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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평점 :
『나는 읽기를 하면서 귀만이 아니라 오감의 신경이 모두 마음과 함께 글에 또는 책에 잠기는 경험을 했다. 빠져들고 녹아들었던 것이다. 그런 신비의 늪에 깊숙이 빠져들었을 때는 어머니가 아래층에서 부르는 소리, 친구가 내 방 창문을 향해 고함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p54』
놀랍지 아니한가. 얼마나 책읽기에 몰두했으면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조차 듣지 못한단 말인가. 책과 내가 하나가 되어본 경험을 저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일체의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활자 하나하나를 읽으며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는 것. 그 집중력에 그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에서 무릎을 탁! 치며‘아! 나도 그때 그러했지!’하고 공감을 했어야 하는데 실로 부끄러워진다. 솔직히 어린 시절부터‘읽기’라는 행위 자체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저자에 비해 나의 독서력은 실로 짧기 때문이다.
『읽는다는 것은‘아는 것’도‘아는 짓’도 아니었다. 그건‘되는 것’이었다. 내가 나 아닌 다른 뭔가가 되는 것. 그렇게 나만의 세상이 만들어지는 걸 실감하곤 했다. 그것은 문학 읽기에서만 얻어낼 수 있는 위대한 경험이 아닐까 한다. 문학 작품은 새로운 인격이나 인성의 탄생을 위한 모태일지도 모른다. -p85』
저자가 성장해온 시대만 해도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우리나라 말을 익히고 배우는 것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았고 오랜 시간 그들의 감시 하에 원하는 책을 마음 놓고 읽을 수도 없었다. 그런 서글프고 힘겨운 과정에도 스스로 서적을 수집하고 서양의 유명 문호들을 만나게 되는 계기까지 만들었으니 책에 대한 그의 집념과 관심은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했을 만큼 컸던 것 같다. 실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면서 그는 실로 많은 세계를 경험하고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받았으리라.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읽을거리가 넘쳐나도 시간이 없다고 눈을 감고 귀를 막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읽는 행위를 귀찮아하는 것이다. 책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고 오픈되어 있음에도 그 행복을 스스로 차단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나의 세계는 하나씩 늘어갔다. 나는 이미 점이 아니었다. 나의 존재성은 점으로 찍히고 말 것은 아니었다. 나는 좀 더 넓은 무엇인가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내가 읽는 작품 속의 세계는 모두 나의 영지고 영토가 되어갔다. 나의 존재는 드넓은 공간, 확대된 공간으로 그 영역을 넓혀갔다. 그건 나의 순수 공간이고 나만의‘세계 내 공간’이었다. 어느새 읽는 일이 사는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p98』
책을 읽는 것에 대한 그의 즐거움이 글의 곳곳에 묻어나 있다. 뭐든 즐거우면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법. 그는 책읽기를 통해 다양한 문학 작품을 만났으며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법을 알았으리라.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눈으로 술술~ 대강의 주제만 파악하며 읽으면 되리라 생각했는데 저자는 문학의 범주에 드는 시, 소설, 수필 등 그 밖의 많은 글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꼬집어 설명해준다. 결과적으로 책 읽는 요령과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아, 역시 제목에서처럼 열정적인 독서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따로 독서의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책을 읽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얻고 지식을 터득하고 더불어 삶의 지혜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인 것이다. 옳고 그르다는 말을 전하려는 것이 아닌, 우리 세대보다 더 오래 살아온 인생의 선배 내지는 스승이라고 칭하면 될까. 자신의 인생에서 특별했던 책과의 만남과 일련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과연 책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 동안 독서라는 행위는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또 옳은 독서습관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등등.. 많은 질문을 던져주었다. 친구,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책. 책과의 만남에 있어서 불협화음이 나지 않도록 스스로의 방법을 찾아가보리라 다짐해본다. 이것이 내게 남은 숙제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