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지음 / 몽스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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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제목을 보고 반한 책이 있네요.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초딩 때부터 제 좌우명이 ‘젊어서 노세’였거든요. 노는 것은 저의 즐거움이자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는 삶이 막상 쉽지가 않죠. 학교를 다니면 숙제와 학원에 치여 살고, 대학 진학까지 하고 나면 학업 스트레스가 끝인줄 알았는데 취업 스트레스가 기다립니다.

취업하면 사회생활 스트레스, 결혼하면 육아 스트레스에 치여서 ‘논다’는 것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지죠.

그냥 인생이라는 게 이렇게 계속 달려야 하는가요? 진정 논다는 것의 의미는 뭘까요? 어떻게 놀아야 노는 것에 대한 갈증은 사라질까요?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는 책을 만나고 제 안에 꿈틀거리는 질문에 대한 답을 좀 찾은 것 같아요.


저자 편성중씨는 카피라이터이고 아내는 출판 기획자입니다. 현재 둘 다 안정적인 직장은 없는 프리랜서 상태.

이 부부는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성북동 소행성’이라고 이름 짓고 살고 있어요.

부부 둘 다 놀고 있지만 다행히 굶어 죽지는 않았네요. 앞으로도 그럴 걱정은 없어 보여요. 살짝 겁은 나지만 어떻게든 살아진대요.

저자의 글을 보면 역시 노는 사람답게 세상을 보는 시선에 위트가 있어요. 무척 쿨합니다. 성격도 쿨할 것 같아요.

아내는 이혼 경험이 있는데요. 저자는 이혼에 대한 편견 없이 사람이 마음에 들어서 결혼해서 잘살고 있네요.

부부가 나누는 대화나 저자의 생각을 읽으면 이 부부가 참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혜자 : 여보, 우린 왜 같이 살아?
성준 : 음...... 집이 하나니까.
혜자 : 아.

누군가 바보 같은 질문을 해도 비웃지 않고 답해요. 나이가 쉰이 넘으시지만 사랑스럽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결혼은 두 권의 책을 한 권으로 합치는 일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일이라서, 서로 다른 남녀가 같이 살기는 쉽지 않죠.

이 부부도 모든 것이 딱 맞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능력 덕분에 큰 잡음 없이 사는 것 같아요.


별똥별

꿈에 별똥별을
보면서 생각했다.
별은 아내를 주고
똥은 내가 가져야지.
그래도
별이 하나 남네.
-156-

이 시가 왜 이렇게 로맨틱하게 느껴지죠? ㅎㅎㅎㅎ 이런 식으로 농담처럼 툭툭 던지는 글에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저자는 아내와 연애하며 사는 남자입니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참 현명한 남자죠.

책의 구성은 단편 글을 모아 놓은 에세이 형식이라서 부담 없이 읽기에 좋습니다.

요즘 웃을 일도 별로 없는 세상인데, 위트있는 글을 읽으니 저도 모르게 미소가 터지더라고요.

이 부부의 삶을 보며 깨닫는 것이 많네요.

나는 과연 어떤 아내인가?
남편을 믿어 주는가?
그의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가?

생각해보니 저란 여자, 참 부족한 아내입니다.

남편의 노는 것을 돕지도 못하고, 같이 즐겁게 놀지도 못하며 사네요. 그러면서 상대방 탓만 하고 불평불만을 가득 가지고 있고요.

지금 열심히 살아야 나중에 놀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지금부터 많이 놀아야겠어요.

노는 것에 꼭 물질적 여유나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이 집에서 함께 있을 때, 서로 힐링할 수 있게 하는 것. 무엇을 하건 즐겁게 하는 것. 이것이 제대로 노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어요.

예전에는 노는 것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TV나 보는 것, 멀쩡한 팔다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돈벌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런 이미지에서 좀 벗어날 수 있었어요.

시든 식물에 물을 주듯이 삶에 숨 쉴 여유를 주는 것도 노는 것이네요. 내가 행복을 느끼는 일을 미루지 않는 것이 노는 것이고요.

제대로 놀 줄 모르면 인생이 고달프고 힘들어요. 이건 제가 아주 큰 소리로 장담합니다.

최근 좋아하는 개그우먼이 죽었다는 소식에 제 마음이 더 선명해졌어요.

스트레스받으며 열심히 살지 말자.

그래서 억지로 짜내서 업데이트 하던 웹소설 연재도 멈추었고, 아이들 공부 시키려 잔소리하던 것도 줄였어요.

인생이요. 잠깐 머물렀다 가는 거잖아요. 지금 당신을 힘들게 하는 거 너무 힘들다고 여기며 지치지 마세요.

우리 인생에서 하는 걱정의 대부분이 쓸데없는 것이라잖아요. 좀 놓고 비우고 살 필요가 있네요.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놀 틈을 주지 않아요. 돈맛을 알면 쉽게 중독이 되어 젊음을 탕진하게 되죠.

이것을 깨달은 저자는 그래서 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쟁취할 수 있었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니 내 안의 ‘스튜피드(stupid) 버튼을 올린 것 같아요.

더 늦기 전에 지금 좀 놉시다.
이 책을 읽으니 좀 대책 없고 엉뚱해도 괜찮겠어요.
그냥 닥치고 행복 합시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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