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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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지하철 서울역에서 잃어버리기 전까지 당신에게 아내는 형철 엄마였다. 아내를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기 전까지는 당신에게 형철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나무였다. 베어지거나 뽑히기 전에는 어딘가로 떠날 줄 모르는 나무, 형철 엄마를 잃어버리고 당신은 형철 엄마가 아니라 아내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오십년 전부터 지금까지 대체로 잊고 지낸 아내가 당신의 마음에서 생생하게 떠올랐다. 사라지고 난 뒤에야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육감적으로 다가왔다. -p149』




‘어머니’라는 단 세 글자의 단어를 떠올려 보라. 어머니, 이 세상 그 누구에게나 가슴 뭉클한 존재, 생각만으로도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아련함의 대명사가 아닐까. 시대가 변하고 우리들의 가치관이 달라진다 하여도 자식을 향한 그 분의 마음만큼은 한결같기만 하다. 아니, 오히려 우리가 평생을 다해도 갚지 못할 사랑이 아니던가. 어떠한 보상을 바라지도 요구하지도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당신. 이런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을 너무나도 담대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더 가슴 깊은 절절함이 고개를 들고 나와 지난 날 희생과 사랑을 마다하지 않았던 나의 어머니를 회고하게 한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자식들을 보살펴주고 지탱해주며 마음으로 안아주었던 엄마의 부재가 현실에서 느껴지던 어느 날에서야 미처 잊고 있었던 당신의 자리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그 자리에 당신이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을 것 같은데, 눈을 떠보니 정신이 바짝 든다. 언제나 당연한 것처럼 여겨왔기에 더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그마저도 뒤늦게 깨달아버린 자식들의 처절한 마음은 바로 나의 마음이기도 해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작가는 이 책에서 기존의 1․3인칭 서술방식에서 벗어나 독자들이 마치 이야기 속의 화자인‘너’와‘당신’이 되어 주인공인 어머니와의 관계에 쉽게 이입이 될 수 있도록 하였고 이 때문인지 더 애달프게 당신을 그려보게 되더라.




지하철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친 엄마가 실종되면서부터 가족들은 전단지를 들고 찾아 헤매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의 기억들이 독자들의 눈가를 촉촉이 적신다. 내가 오로지 나만을 생각할 수 있었듯이 엄마에겐 그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 딸과 아들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다 다른 존재로 서야했던 엄마의 그 무거운 짐들이 그 후에야 절절히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내가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있었던 것은 내 주변의 것들마저 안아주고 보듬어준 당신의 자리가 있었기에 가능했었다는 것을 왜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일까. 자식들은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자리, 과거 나를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내주었던 시간들마저 이렇게 애통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식들은 목 놓아 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 혹은 책 속에 그려진 엄마와 딸의 관계는 또 다른 의미를 가져다준다. 가장 애틋하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은 더 큰 벽이 앞에 놓인 것처럼 서로를 등한시하고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부르짖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며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것처럼. 엄마의 꿈과 희망이 무엇이냐고 단 한순간도 귀 기울여 드리지 못한 채 그것 오로지 엄마가 선택한 몫이었으니까 나는 모른 척해도 된다고 여겨왔던 것처럼. 그래, 나도 그렇게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닮지 않으려 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닮아 있는 나와 당신처럼. 지난 세월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롯이 희생만 하고 살아오느라 빈껍데기가 되어버린 연약한 당신의 손을 단 한번이라도 맞잡을 수만 있다면 하고- 뒤늦은 통회의 눈물을 흘린다 하더라도. 당신은 아마 이런 나를 일으켜 세워줄 단 한분, 바로 어머니이기 때문에. 나를 위해 기도해줄 당신이기에 뼈아픈 심정을 이 책을 통해 토해내고 또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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