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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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우리가 그 어떤 단어로도 형용할 수 없는 다양한 빛깔의 사랑이 존재한다. 애틋하고 가슴 시린 사랑에서부터 노골적이면서 치명적인 사랑까지 사랑은 천차만별의 색을 가진 그 무엇이다. 모든 사람의 시선 앞에서 당당할 수 있고 가장 보편적인 기준에 놓인 일반적인 형태의 사랑이 아닌, 어느 집단의 논쟁거리가 되고 누구나의 손가락질을 받는 형태의 사랑이라면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에겐 지극히 치명적이고 서글픈 일일 것이다. 사랑 앞에 모두가 이성적일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합리화시킬 만큼 또는 한 사람을 무력화 시킬 만큼의 막강한 힘을 가진 게 아닐까. 그래서 사랑은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중독성을 안겨주기도 한다. 여기 이들의 사랑도 그 성격은 다르지만 근본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양아버지 준고와 양녀 하나의 그리고 그녀의 남편인 요시로까지 이들 세 사람의 묘한 관계는 현재라는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과거로 옮겨가 더 많은 사건 사고들과 조우하게 한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지켜보려할수록 독자들은 설마..라는 단순한 가능성을 예기치 못한 시선으로 맞닿게 되어 이것은 현실과 괴리감이 큰 한낱 소설에 불과한 거야-라고 자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의 표지에서 몇 구절의 감상평에서 대략 예상은 하고 읽게 되지만 이는 상상보다는 조금 더 놀랄 이야기를 보여주기에 그 이상의 거부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여튼, 열여섯의 나이차를 가진 양아버지와 양딸의 관계가 이야기 초반에서부터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을 거라는 심상치 않은 예감을 하게 한다. 이들은 어떻게 아버지와 딸의 관계로 만나게 된 것일까. 단순히 생각해도 이야기의 초점은 여기에 미친다.




온 가족을 한 순간 잃은 하나, 가족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부모를 잃고 상실감을 경험한 어린 소녀에게는 어느 날 자신이 기댈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보호막인 아버지가 생긴다. 피로 엮이진 않았지만 더할 나위없는 안식처이자 삶의 희망인 준고 역시 불우한 어린 시절로 두 부모를 잃은 상처를 안고 있다. 이들 서로는 인생의 나락이라는 그 절망의 끝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던 한줄기 빛이었던 셈이다. 도덕적으론 정당화될 수 없는 이들의 묘한 관계와 인연은 그들이 왜 그런 절대적인 사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보여준다. 행복한 순간도 절대적인 행복이 보장되지 않은 꿉꿉함으로, 그렇지만 쉽게 비난할 수 없는 그 비릿한 향을 취하며 작가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전, 어두운 추락의 시발점이 저 멀리 보인다. 묘한 분위기다.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이들의 관계를 알아갈수록 뚜렷한 잔상보다는 점점 새까만 막이 드리워지는 느낌이었다.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이 시대의 보수적인 여성이기 때문일까. 연애소설로 치부되면서도 뭔가 미스터리한 서사 구조를 담고 있는 이 이야기는 쉽게 내뱉을 수 없는 비판에 대해 오히려 담대한 듯, 이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고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관계를 이어오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무슨 의도로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일까. 그의 뜻을 전적으로 알 순 없지만, 내 나름대로의 정의도 쉽게 내릴 수 없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이마저도 역시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 나름의 몫일 것이니 이쯤에서 여운을 남겨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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