움, 육아, 시댁과의 갈등이었는데, 이 책은 이런 소재가 자세히 묘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물들 사이의 감정과 과거가 중심인 소설이라서 저는 마치 CCTV가 된 것처럼 이들의 삶을 관조했습니다.

사랑의 완성이 결혼이라고 생각했고, 결혼했으면 자식을 낳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보수적인 사람이라서 이 소설이 매우 낯설었습니다.

이런 고정관념이 저의 사상을 틀에 가두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 큰 성장을 위해서 마음이 넓어지고 싶습니다.

요즘은 미혼이 아닌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지 궁금하네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자유로운 사상가가 되었습니다.

역시 독서는 제가 상상하지 못한 낯선 곳으로 떠날 수 있는 마법의 묘약입니다.

‘결혼하지 않는 도시’에서 한 여행은 신선하고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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