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티볼리의 고백
앤드루 손 그리어 지음, 윤희기 옮김 / 시공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생각해보면 살아가면서 감사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다.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향유하며 살아간다고 해서가 아니라 그저 오늘 이 시간, 건강하게 웃고 이야기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인 것이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어떤 장애를 안고 태어나거나 어떤 사고로 인해 후천적인 아픔을 겪게 되지 않는다면 살아가는 데 전혀 거리낌 없이 내 건강한 두 팔과 다리로 생의 매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무엇이랴.




책의 표지에 그려진 한 인물에게서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쉽게 발설할 수 없는 어떤 아픔과 상처를 다 가지고 있는 듯 서글퍼 보이는 눈망울, 그래서일까. 보고 또 보게 되더라.  이 책은 조금은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열일곱 살의 막스라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야, 정말이지 딱 열일곱 살의 꿈 많았던 교복 입은 소녀로 슝~하니 떠나고 싶은데 뭐든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그 나이에 막스의 겉모습은 누가보기에도 주름살 가득한 70살의 노인으로 비춰질 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노인의 외모를 갖게 되었지만 사실 그의 정신은 그 또래의 친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이 기구한 운명 앞에서 그가 인내하고 견뎌내야 했을 많은 일들이 그저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다. 모든 이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생의 길고 긴 숭고만큼이나 성숙되고 점차 나이 먹어가듯이 그는 이와 반대로 점차 어려지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니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또 새로운 시각으로 생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삶을 살아나가는 그 여정은 누구나에게 똑같은 것이니까.




그런 막스에게도 순진무구한 사랑의 설레임이 찾아오지만 자신의 외모로 인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운명에 서고 만다. 사랑도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기에는 첫 만남의 시작은 결코 용이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흐른 후, 서로에 대한 마음의 문을 자연스럽게 열게 된다. 다만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앞에 쉽게 그 손을 잡지 못하는 막스. 타인에게 있어서 당연시 되는 일들이 그에게는 왜 그토록 큰 소원이자 절절함으로 다가오는 것인지 그저 안타까웠다. 사랑하는 이와 한 평생 두 손 꼭 맞잡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이 쉽게 허용되지 않았기에 그에겐 모든 게 특별한 희망에 불과했으리라.




그럼에도 자신이 사랑한 여인과 잠시나마 함께 할 수 있었고 서로의 곁을 지키며 짧게나마 사랑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기에 그 자체로 그에겐 행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불행한 삶이란 사실 불행하다는 우리의 사고에서 기인하는 것이리라. 내 앞에 놓인 현실의 벽이 아무리 가파르고 높다하더라도 어차피 누구에게나 똑같이 허용된 삶의 시간, 그 안에서 우리는 나만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작가의 독특한 허구성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하나의 생을 앞에 두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가 특별하며 축복받은 존재들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지만 그 스스로가 이를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치유하고 또 받아들이며 타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오늘의 나 또한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내가 지금 이 순간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 진정한 사랑이 존재한다면, 지금 내 옆에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참 괜찮은 책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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