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시 인문학 - 도시를 둘러싼 역사 · 예술 · 미래의 풍경
노은주.임형남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마음대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시기에는 책으로 여행을 떠나요.
오늘은 부부 건축가가 세계 여러 도시를 다니며 쓴 책을 읽었어요.
최근 건축물에 관심이 많아졌는데요. 이 책에서는 유명한 도시와 건축물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어요.
도시 인문학? 도시에서 인문학을 배울 수 있을까요?
저는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바쁘고 삭막해서 언젠가는 떠나고 싶은 것이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그러워지고 따스해졌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도시는 책이라고.
도시를 관찰하면 읽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도시를 상징하는 것은 건축물인데요. 어떤 건축은 시대를 증언하는 힘이 있습니다.
아픔을 기억하는 건축물도 있어요. 독일 베를린에는 유대인 박물관이 있습니다.
이 건축물은 입구도 창문도 없어 내부가 보이지 않습니다.
표면에는 손톱으로 할퀸 상처처럼 보이는 사선이 있습니다. 통로에는 철로 만든 납작한 가면들이 있는데, 밟으면 비명 같은 소리가 납니다.
이 건축물은 도시의 아픔을 기억하는 상징이 되었죠.
똑똑하고 미래 지향적인 건축물도 있어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은 소각한 쓰레기들에서 나오는 열로 난방을 하는 친환경적인 건축물입니다.
이 건축을 설계한 건축가 훈데르트 바서는 ‘손님이 함부로 남의 집에 해를 끼치지 않듯 인간도 자연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땅에 묻힌 것 같은 지추 미술관을 지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나, 무릉도원을 표현한 미호 뮤지엄 같은 곳도 자연의 경관을 헤치지 않으려 노력한 것 같아서 보기 좋았어요.
사실 자연을 헤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축하지 않는 것이겠지만요. ㅠㅠ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저자의 시선이 자연과 약자를 배려하는 건축물이 닿아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저자의 관심이 닿은 덕분에 좋은 사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죠.
현재 대한민국도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 있어서 끝도 없이 집값이 치솟고 있죠.
잘 설계한 도시는 빈곤,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큰 도움을 줍니다.
건축가 발크리슈나 도시가 설계한 아라냐 주거단지는 8만 명의 저소득층을 수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아라냐는 다양한 크기의 거주 공간과 개별 정원이 있고 미로 같은 좁은 길을 통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곳이죠.
반 시게루 건축가는 맥주상자, 종이튜브, 텐트로 만든 이재민을 위한 집을 지었어요.
이 집은 저비용이 들고 재료도 부담이 없고 철거도 쉬워서 긴급 재난 지역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었죠.
이런 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사람에 대한 애정과 약자에 대한 배려가 가슴 속에 가득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뿐만 아니라 1882년에 초석을 놓았지만, 여전히 짓고 있는 안토니오 가우디의 성 가족 성당, 매혹적인 풍경을 지닌 베니스의 건축물,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이 나오는 충징빌딩,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건물 부르즈 칼리파 등 다양한 건축이 나옵니다.
캘리포니아 쿠포티노에 있는 애플 사옥은 가운데가 뻥 뚫린 도넛 모양인데요. 우주선처럼 생겼더라고요.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사옥은 축구장 7개를 합친 규모인데요. 모든 직원이 칸막이 없이 열린 채 얼굴을 맞대고 소통한대요. 옥상 전체는 정원과 산책로입니다.
이 책에는 건축물 이야기 말고도 음악, 영화, 책 이야기도 종종 등장해서 아는 내용이 나오면 반가웠어요.
저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런 기분이 들었어요.
어느 도시를 여행하다가 멋진 카페를 발견하고 우연히 들어갔는데, 차 맛이 은은하게 좋았던 느낌!?
그리고 제가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은지 그려볼 수도 있었던 두근두근한 독서의 시간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