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나 독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유쾌함을 주는 작가는? 이라는 질문에 나는 단연코‘오쿠다 히데오’를 떠올리게 된다. 그의 책을 많이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공중그네’를 필두로 하여 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자기 본연의 색깔이 있고 하나같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꼭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하지 않을지라도 우리네 흔한 일상 속의 한 부분들을 재치 있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더구나 이번 작품에서, 그는 모두가 한 번씩 지나왔을‘청춘’이라는 한 시기를 추억하고 또 기억하게 한다.




『젊은 사람은 무대에 올라가야지! 못해도 상관없어, 서툴러도 상관없다고. 내 머리와 내 몸을 움직여서 열심히 뭔가를 연기하지 않으면 안 돼! (중략) 젊다는 건 특권이야. 자네들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p137』




이야기의 배경은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도쿄’다. 21세기의 도쿄가 아닌, 1980년대의 도쿄. 그렇다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시기에 스무 살을 맞았던 꿈 많은 청년,‘다무라 히사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기만의 보금자리에서의 생활을 꿈꾸게 되는데 우리의 주인공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계기가 어찌 되었든 간에, 혼자 도쿄로 상경해 20대라는 긴 터널을 보란 듯이 잘 지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서도 내게 주어진 현실과 꿈꾸는 이상 사이의 괴리는 늘 존재하는 법, 이것은 영원불가변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의 주인공은 어떠한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꿈에 한발자국 더 다가서기 위해 어제보다 더 열심히 오늘을 살아간다. 서툰 발걸음조차 내딛지 못해 힘겨워하기만 했던 나의 모습을 다시금 일깨워보게 된다. 실제로 20대는 그 어느 때보다 자아를 성장시키기 위한 수많은 고민과 노력, 열정과 꿈이 맞닿아 있는 시기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허락되는 시기임과 동시에 우리 스스로에겐 더 힘겨운 시간이기도 하리라. 누군가가 지시해주는 대로 확정된 길을 가길 바라지만, 막상 눈에 보이는 것은 답은 없는 상황의 연속만이 자리하기에, 더 많은 두려움이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하는 때인 청춘의 일상을 작가는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 속에는 그 시대 도쿄의 사회적인 상황과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해서 독자들의 이목을 끈다. 1988년의 올림픽 유치에 관한 이야기는 더 없이 흥미롭고 반갑다. 이야기의 구성 또한 신선하다. 십여 년의 시절 가운데, 특정한 날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큰 변화가 없다고 할지언정, 시간은 강물의 흐름처럼 이내 흐르고 그 시대 속에 사회와 문화적인 현상들 또한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더 나아가 먼 훗날, 돌이켜 보면 우리가 지나온 인생이라는 긴 흐름 속에‘청춘’의 자리 또한 덧없이 짧게 느껴지지 않을까.




『앞으로 며칠이면 히사오는 서른이 된다. 대략 우울하다. 스무살 때쯤에 어렴풋이 그려보았던 자신의 서른 살은 벌써 결혼해서 아이도 있고 청춘 따위는 일찌감치 끝났을 것이라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실상은 아직도 독신이고 마냥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인생 설계 따위는 막연하기만 하고.. 첫째로,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일이 한 번도 없었다.-p327』




성인식을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정말이지 내일 모레면 서른을 코앞에 두고 있다. 주인공의 말처럼 이전에 꿈꾸었던 나의 모습과는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현실 앞에, 아직도 두려움만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꿀 수밖에 없는 건 우리에게 앞으로 살아가야할 날들이 더욱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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