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퍽10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1
빅토르 펠레빈 지음, 윤현숙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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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열광하는 러시아의 신세대 작가!
<뉴요커> 선정 세계의 젊은 작가 6인이 든 작가!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빅토르 펠레빈의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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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퍽10은 빅토르 펠레빈이 2017년에 발표한 소설입니다. 그런데 2020년이 되어서야 읽었네요?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갈 뻔했어요.

이 책은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문학번역원과 러시아문학번역원이 협업하여 출간했어요. 덕분에 한국 독자들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단 박수 쳐주세요. 반갑고 감사하니까요! ㅎ

요즘 소설 읽기에 흥미가 떨어지던 저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이었습니다.

SF소설의 품격을 확 높여준 책, ‘아이퍽10’을 소개합니다.
(아이폰10을 패러디 한 것 같네요.)

소설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입니다. 아주 먼 미래가 배경이고요.

이름은 포르피리 페트로비치인데요. 범죄를 밝혀 악을 벌하는 경찰이기도 하고 범죄 소설을 쓰는 작가이기도 해요.(243권이나 소설을 썼어요.)

이 시대의 사람들은 인간과 인간의 성적인 접촉을 불결한 것으로 생각해요.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로 성적 욕구를 충족합니다.

경찰청 소속으로, 범죄를 조사한 뒤 탐정소설을 써내 경찰에 수익을 안겨주는 알고리즘이자 문학 로봇인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는 미술작품 컨설턴트인 마루하 초에게 임대됩니다.

포르피리는 마루하 초가 시키는 대로 누가 어떤 작품을 샀는지 알아보고 조사하라는 임무를 맡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마루하 초에 대한 의심도 품습니다.

마루하 초도 포르피리에게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독특한 인물입니다. 보기에는 천생 여자인데 고환 달린 여성입니다.

이 둘이 대화를 하고 약간의 썸도 탑니다. 그래서 어떻게 될까? 궁금해지는 것이 소설의 묘미입니다.

인공지능과의 로맨스로 흘러갈까?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흘러갈까?

결과는 이 책을 선택하실 독자를 위해 말을 아끼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her>가 떠올랐습니다.

영화에서 인공지능 사만다는 목소리만 등장합니다만, 주인공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위로를 받고 사랑의 감정을 느낍니다.

영화<her>는 2014년에 개봉했어요. 영화의 스토리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2020년인 오늘날 이미 영화 속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아이퍽10에 그려진 세상도 곧 다가올 미래가 아닐까요? 아주 낯설지만 불가능한 스토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지만, 아이퍽10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철학적인 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관찰하는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며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볼 화두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 소설은 읽으면서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이 선인지 악인지가 모호하고 윤리의 틀도 깨부숩니다. 이런 시도가 독자들 각자의 해석을 존중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좋았어요.

다만 이 책은 전체관람가로 읽기에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좀 더 커서 읽기로 해요! 직접적인 묘사는 없지만, 성적인 표현과 욕설이 거침없이 등장하거든요.

코로나로 불안한 시대에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독특한 소설! 매력적인 소재와 등장인물, 작가의 엄청난 필력에 감탄하는 소설!

아이퍽10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은 ‘사랑이 뭘까?’였어요.

인간의 능력이 인공지능에게 대체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데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대체될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깨닫고, 소중하게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는 디스토피아적인 것 같아요. 고통과 관능이 버무린 몽환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SF의 맛이거든요.

SF맛집을 찾으신다면 ‘아이퍽10’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제가 이 책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책의 마지막 문장에 있는데요. 스포일러니까 여기서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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