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사랑하는 법 - 2023 학교도서관저널추천도서, 2024년 아침독서 추천도서, 2024년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책 모두를 위한 그림책 62
다비드 칼리 지음, 가브리엘 피노 그림,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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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가가 무려 다비드 칼리 이다. 워낙 다작을 하는 작가님이기도 하고(예전 북토크 때, 머리 속에 항상 이야기가 가득 떠다닌다고 이야기 하셨던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끊임없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화수분같은 작가이다.), 간결하지만 유쾌하거나 재치있는 글을 많이 쓰셔서 기대치가 확 올라갔다.


그림 작가는 가브리엘 피노 라는 분이다. 인터넷 서점에 검색을 해 봐도, 우리 나라에서 이 작가님의 그림은 이 <호랑이를 사랑하는 법>이 처음인 듯 하다. 이탈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그림체나 컬러감이 독특하다. 

그림체도 특이하지만, 이 책은 색감이 정말 예쁘다. 이런 색도 별색 인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림책에서 보기 힘든 옥색, 비색, 적자색, 홍황색, 유황색 등과 비슷한 톤 다운된 컬러가 잔뜩 칠해져 있다. 


첫 장을 펼치면, 머리에 화분을 올린 사람과 호랑이의 관계가 계속 변화하며 그림책은 진행된다.

우리는 자연을 아름답다 생각하며 호랑이를 가두기도 하고, 자연이 위험하다 생각하며 턱없이 좁은 곳에 호랑이 보호 구역을 만들기도 하며, 자연을 신이라 생각하며 진짜 호랑이가 아닌 호랑이를 섬기기도 한다.


과연 호랑이는 자연의 일부일 뿐일까? 자연이 호랑이일까? 호랑이는 자연일까?

우리는 자연과 - 호랑이와 -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마주하고 공존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던지며,

어떤 관계를 지향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 주는 그림책이었다.


책을 덮으며, 사람 사이의 관계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이유를 들어, 서로의 존재를 그 존재 자체로 인정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 이유가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고는 해도 말이다. 


존재를 존재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

이것이 우리가 자연을, 호랑이를,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 아닐까?


* 출판사에서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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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쓱이와 싹싹이
오세나 지음 / 달그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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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주 크지도 아주 작지도 않은 판형을 가지고 있어요. 요즘 어린이들의 교과서보다 조금 작달까요? 그리고 겉표지의 질감이 독특합니다. 만지면 오돌토돌 질감이 느껴져요. 사실 때가 탈까봐 걱정이 되는 소재이기도 한데요, 왜 이런 표지의 질감을 선택하셨을까 궁금증을 가지며 첫 장을 넘겨 봅니다.

쓱쓱이 필통 속 보라색 싸인펜이 잔뜩 화가 났습니다. 싹싹이가 쓱쓱이 콧구멍이 크다고 놀렸대요. 화가 날 만한 상황인데, 조금 더 살펴보니 쓱쓱이도 좀 놀리긴 놀렸나 봅니다. 아이들 사이의 갈등은 일방적인 경우는 잘 없지요. 처음에는 장난이었다가, 점점 강도가 세어지다 마음이 상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아무튼 보라색 싸인펜과 지구개는 불을 뿜을 정도로 화가 났고, 파란 연필은 진정하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잽싸게 연필로 무언가를 지웠어요.


화가 풀리지 않은 지우개는 연필에게 지우지 말라며, 까맣게 칠해진 종이 위를 달립니다.

그러다가.... 엇?!

쓱쓱이의 지우개 끝이 떨어져나가 싹싹이가 됩니다. 저는 이런 연출이 참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자신의 속상한 감정에 매몰되어 종이에 화풀이를 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상대편 친구의 마음도 조금은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는거죠. (이래서 열받는 순간 바로 화를 폭발하면 안되나 봅니다.. ^^;;)

그리고 이 둘의 지우개가 지나가는 길에 남은 지우개 가루들이 만드는 표정들도 흥미롭습니다. 종알종알 따지고 말하는 아이들의 표정, 처음 마음 속에 생겼던 표정들이 떠오르거든요.


