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붉은 죽음의 가면 ㅣ 기담문학 고딕총서 2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정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책의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음울하고 조금은 차갑게까지 느껴지는 분위기랄까. 이 책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는 미국에서 천재 소설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낯선 작가와의 첫 조우는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레임처럼 흥분되고 묘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죽음이라는 소재 자체는 어떻게 보면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내재된 은밀한 내면을 끄집어내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 누구에게나 다가올 삶의 마지막 장을 쉽사리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으리라. 에드거 앨런 포는 이 작품에서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소재를 신비롭고 강렬한 색채로 그려내고 있다.

고딕적인 분위기를 형상화시키는 고성을 중심으로 죽음과 연계된 다양한 테마를 이끌어내는 능력 또한 독자들이 책을 접하는 내내 지루하지 않은 느낌을 갖게 한다. 언젠가는 맞닥뜨리게 될 죽음의 그림자는 모두에게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죽음으로 인해 겪게 될 인간의 모습 또한 결코 가볍지 않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되었을 때의 충격과 혼란으로 거침없는 광기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는 순정적인 인간과 반대로 죽음 앞에서 좌절하고 타락하는 인간상까지 다양한 모습의 죽음과 만나게 된다.

각 단편의 이야기들이 주는 느낌은 닮은 듯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간들의 삶에서 죽음이 그리 멀지 않은 자리에 내재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조금은 호러적인 느낌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 듯하고 기존에 접해왔던 소설과 차별화된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산자와 죽은 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쉽사리 결론지을 수 없는 분명한 획이 이들 사이에 존재하겠지만 남의 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인물들의 모습에 어느새 흡입되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심리적인 면을 은밀한 필력으로 터치해낸 작가의 능력에 기대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다.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신비로웠던 분위기는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과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데 오히려 큰 상승작용을 했으리라. 각 단편들의 스토리에 등장하는 다양한 성격의 인물군상을 보여줌으로써 나약한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색다른 실용영어책

All about New York - 시치미 떼고 뉴요커 되기
문어발 스튜디오 지음 / 넥서스 / 2007년 3월

책의 제목부터가 참 재미있다.‘시치미 떼고 뉴요커 되기’뉴욕은 모두가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선망의 도시가 아닐까 한다. 나 역시도 전 세계 수많은 국가의 도시들 중에서 뉴욕의 찬란하고 세련된 거리를 맘껏 거닐어보고 싶기도 하고 패션과 문화 외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그 곳에서 나의 꿈을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패션을 전공하는 여대생으로 자신이 그 곳 뉴욕에서 유학하며 직접 겪은 경험담을 하나의 자유로운 이야기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는 에세이의 성격을 보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뉴욕에서 자유롭게 통용되고 또 구사할 수 있는 실용영어의 다양한 어법과 어휘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실용서로도 볼 수 있으리라.

영어는 우리의 실생활에서 점차적으로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 언어 하나만 할 줄 알아도 언제 어디서든 살아나갈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기도 하다. 우리가 실제적으로 배우는 문법에 편향된 외국어의 협소한 범위를 벗어나 실제 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영어 표현이 상황별로 정리되어 있고 이를 저자는 자신만의 느낌으로 설명하고 있다.

비록 당장 그 곳으로 떠날 수 없다하더라도 실제 내가 써먹을 수 있는 언어를 제대로 알고 배우는 것은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컬러풀한 사진과 생생한 정보로 뉴욕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 장황한 설명과 딱딱한 구성방식을 취하는 다른 여타의 외국어 실용서들과는 분명 큰 차이를 보인다. 좀 더 호기심을 이끌기에 충분하고 좀 더 가볍게 새로운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현 세대에 맞는 영어책이라 생각한다.

이사카 코타로의 매력속으로

피쉬 스토리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는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느냐에 따라 그 느낌의 강도가 더해진다.‘이사카 코타로’라는 작가의 책 사신치바가 책장 한 켠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고 그런 아쉬움을 이 책을 통해 풀어낼 수 있었다. 일본소설을 읽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무겁거나 진중한 소재가 아닌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데에 있기도 하지만 이 작가가 그려내는 이야기들은 참으로 신선하고 유쾌하다.

이야기는 네 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스토리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배경이나 인물들이 세부적으로 그려지는 장편과 달리 단편은 짧은 글이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다른 색깔로 그려지니 읽는 재미가 의외로 더 쏠쏠한 것 같다. 네 가지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추리적인 성격과 더불어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누군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각각의 상황을 상상하게 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결말을 예상해보게 한다.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세 번째 단편인‘피쉬 스토리’였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의 일들이 어떠한 연관도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이 하나의 끈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설정이 색다르게 다가왔고 색다른 이야기의 형식만큼이나 읽고 난 후의 묘한 여운을 주는 것 같다.

각각의 단편들이 주는 맛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독자들은 작가의 타고난 필력에 감탄할 것이다. 나의 게으름으로 아직 읽어보지 못한 그의 전작들을 하나씩 접해보리라 다짐한다. 딱딱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은 가볍고 엉뚱하고 피식 웃음이 나게 만드는 이야기들로 이 더운 무더위를 이겨내 보는 것은 어떨까.

