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잡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받자마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다름 아닌 50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 때문이기도 했고 또한 책의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의미 있게 담아 표현했을 독특한 표지가 한몫했다. 검은색 표지에 덩그러니 서 있는 한 남자와 그 남자가 끌고 가는 유모차. 평범함을 넘어선 그 유모차에는 해골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탄 아가의 모습조차 해골로 표현되어 있으니 어찌 보면 조금 꺼림칙해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 이거 혹시 공포? 스릴러? 이런 의문마저 들더라니! 그래도 지지부진한 그런 내용보다야 뭔가 독특하고 새로운 느낌이 더 좋다.




작가의 이름은 크리스토퍼 무어, 아직 내게 낯설고 생소하지만 그가 그리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게 읽고 넘어갈 것은 아닌 듯하다. 평범한 한 남자인 그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중고품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자 우리 이웃의 원형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이 소소한 행복의 끈은 그에게 늘 언제 끊어질까 염려되고 한발 앞서 걱정하게 되는 하나의 두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런 걱정이 현실로 닥치는 일이 생겨버리고 만다. 다름 아닌 그의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의 딸인 소피를 출산하고 얼마 후 병실에서 숨지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런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그에게 일어날 줄이야. 그는 미리 자신의 삶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일까. 왜 그리도 전전 긍긍했던 것일까.




아내의 죽음, 그 언저리에서 그는 민트색의 양복을 입은 한 흑인 남자를 목격하게 되고 아내의 죽음이 그와 큰 연관성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 날 이후, 예기치 않은 일들을 연이어 경험하게 된다. 자신으로 인해 마치 그 주변에 머물러 있던 타인들이 너무나 당연하게도 희생당하는 것과 같은 일들이 계속된다. 죽음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  줄까. 살아가는 동안 한순간도 죽음은 나와는 영원히 상관없을 일이라고 치부해버리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마지막 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다만 지금 그 순간의 후회와 번민을 최소한 줄이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나가는 것이리라. 




작가의 발상이 참으로 기발하지 않은가. 죽음이라는 소재를 이토록 색다르고 흡입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니, 부정적인 의미로 치부되었던 죽음이라는 그림자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보았던가. 한 사람의 육신이 죽음을 맞게 되면 그 안에 있던 영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찰리는 이런 영혼을 수거하여 조금 더 자유롭게 윤회할 수 있도록 하는 죽음의 사자로 더티 잡에 채용된다. 영혼을 수집, 판매하는 일이라니 조금은 생뚱맞은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느새 삶과 죽음, 그 마지막 순간의 맞닿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이야기 속에서 찰리는 베타 남성의 전형으로 그려지고 있다. 최소한 평범하다고 칭해지는 그 기준선을 밑도는 사람들로 분류된다. 책을 접하기 전에는 알파 남성과 베타 남성에 대한 의미와 차이점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는데 읽고 나니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듯하다. 읽을수록 그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중간 중간 말 그대로 블랙 유머의 전형을 보여준다. 음, 사실 죽음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더군다나 그 이후의 삶, 윤회에 대해서는 더더군다나 인지하는 바가 적지만 작가만의 해석과 접근 방식이 나름 괜찮게 여겨지더라.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은 여지를 남겨두는 책이었던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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