이렇게 쓱쓱이 지우개와 싹싹이 지우개는 연필이 새까맣게 칠한 종이 위를 함께 달리며, 새까맣게 탄 마음도 조금씩 지워 갑니다.

"니가 먼저 내 콧구멍이 크다고 놀렸잖아. 내 콧구멍이 어디가 어때서?"

"놀린 거 아니거든? 그리고 내가 뭐가 작다고 그래? 너랑 별 차이도 없구만."

"넌 사실 아주 쬐끔 작긴 하지."

"뭐라고? 그래서 진짜 계속 놀릴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아이들 싸움은 부부싸움보다 더한 '칼로 물베기'입니다. <쓱쓱이와 싹싹이>는 작은 일에 싸움이 생기고 또 정말 별것 아닌 것에 마음이 풀리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잘 드러나는 그림책이었어요. 이 책 어디에도 '좋은 방법'이나 '옳은 방법'을 알려주는 어른은 없습니다. 이런 일에 어른까지 등장할 필요가 없는거죠.

최근 초등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 폭력의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학교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하고 치유해나갈 수 있는 갈등에 어른이 개입하면서 갈등의 골이 심각하게 깊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우리는 타인과 살아가면서 평생동안 수많은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나와 똑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 모든 갈등 상황을 안전하게 겪고 해결하고, 때론 좌절도 해볼 수 있는 때가 바로 어린 시절, 학교 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다져갈 수 있는 힘을 믿어 보시기 바랍니다. 못 믿으시겠다구요? 그럼 아이와 함께 <쓱쓱이와 싹싹이> 읽어 보시길 강력 추천 드립니다!

* 제이포럼을 통해 당첨된 서평단 활동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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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케이크
알레시아 로시 지음, 마르티나 토넬로 그림, 박혜미 옮김 / 픽처레스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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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반짝반짝 은박 별빛이 쏟아지는 느낌의 그림책입니다. 표지를 넘겨보면, 면지부터 우주가 펼쳐집니다. 



<우주 케이크>는 사랑스러움이 담뿍 담긴 그림책입니다. 친구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그런 친구의 마음을 알아봐 주는 우정이 꾹꾹 눌러 담겨 있지요.


부드러운 색감에, 다채로운 화면 구성으로 유아들부터 함께 읽기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게다가 유머와 반전까지 한 스푼 더해져,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인공인 갈색곰 팀은 친구인 샤샤의 생일을 맞아 선물로 우주 케이크를 만들어 주려고 해요. 왜냐하면 팀과 샤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우주거든요~ 그런데 그림책을 아무리 넘겨도 샤샤가 누구인지는 보이지 않아요. 과연 샤샤는 어떤 친구일까요? 



그리고 몽상가 팀은 무사히 케이크를 완성할 수 있을까요? 요리책을 보면서도 엉뚱한 상상이 한가득인 팀의 모습이 너무 저랑 비슷해서, 팀의 MBTI는 무조건 ENFP다! 라고 외쳤답니다. ㅎㅎ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팀과 샤샤의 우정이 빛났던 그림책이었어요. 선물하기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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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디아 비경쟁토론 수업을 디자인하다 - 공감하고 소통하고 질문하는
에르디아 대화학교(주)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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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진지한 대화' 즉 에르디아를 어떻게 교실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담고 있다.


