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리처드 용재 오닐 지음, 조정현 엮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클래식 음악은 내 어린 시절이고, 웃음이고, 따뜻함이고, 인생의 모든 선물이다. 클래식 음악은 내게 사랑이다. 사랑에 빠져 본 사람은 내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 그에게 깊이 빠져 들 듯이, 나는 클래식 음악을 만나 점차 그 아름다움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았다. 시간이 흘러 반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처음 느꼈던 반짝임과 새로움 대신 그 눈매에 담긴 미소의 의미와 인생으로 새겨진 깊은 결에 새로이 매혹된다. -p30』




리처드 용재 오닐,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그래 그렇다! 몇 년 전, 공중파 방송의 한 프로인‘인간극장’에서 그의 이야기를 본 기억이 불현듯 나더라. 한국인으로 태어났지만 정작 한국에서의 삶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 그 낯선 타지에서 자신과 꼭 닮아있는 비올라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이야기가 이 책에 펼쳐져 있다.




솔직히 말해서 주로 대중가요나 팝송을 즐겨듣는 내게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서 지루하고 또 어렵게만 느껴지는 음악의 한 장르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이 책에서 그 역시 그렇게 말하고 있다. 다른 여타의 음악들처럼 그 어떤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음악과 맞닿아 있고 즐겨 들으면 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큰 하나의 벽을 느끼고 클래식 음악을 친숙하게 생각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개가 연신 끄덕여지며 소소한 삶과 함께 그가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단순히 클래식 음악 이야기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나도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에게 있어서 가족은 그의 존재 이유이자, 음악을 할 수 있었던 하나의 원동력이라 할만하다. 그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비올리스트로 우뚝 서기까지 그의 곁에는 묵묵히 지원자가 되어주신 가족이 있었던 것이다. 연로하심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운전을 해주시면서 그의 뒷바라지를 해주셨던 조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전해져 온다. 누구에게나 이렇듯 가족의 보이지 않는 사랑에 자신의 큰 꿈을 더 펼칠 수 있는 것이리라. 




원천적인 지원과 후원은 못해줄지언정 그래, 가족의 사랑이 그를 일어서게 했고 음악을 할 수 있게 하나의 동기를 마련해준 것이다. 이로써 그는 비올라라는 악기를 통해 그만의 색깔을 그만의 감성을 담아 모든 사람들이 그의 음악에 심취할 수 있도록 하나의 길을 제시해준 것이리라. 음악도 우리의 삶과 마찬가지로 어떤 교감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잣대로 모든 것을 표현하게 되면 그 외의 모든 사람들은 외면해버리고 마는 게 현실이니까. 음악가로 성장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를 한국인으로써 그가 너무나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뿌듯해짐을 느낀다.




그가 담담히 써내려간 삶에 면면을 통해 클래식 이라는 음악을 전적으로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친숙하게 우리 곁에 다가온 느낌이다. 그가 사랑하는 음악, 그가 들려주고 싶은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누구보다 소중한 그의 성장 동력인 가족의 따스한 울타리...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그의 바람대로 많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음악 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와의 대면, 참 따사로웠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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