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두려워하는 여린 마음에게*아직도 예전에 살았던 집에 관한 꿈을 꾼다. 어린 시절에 살았던 오래된 임대 아파트에서 나는 여러 번 공포와 마주했다.같은 동에 살던 누군가가 투신하여 바닥에 번진 핏자국을 보았으며, 같은 복도에 살던 이웃이 시체가 된지 며칠이 지나도 모른 채 그 집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어느 날 새벽에는 눈을 떴는데 낯선 사람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나와 마주친 뒤 한 말을 들었다. “어? 우리 집이 아니네?”정말로 집을 잘못 찾아왔는지 일부러 침입을 하다가 나와 정면으로 마주친 것인지 진실은 알 수 없는 일이다.그 밖에도 많은 사건들이 나를 두려움에 몰아넣었다. 대부분 외롭고 고독했다. 부모님은 늘 바쁘셨고 가족 간의 따스한 추억은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되고,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된 지금도 그 시절의 꿈을 꾼다. 꿈은 기어이 악몽이다. 어른이 되면 악몽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내 안에는 여전히 겁에 질려 떠는 어린아이가 산다.이런 나에게 악몽을 마주한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내가 상상하는 대로’가 다가왔다. 내가 책을 고른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선택해서 읽어달라고 말을 건 것처럼 우리의 만남이 필연적이었다.책 속에는 엄마와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는 잠들 때마다 악몽을 꿀까 봐 무서워하고, 엄마는 그런 아이를 다정한 목소리로 위로해 준다.실제로 쌍둥이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한 윤금정 작가는 책을 펼치는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엄마의 품을 내어준다. 나에게도 이런 다정한 목소리가 꼭 필요했다.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악몽들은 어쩌면 과거의 어떤 사건에서 생긴 상처와 아픔일 수 있다.어떤 것은 지독한 트라우마를 남겨서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조차 위로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어떤 위로도 통하지 않는, 너무 아픈 날에는 내가 읊조리는 문장이 있다. “이 세상에 아픔 없는 사람은 없다.”인생의 후반기를 살아가는 연세 지긋한 노인들에게도, 티 없이 순수해 보이는 아이들에게도 그들 각자의 아픔은 있다. 아픔이 있으니까 기계가 아닌 사람인 것이다.그리고 나를 위로할 또 하나의 문장을 이 책에서 찾았다.“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상상해볼 수 있단다.”어째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어둡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는데!나는 어둠을 마주하면 일단 두려워했다. 그 어둠 속에서 악몽만을 떠올렸다. 이제 나는 달라질 것이다.내가 느낀 것처럼 다른 독자들에게도 이 책이 깨달음을 주길 바란다. 동심이 느껴지는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우리 앞에 닥친 어둠을 방관하지 말자. 네모난 상자에 뚫린 까만 구멍을 들여다보며 귀여운 양을 보는 어린왕자처럼 상상하자.‘내가 상상하는 대로’나의 상상력을 곱고 예쁘게 키워갈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에게도 든든한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줄 평. 계속 고통받을 것인지 이겨낼 것인지, 그것은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