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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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서평

* 이것은 소설인가, 회고록인가?

언더커버의 표지를 보면 붉은 입술과 붉은 손톱을 칠한 강렬한 여성이 총을 들고 있는 그림이 보입니다.

표지를 본 느낌은 전직 CIA 요원이었던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 것 같았습니다. 첫 챕터를 읽는 동안에도 당연히 소설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정체성은 ‘회고록’이라고 합니다.

수상한 사람이 미행을 하고, 테러 단체를 만나 협상을 하고, 실전 같은 교육을 받고, 감시와 도청을 당하고...... 모든 일이 실제 겪었던 일이라니!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20대 초반에 CIA에 들어가 최연소 여성 비밀요원으로 활약한 ‘아마릴리스 폭스’의 인생은 영화보다 더 위험하고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첩보 영화를 즐겨 보던 마음으로 이 책을 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들이기에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졌으니까요.

이 책은 탄탄한 구성의 첩보물을 보는 것처럼 흥미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저 킬링타임으로만 끝날 내용은 아닙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평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될 것입니다.

재산, 교육, 개인주의, 자기계발이 주요 화두인 이 시대의 출판 시장에 세계 평화를 고민하게 하는(게다가 재미있는) 책이 나오다니 얼마나 반갑고 소중한가요?

책의 초반부는 킹스걸(영화 킹스맨처럼)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수 있고, 중반부는 CIA 공작원의 뜨겁고 치열한 삶을 엿볼 수 있으며, 후반부에는 상처를 사랑으로 승화시킨 휴머니스트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음을 감사히 여기게 되었습니다. CIA의 모든 활동을 응원할 수는 없겠지만, 세계 평화를 지키느라 정작 가정의 평화 지키기에는 어려움을 겪는 아마릴리스 폭스 같은 요원이 있었기에 우리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조금은 더 안전하게 지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릴리스 폭스는 이 시대의 젊은 여성들에게 떠오르는 롤모델이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저 역시 홀딱 반했는데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하나님께 묻고 기도하는 것도 보기 좋았고, 압박과 신뢰 중에서 언제나 신뢰를 택하는 판단력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멋지게 느껴졌던 이유가 또 있는데, 그 이유는 제가 대학에서 국제관계학과 언론학을 전공하였고, 20대의 많은 시간을 NGO 활동으로 보내며 지구촌, 북한인권, 통일 등의 화두에 대해 고민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저에게도 아마릴리스 폭스를 닮은 시절이 있었던 것이죠. 세상의 아픔을 느끼며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손목을 칼로 그은 아마릴리스 폭스의 심정처럼, 저도 지구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일들에 큰 고통을 느꼈습니다.

현실에 부딪힐 용기가 없었던 저는 이제 평범한 주부의 길을 걷고 있는데요. 아마릴리스 폭스는 제가 선택하지 못한 길을 걸었습니다. 그녀의 인생을 읽으며 대리 만족을 느꼈고,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답을 찾지 못했던 여러 고민들도 풀었습니다.

각자의 정의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세상! 이 환상에서 벗어나려면 실은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아야합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나 하나의 노력으로 세상이 얼마나 바뀌겠냐고 비관적으로 생각했던 것을 반성해야 합니다.

부드러움도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나도 두렵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테러와 싸울 수 있다는 걸 믿어야 합니다.

끝으로 책 속에 등장하는 말, ‘타인은 당신 자신’이라는 것을 함께 기억하고 싶네요.


한줄 평 : 흥미로운 방식으로 평화를 전도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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