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

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 - 신화 속에서 찾은 24가지 사랑 이야기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7년 5월

사랑의 빛깔은 무슨 색일까. 순수함의 상징인 하얀색일까. 알록달록 예쁜 무지개색일까. 사람마다 저마다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처럼 인간의 가장 축복된 선물이자 소망인 사랑 역시, 다양한 빛깔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사랑이라는 명제는 우리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영원불멸한 이름표와 같은 것이다. 어느 한 가지 답으로도 풀리지 않는 사랑에 대한 수수께끼는 사랑을 하고 있는 연인들을 비롯해 세대를 막론하고 현재 진행중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경험하고 또 쟁취했을까. 참으로 신선하고 흥미로운 궁금증이 아닐 수 없다. 서로의 눈빛만 봐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허나 사랑을 함에 있어서는 보이지 않는 시기와 질투, 오해가 끊임없이 이들 사이에 존재하고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신화 속의 인물들의 사랑 방정식을 다각도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 안에서 독자들이 사랑의 본질에 대한 탐미와 함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까지 예견해볼 수 있게 색다른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단 한 번의 오해와 실수로 가장 사랑했던 이를 잃게 되는 참혹한 모습에서부터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한 채 한순간 미지의 세계로 빠져버리고 마는 안타까운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사람의 가장 근본적인 나약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내 의지로 인한 실수였든, 타인의 유혹에 의한 한순간의 낭패였든 사랑이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신화라는 것은 어차피 역사 이전에 기원을 둔 이야기이고 현실의 사랑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고 손에 쥐어져야만 내 것인 냥 치부되는 조금은 메마른 현실의 사랑이 안타까울 뿐이다. 적어도 신화 속의 사랑이야기는 조건을 따지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진심을 전하는 것이기에 비록 아프고 슬픈 결말을 내포하고 있을지라도 더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다.

우리네 인생에도 정답이 없듯이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사랑을 하는 두 연인이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화 속 인물들이 행한 사랑과 이별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고 각 이야기의 말미에는 저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기에 독자들은 이야기를 탐독한 후 자신의 느낌을 여운 삼을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인간의 사랑과 신화 속 인물들의 사랑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들도 누군가를 향한 애타는 마음을 품었었고 사랑하는 이를 지켜주고자 했고 사랑하는 이를 잃었을 때 더할 나위 없는 아픔을 겪으며 생을 마감하곤 했으니까.

사랑은 달콤한 초콜릿이 될 수도 있으며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 될 수도 있으리라. 다만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그 누구보다 상대를 위한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용기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고마움을 뼛속 깊이 느껴야 하리라. 그래야 진정한 생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은 우리 인간의 삶에 가장 축복된 선물이니, 이미 생애 가장 잊지 못할 선물을 받은 당신이라면 모두가 부러워할 것이다. 영원히 간직할 수 있기를. 신화 속 그들이 사랑을 행한 것처럼.

성서를 이끈 아름다운 여인들

성서를 이끈 아름다운 여인들
해리스 로젠블라트 지음, 최진성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5월

과연 나는 천주교 신자라는 꼬리표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일까. 가끔은 나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고 이내 고개를 숙이게 된다. 올 한해를 시작하기에 앞서 계획했던 많은 일들 중의 하나가 바로 성서쓰기였다. 성서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들의 발자취를 전부 따라갈 순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계획하고 매일의 일상에서 꿈을 이루며 살아가듯 그 시대에 맞는 사명감과 목적을 가진 생을 살았던 성서 속 인물들의 발자취를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으리라.

이 책은 성서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살았던 삶의 방식과 이 시대 여성들의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비교 혹은 대조함으로써 색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도 다 알고 있는 이브와 아담의 이야기에서부터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성서 속 여인들의 모습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과거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여인들의 모습은 소극적인 양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고 남편을 외조 하는 것만의 유일한 삶의 낙이자 희망이었던 것처럼 자신을 전적으로 내어주고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여성들의 모습은 더 이상 현대 여성들에게는 큰 이목을 이끌기에는 충분치 않다.

이런 모습과 대조적으로 성서 속의 여인들은 조금 더 당당하고 거침없고 적극적인 삶의 양상을 보여준다. 한 남자의 아내로 어머니로써 자신이 서야 할 위치를 바로 알고 옳은 처신을 토대로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고수했던 여인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인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아담과 이브가 뱀의 유혹에도 선악과를 따먹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를 낳게 되었을까. 분명한 건 원인과 결과가 어떠하든, 삶이라는 축복 속에 우리가 인내하고 해결해야 할 부수적인 문제들은 다른 색깔과 모습으로 존재할 것이라는 것이다. 나의 자유의지와 희망으로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감당해야 할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남성들의 모습에 가리어져 수동적이고 부차적인 인물로 여겨온 여성들에 대한 2차적인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그들이 살았던 당시의 일화들을 통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삶에 대한 애착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그리고 거부감 없이 읽어볼 수 있는 책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