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으로부터 십 여 년도 더 전에, 둘째 이모네 가족 모두가 미국 시카고로 이민을 가셨다. 그 당시에는 이민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주 얼굴을 마주하고 살던 이들이 먼 타국으로 떠난다는 사실만이 그저 하염없이 슬프게 느껴졌다. 평생을 몸담고 살아왔던 나의 조국, 나의 근거지를 떠나 낯선 타지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녹록한 일인지를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무어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안다. 더구나 타지에서 매일 마주해야할 이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생김새와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막상 부딪친다고 해도 그들의 삶의 반경 모두를 이해하고 그에 적응하는 데는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더구나 그 길에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조국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끊이지 않는 보고픔이리라. 




이런 이민자들에게 있어서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의 삶의 모습은 가장 선망하는 삶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어린 나이에 미국 사회에 편입되면서 겪은 갖은 경험들을 소설로 녹여내 보여주기에 그녀의 자전적인 삶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으로써 그 넓은 미국 땅에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분명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편협한 시각의 차이를 넘어서야 했을 것이고 피와 땀과 그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했을 지도 모른다. 누구나 인정해줄 수 있을 만한 성공적인 케이스, 그 틀 안에 나를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당연시하고 있는 높은 벽을 넘어야 하는데 하물며 낯선 타국에서 인종의 벽, 계층의 벽은 얼마나 허물기 어려운 산이겠는가. 




우리 이모 또한 이민을 가고 4~5년 동안은 그 곳 사회에 자리를 잡기 위한 갖가지 노동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동안은 건강에도 이상이 생기실 만큼 쉴 틈 없이 일하며 정신력으로 살아오셨기에 초반보다는 조금 더 안정된 삶을 살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 주인공 케이시 한, 그녀 부모님의 입장 또한 이 부분에서 충분히 이해가 된다. 자신의 두 자녀가 타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열정을 담아야 함을 알고 있기에 부모와 자식 간에 피할 수 없는 논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세계어디에서든 그 사회가 안고 있는 가치관과 시각의 차이는 다를 수밖에 없고 그 안에서 나 자신이 성공한 케이스의 한 모습으로 살아가려면 갖가지 갈등과 편견의 벽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러한 난관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이겨내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아닐까.




나름대로 모두가 인정하는 명문대학을 나와 그녀 또한 모두가 꿈꾸는 상류사회로의 첫 발을 내딛은 것 같았지만 그녀가 실로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디서나 생존을 위한 사투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숨길 수 없는 진실한 삶의 면모를 엿보게 될 것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두께의 책이지만 그 사회, 그 계층에서 숨죽여 어제도, 오늘도 살아가고 있을 많은 이민자들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어 큰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란 생각이 든다. 




누구나 성공하는 삶을 꿈꾼다. 성공의 잣대가 무엇인지 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안다면, 매일을 사는 우리의 삶의 태도 또한 변화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이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높은 명예직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또한 성공의 표상일 수 있겠지만 내가 정말 진실로 하고자 하는 바에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 또한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건 우리는 이루어낼 수 있다. 비록 여타의 어두운 시각의 소굴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지 이민자들만을 대변하고자 한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 조금 더 높이 날고자 하는 우리 모두에게도 충분히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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