꽤 구체적인 방법과 예시를 함께 제시하고 있기에, 당장 수업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나 역시도, 몇 가지의 방법을 메모하고 초등 독서 수업에서 활용할 방법을 떠올려 보았다. 특히 나는 독서 모임에서 책을 안 읽어온 경우와 다양하게 생각을 자극하는 방법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아마도 독서 모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들이 해당 도서를 읽어오지 않거나 질문에 내내 모르쇠 혹은 그냥요 로 일관할 때 제일 힘들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어떤 정답을 도출해야하는 수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나의 경우, 한동안 그림책이나 동화책에서 내가 꼭 읽어 내야 하는 정답이 있는 것 같은 상황에 많이 지쳐 있었다. 작가의 의도를 내가 꼭 읽어 내야 하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반드시 파악해 내야 한다는 것이 어느 순간 독서를 공부로 만들어 버렸었다. 그런데 최근 정답이 아닌 감상을 나누고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하는 수업 방식을 배우면서, '아, 이거다!'라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에르디아가 딱! 내가 원하던 방향의 독서 토론 수업 방식을 제시해 준 느낌이다. 공부가 아닌, 그저 취미의 하나로 편하게 하지만 깊게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싶다. 깊게 독서를 한다는 것을 그 책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행간을 파악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어떤 책이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오고, 그 책의 내용에 풍덩 빠졌다 나오는 온전한 몰입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책을 '깊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과의 독서 모임에서도 꼭 적용해보고 싶다. 늘 하던 이야기가 아닌 보다 심도 있는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데 가이드 같은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에르디아인 것 같다.


* 출판사에서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결국 다름은 불편한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소중한 선물이다. - P18

에르디아 ERDIA는 독일어 ‘Ernster‘와 ‘Dialog‘의 약자를 따서 만든 용어로 ‘진지한 대화‘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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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본 적 없는 자이언트 젤리피시를 찾아서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25
클로이 새비지 지음, 이현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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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박사의 꿈은 자이언트 젤리피쉬를 찾는 것입니다.

몰리 박사는 자이언트 젤리피쉬를 찾기 위해 대원들과 함께 북극으로 모험을 떠납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좀처럼 자이언트 젤리피쉬가 보이지 않습니다.

몰리 박사와 대원들은 자이언트 젤리피쉬와 만나게 될까요?


가까이 있는 자이언트 젤리피쉬를 찾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고 결국은 조우하게 되는 몰리 박사를 보면서, 유리 슐레비치 작가의 <보물>이라는 그림책책이 떠올랐습니다. 때론 '가까이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멀리 떠나야 할 때도 있다'는 문장이 인상깊었던 그림책이었거든요.

<아무도 본 적 없는 자이언트 젤리 피시를 찾아서>를 읽으면서는 이와 더불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모험을 떠날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아니 모험을 떠날 철저한 준비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몰리 박사와 대원들, 그리고 그들이 탄 붉은 배는 마치 그들의 열정과 용기를 대변하는 색인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그림 구석 구석 볼 것이 많은 책이에요. 우선 표지부터 얼음 아래 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자이언트 젤리피쉬와 반대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찾는 몰리 박사의 모습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더 의미심장하게 보입니다. 책 속에서도 구석 구석 몰리 박사와 대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독자의 눈에는 보이는 자이언트 젤리피쉬를 찾게 되구요, 몰리 박사와 대원들의 행동들 소품들 하나 하나 뜯어보면 볼 수록 그림에서 이야기가 샘솟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몰리 박사의 컵에는 젤리 피쉬가 그려져 있구요, 차가운 바다에 맨몸으로 홀랑 다이빙하려 하는 대원, 프러포즈를 하는 대원, 눈사람 만드는 대원, 많이 어설픈 신입 요리사, 문어다리 같은 콧수염을 가진 대원, 어느 날은 모두 썬글라스를 쓰기도 하고, 흘러넘치는 분리수거통과 홀로 마시는 따뜻한 코코아잔(아마도?)을 든 대원 등등..

이렇게 그림 구석구석 이야기가 많은 책은 찬찬히 보면 볼수록 즐거워지는 것 같아요.

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나만의 '아무도 본 적 없는 자이언트 젤리피쉬'를 찾기 위해선, 우선 떠나야 합니다.

모험을 떠나는 여러분들의 한걸음 한걸음이 용기와 희망으로 가득차길,

그리고 올해에는 꼭 여러분만의 자이언트 젤리피쉬를 찾길 기원합니다.

HAPPY NEW YEAR!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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