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굽는 목사
손경희 지음 / 가나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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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독특한 카페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카페인데 주일에는 교회로 변신하는 곳입니다. 사장님은 목사님입니다.

‘목사님이 왜 장사를 하지?’

처음엔 이 카페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단 종교에서 여는 미끼용 카페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상한 장소가 아니었고, 목사님은 이중직 목회자였죠.

커피값이 싸고 맛도 좋아서 엄마들과 모임 장소로 잘 이용하고 있어요.

저에게 참 낯설었던 이중직 목회자에 관한 책이 나와서 읽어보았어요.

‘도넛 굽는 목사’


손경희 목사님은 미국에서 신학 공부를 했지만 귀국해서 한국에 개척 교회를 여신분입니다.

미국에는 이중직 목회자가 많아서 도넛 장사를 하셨다고 해요.

그 경험을 살려서 한국에서도 도넛 가게를 운영하며 목회자 일을 합니다.

이 책은 손경희 목사님이 직접 겪은 놀라운 간증과 은혜 모음집입니다.

목사님이 사업을 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의 가정을 스스로 책임져서 성도들에게 물질적인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것.

두 번째는 진짜 위로는 같은 처지에 있을 때 더 강력하다고 믿기에 성도들처럼 일하는 것.

세 번째는 교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과 만남의 장을 마련하여 세상 속에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손경희 목사님을 잘 모릅니다. 그가 좋은 분인지 존경받을만한 분인지 책 한 권을 읽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목사님이 사업을 하시는 의도에는 크게 공감하여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제가 교회에 다닌 지 4년 정도 되었는데요. 교회가 세상과 많이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다니는 교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비친 교회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교회 이미지는 너무 폐쇄적인 느낌이 듭니다.

크리스천들도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는 걸 드러내지 않는 사람도 많고, 전도에 대해서도 별로 적극적이지 않더라고요.

누군가를 직접 품어주고 챙겨주는 것보다는 혼자 기도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힘들 때는 곁에 없다가 나중에 나타나서 너를 위해 기도했다고 말하더라고요.

교회에서 사역을 맡은 사람 중에는 오직 목사님께 잘보이기 위해 애쓰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행사 하나를 준비해도 함께하는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착하고요.

명품과 부동산에 관심 많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비싼 학원과 과외에 몰아넣고, 다들 그러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믿음이 깊은 자들도 저와 다를 바 없었어요. 교회 안도 속물적인 세상과 같았습니다.

‘내가 교회를 오래 다녀도 나도 저렇게 변하는 게 없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우울하더라고요.

그런데 목회자와 이런 것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니 그 이유가 우리는 모두 죄인이고, 죄인들이 교회에 모여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교회에 다니면서 은혜롭고 아름다운 경험도 많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한국 개신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서운하고 답답한 점들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의 한국 교회가 미움받는 이유를 아주 잘 알겠거든요. 예수님의 사랑, 성경 말씀이 세상이 전파되지 못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교회와 크리스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손경희 목사님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까요?

목사님은 한국에서 같은 목회자들에게 받은 상처가 많았다고 합니다. 주님이 위로해주시는 은혜가 없었다면 이겨내지 못할 큰 고통이었겠죠.

남북이 갈린 것도 서럽고, 이념이 나뉜 것도 안타까운데, 종교에서도 파를 나누니 소름이 끼칩니다.

어째서 이중직 목회자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까요?

자신의 생계조차 해결할 수 없으면서 입으로만 복음을 전하는 목사들보다, 장사를 해서라도 교회를 이끌어나가는 목사님이 더 훌륭하지 않을까요?

코로나 이후에 많은 교회가 어려움에 부닥쳤지만, 이 교회는 살아남기에 유리했을 것입니다.


도넛 굽는 목사님으로 사는 것은 그냥 목사님으로 사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험과 고난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교회 안에만 있으면 근사한 양복에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모두의 존경을 받으며 고결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죠.

그런데 장사를 사러 나가면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죠. 무례한 손님의 멸시도 받고 돈의 유혹도 받고요.

손경희 목사님은 이중직 목회자라서 성도를 위해 기도를 적게하고, 성도 돌보는 일에 소홀하다는 말을 들을까봐 더 열심히 노력한다고 합니다.

이 목사님의 삶을 읽으면서 ‘한국 개신교에 이런 희망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 책의 초반부는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손경희 목사님이 귀국하여 교회를 짓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저는 한국 교회들이 건축에 집착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에서나 교회 십자가가 보이는데, 왜?

목회자가 과잉 배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개척 교회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교회는 월세를 내는 건물의 일부에 위치한 작은 교회이지만 많은 성도가 다니고 있어요.

목사님은 사랑과 은혜의 빚만 지라고 하시고, 자신이 직접 빚 없이 사는 삶을 증명하시고 있어요.

넉넉하지 못해도 타국이나 지방에 있는 다른 교회를 돕는 교회입니다.

그래서 손경희 목사님이 교회를 지으며 시련을 겪는 이야기를 읽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다행히 책의 중후반부 내용은 이 시절을 지난 것도 이유가 있었고 깨달음을 얻으신 것이 나와요.

마치 소설을 읽다가 사이다를 마시는 것처럼 마음이 뻥 뚫렸어요.

하나님이 무조건 다 채워주실 거라는 믿음만으로 일을 벌이고 가족과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면 안 되니까요.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할 때
하나님께서 그 일속에서
다 해결하여 주실 줄 믿고
일을 추진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에 속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하나님의 일을 빙자하여
목사의 일을 하고 있진 않은지
의심해 봐야 하고,
매 순간 자신을 경책할 수 있어야 한다.-152p-’


예수님도 목수 일을 하셨고, 바울은 천막 짓는 일을 했고, 베드로는 물고기 잡는 일을 했고, 누가는 의사 일을 하면서 하나님의 일과 세상의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손경희 목사님은 일을 하면서 성도의 헌금이 어떻게 해서 드려지는 것인지, 그들의 예배 참석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일하는 목회는 성도들에게 물질적인 부담을 주지 않아서 좋다고 합니다.

저는 교회 설교 말씀에서 물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번 추수 감사절에도 너무 적은 것밖에 드릴 수 없음이 슬퍼서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헌금할 돈은 없으면서 잘 먹고 잘 쉬는데 쓰는 돈은 있는 제 자신이 밉고... 내가 헌금을 많이 하지 못하는 것은 신앙심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고...

이런 것이 부끄러워서 교회에 나가기 싫은 날도 있답니다.

이런 저의 마음이 언제쯤이면 좀 편안해질까요?


손경희 목사님의 책을 읽으며 한국의 기독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고, ‘실패에 맺히는 열매’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달콤한 도넛과 커피를 통해 주님의 사랑과 은혜가 전해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니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저도 아름다운 신앙의 열매를 키워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제가 싫어하는 일부 크리스천의 모습을 닮아갈까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신이 없다면 설명할 수 없는 기적으로 가득 차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고 싶어요.

나약하고 부족한 점이 많은 저를 주님께서 유용하게 사용해 주시길 바라며 서평을 마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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