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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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에는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무서운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하지만 저처럼 겁이 많은 쫄보들은 무서운 이야기 근처에는 가기도 싫지요. 이럴 때는 심리 스릴러 소설을 읽으면 좋답니다.

왜냐하면 심리 스릴러에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묘사가 잘 드러나지 않거든요! 대신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긴장감이 생기고, 집중해서 추리를 하다보면 더위나 잡념도 물러갑니다.

올 여름에도 근사한 심리 스릴러를 만났네요. 바로 헬레네 풀루드의 ‘테라피스트’입니다.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만 이 소설은 2019년 런던 도서전 최고의 화제작이었다고 합니다. 이미 28개국 이상에 판권 계약도 했습니다.

심리학자가 쓴 심리 스릴러답게 소설의 구성이 매우 촘촘합니다. 주인공 사라의 1인칭 시점으로 400페이지가 넘게 진행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오슬로에 사는 30대 여성 사라는 심리치료자로, 집에 상담실을 마련하고 환자들을 받아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남편은 야심찬 건축가로,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지금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어느 날 친구들과 산장에 간다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선 남편은 몇 시간 후 사라의 휴대폰에 ‘헤이, 러브’ 하는 달콤한 메시지만 남기고 실종된다......]


남편의 죽음 이후로 사라의 세계는 흔들립니다. 경찰들에게 범인으로 의심을 받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사라의 치밀한 심리 묘사 때문에 독자들은 자신이 마치 이 상황에 처해진 것 같은 가상체험의 기분이 듭니다. 저도 긴장한채 손톱을 물어 뜯으며 보았죠.

이 책은 소설이지만 심리학자라는 직업에 대한 자료조사도 풍부하기 때문에 읽는 동안 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쌓였어요. 전 심리학을 별로 믿지 않았어요. 과거에 심리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요. 그분과 대화를 나누면서 심리학자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심리학자들의 심리는 어떠할까? 매일 무거운 내용들을 듣고 공감하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그냥 일이니까 내 이야기도 열심히 듣는 척 하는 거겠지?’

당시의 심리 상담이 저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이 책을 읽으니 그 때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심리학자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네요.

경찰을 만나 대화하는 장면들도 섬세하게 쓰여졌는데요. 심리학자와 경찰의 대화 장면이 연인의 밀당을 보는 것처럼 실감나고 흥미진진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사라를 바라보면서, 나 자신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가장 가까운 사람의 심리를 모르고, 나 자신의 심리조차 모르며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습니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나 자신에 대한, 주위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전에 반전이 가득한 소설이기에 자세한 결말은 말씀 드리지 못하지만,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매우 독특하고 범행 동기도 신선하다는 것을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스릴러의 뻔한 공식에 지겨움을 느끼는 분이라면 이 소설을 읽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게다가 이 소설의 중심 무대는 ‘집’입니다. 주인공은 거의 집에 있습니다. 집을 중심으로 일이 벌어지고 현재와 과거의 추억이 교차합니다.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꽤 가성비 좋은 제작이 가능한 작품이죠.

저에게 여러가지 영감을 준 작품 ‘테라피스트’..
작가 헬레네 플루드의 차기작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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