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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파도 속으로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세연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삼각파도 속으로 서평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
삼각파도 : 진행 방향이 다른 둘 이상의 물결이 부딪쳐서 생기는 불규칙한 물결. 파장에 비하여 파고가 높아서 삼각형을 이루는데, 흔히 해안의 절벽이나 방파제에 부딪쳐 나온 물결이, 밀려 들어오는 물결과 부딪쳤을 때에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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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면이 바다이고 위까지 막혀있어 섬나라와도 같은 처지인 한국. 바다와 밀접하게 살고 있어도 해양문학이 발전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그래서 바다 배경의 소설이 나왔다고 하면 흥미를 갖는데요. 막상 읽어보면 스토리가 올드하고 전개가 지루해서 실망한 적이 많습니다.
이런 제가 해양 소설에 대한 갈증을 채울 수 있는 소설을 만났습니다. 바다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스토리에 인간의 욕망과 본성까지 실감 나게 파헤친 대단한 작품을!
황세연 작가는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대상, 한국 추리 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이미 검증받은 작가이기에 책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기대감이 잔뜩 부풀어있었습니다.
‘삼각파도 속으로’는 순석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워낙 생생한 묘사 덕분에 독자도 배에 직접 오른 것 같은 체험형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금괴를 싣고 침몰한 보물선을 찾아내는 배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치밀하고 탄탄하게 그려냈습니다. 저도 바다 어딘가에 묻힌 금괴를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소설의 소재를 삼기에는 올드한 느낌이 들었죠. 작가는 영리하게도 기괴한 괴물(기생충)을 등장시킵니다. 침몰한 배가 인간 생체 실험을 했던 731 마루타 부대의 병원선이라는 실제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죠. 실화와 작가의 창의력이 만난 멋진 콜라보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설은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배에 오른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펼쳐내지도 않습니다. 잔가지는 과감하게 쳐낸 덕분에 몰입도가 높습니다.
이 책은, 죽은 자가 남긴 숫자 - 정체불명의 항아리 - 해적의 습격 - 내통자 의심 - 기괴한 현상 - 조난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으로 긴장을 놓지 않게 합니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의심의 끈도 놓을 수 없습니다. 저는 페이지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도 의심하고 또 의심하느라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순석과 윤정의 러브라인이 살포시 섞여 있어서 숨을 돌릴 여유는 있어요.
책을 읽는 동안 ‘나라면 어떻게 할까?’란 생각을 끊임없이 했습니다. 인간 각자의 본능과 선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네요. 저는 과연 금괴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을까요? 금괴와 함께 수장되지 않을까요?
영상화하기 좋은 원작이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제목은 바꿔야할 것 같아요. 어떤 제목으로 영상화 될지 기다리는 재미가 있을 것 같네요.
*주의사항 : 끔찍한 장면도 나오니 임산부나 노약자는 과몰입에 주의하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