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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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버거운 무게로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때로는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고, 기도조차 나오지 않죠.

인생이 너무나 고독하고 외롭고 쓸쓸해지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그러나 그럴 때는 어둠 속에 나를 내버려 두지 않고, 좋은 책 한 권을 꺼내 듭니다.

오늘은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었어요.

박완서 작가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지만, 글이 남은 덕분에 현역 작가처럼 다시 만날 수 있네요.

엄마로 살면서 박완서 작가의 글이 더 좋아졌어요.


이 책은 박완서 작가가 남긴 산문 660여 편 중 가장 글맛 나는 대표작 35개가 들어 있습니다.

작가님의 소설도 참 좋아하지만, 산문은 더 좋네요.

때로는 실수도 하고 반성하는 인간적인 모습과 삶을 대하는 따스한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다양한 나이대에 쓴 것이라서 당시의 삶과 성찰이 느껴집니다.

이 산문에서 현재의 제 모습도 보이고,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책의 모든 부분이 소중하지만, 기억에 남는 구절을 몇 가지 공유합니다.

15p.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69p. 다시 꿈을 꾸고 싶다. 절박한 현실 감각에서 놓여나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92p. ‘넉넉하다’는 후덕한 우리말이 사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음의 부자가 늘어나고 존경받고 사랑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216p. 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라는 것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221p. 오래 행복하고 싶다.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

박완서 작가의 글이 제 마음을 안아주는 것 같았어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세상을 보는 시선이 너그러워집니다.

좋은 글을 읽으면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세상이 어느 때보다 위로가 필요한 시기이기에,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네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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