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세계로의 체험

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나는 일본소설을 좋아한다.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가 대표적이다.

이 소설은 그간 내가 접해보지 못한 "호러소설" 이라는 장르로

"야시"라는 독특한 제목과 함께 붉은색 표지가 주는

강렬하고도 묘한 매력까지 더해져 읽기전부터 궁금했던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간결한 대화체와 함께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라는

부제까지 달린 이 책은 의외로 술술 읽힌다.

보통 "호러"하면 무섭고 공포스러운 걸 떠올리게 되지만

묘하게도 이 책은 묘한 신비감과 더불어

독자들에게 각자 상상의 세계를 펼치게 한다.

이 책속에는 두개이 단편 이야기가 실려있다.

"바람의 도시" 그리고 "야시(夜市)"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그들만의 신비한 세계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전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묘한 길.

"재능", "자유", "동물,사람의 목" "상자책형" 등..

결코 평범하지 않은 물건들이 거래되는 요괴들의 세상.

한번 발을 들여 놓고 거래를 하지 않고는 빠져나올 수 없는 세계.

저자가 여행하면서 요괴에 대한 이미지들이 떠올라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데 참으로 기발하고도 놀라운 생각이다.

첫 작품으로 호러소설 대상 수상에, 나오키상 후보까지 올랐다니!

두 단편모두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야시"가 더 마음에 든다.

호러소설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뭔가 새로운 상상과 환상의

신비감을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다보니 어디선가 길잃었던 한 꼬마 생각이 난다.

예닐곱살때였던가? 당시 살던 동네 근처 큰 시장 골목 앞에서

엄마가 "동생 손 붙잡고 있어. 금방 올게." 하시고는

총총히 그 시장 길로 사라지시고는 오시지 않아

어린 맘에 얼마나 무서웠던지 그 자리에서 눈물 흘리던 꼬마,

바로 나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새삼 떠오른다.

그 때 어떤 분의 도움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집근처 단골 슈퍼 아주머니에게 인계되어 있다가

뒤늦게 아이들 행방불명된 줄 알고 뛰어다니시던 엄마의 얼굴이...

길을 잃었다는 공포. 엄마를 못본다는 공포.

집에 돌아갈 수 없는 공포. 낯선이들에 대한 공포.

어린 나에게 있어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웠을까?

이 책의 인물들과 견주어 생각해보게 된다.  

새로운 세계도 좋지만 지금 살아가는 이 공간에서

나만의 꿈을 펼치며 그저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