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동화되지 않은 순진무구한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본다. 나에 대한 책임,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마저 하지 않아도 되었을 때에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이해가 가능했다. 그저 주어지는 대로 내 눈에 보이는 대로만 포용하면 되었으니까. 허나 인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해야 하고 보지 않던 것도 봐야하고 개개인마다 짊어져야 할 몫들이 있기 마련이기에 조금은 험난하게 때로는 힘겹게 고비를 이겨나가게 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꿈 많던 어린 시절을 동경해왔다. 어느 정도 세상에 대해 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때 아니, 온갖 시련을 겪음으로 인해 조금 더 내 자신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우리의 가슴 속 한 켠에는 한줄기의 동심, 여린 감성이 남아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 책속의 주인공인 데이빗은 아직 어린 열 두 살의 소년. 부모님의 보살핌과 관심 애정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내고 자신에게 힘이 되어줄 단 하나의 빛인 아빠마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고 이복동생마저 생긴다. 모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힘겨웠을 그, 책을 위안삼아 하루하루를 보내던 데이빗은 점차 현실과 괴리가 있는 음성과 세계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한다. 마법과도 같이 한순간 이상한 세계와 맞닥뜨린 그는 그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해피한 결말을 맺는 게 아닌 조금은 괴이하고 이상하리만치 어둡게 표현된 동화들이 마치 현실 속 이야기처럼 투영되어 있다. 그런 면들이 어느 한 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정곡을 찌른 듯한 기분도 들게 하고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동화 본연의 감성을 찾고자 했던 독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며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동화가 참으로 현실적으로 그려졌다는 생각도 들것이다.     




사실 동화적인 현실 세계란 찾기 어려운 법이다. 마음만은 늘 어린 소녀적 감성을 원하고 바라며 살아가는 게 우리라지만, 데이빗이 경험한 세계가 바로 우리들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이기적이고 남보다 더 악랄하게 살아야 내 손에 무언가를 쥘 수 있을 거라 믿고, 허영에 불타는 우리네의 심리가 속속들이 비유되어 표현되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어린 나이에 데이빗이 겪어야 했을 긴 행로들이 조금은 그를 성장시켜주었을까. 부딪치고 넘어지고 그러면서 다시 일어서야 했다면 조금은 가슴 아프지만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할 기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거칠 것 없이 있는 그대로의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작가는 다른 형태로 그려 보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스릴러 작가이기도 한 존 코널리의 성장 동화는 어떤 면모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게 될까.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이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스토리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것이 과연 성장소설로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서슴없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아름답게 포장된 가치 있는 상품으로써의 동화가 아닌 조금은 기존의 예상을 뒤엎는 이야기에 혀를 내두를지도 모를 그런 색다른 느낌의 동화, 아니 현실보다 더 거리감이 있는 범주였던 것 같다. 유약하고 나약한 우리 인간들이 조금은 더 굳세고 강한 면모로써 살아갈 수만 있다면 머지않은 곳에서 더 행복한 동화 속 나라를 꿈꾸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아직 어리고 미약하다고만 할 필요는 없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