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이번에는 과연 어떤 소재로 어떤 맛있는 이야기를 들려줄까하고 사뭇 호기심이 살랑살랑 인다.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작가,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 작가는 바로 에쿠니 가오리다. 그녀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많은 독자층을 구비하고 있다. 허나,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고 한들 개인적으로 내가 선호하지 않는 단편이라니! 책을 펼치고서야 알았다. 하나의 긴 이야기가 아닌 몇 개의 단편집이라는 것을.




이 책에는 이전에 그녀가 써온 단편들인데 하나하나가 그녀만의 감성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각각의 소주제를 내포한 이야기지만 읽는 동안에는 한 템포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어떤 면에서는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되는 반면 또 한편에서는 조금은 일상과 어우러짐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현실에선 전혀 생각해볼 수도 경험해 볼 수도 없는 상상속의 이야기랄까.




각 단편에는 저마다 인물들의 현재 일상과 더불어 여타의 등장인물과의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느끼게 되는 내면적인 감정 선들이 드러나 있다. 읽으면서 그 인물의 삶에 내 시각을 맞추며 왜 그러한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는지, 또 다시 그들은 저마다의 재 위치로 돌아가게 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하나의 일상에 온전히 정신을 쏟고 그로 인해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는 우리의 현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견주어 느끼게 되리라.




또한 각각의 이야기를 읽으며 느끼게 되는 것은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는 어쩌면 당연한 논리일진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건, 조금 나와 다르다 싶으면 그저 헛웃음만이 난다. 우리나라 TV방송 프로그램‘세상의 이런 일이’만 보더라도 세상의 모든 이들의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 그들만의 방식대로 목적대로 살아가는 건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허나 보통의 이들과 다른 생각, 마인드를 가진 채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비주류의 인간들의 면면과 마주할 때면 그저 새롭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 책에도 조금은 특이한 발상과 습관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몇 있더라. 그래서 인생을 즐거운 것일지도.




하나의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역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이다.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게이라는 이들이 많이 등장하곤 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이전 작품에서 또한 만날 수 있듯 이 단편 속에서도 마찬가지다.‘반짝반짝 빛나는’의 후속작이라 말하기에 더욱 궁금했던 이야기. 과연 어떠했느냐는, 개개인의 따라 느껴보면 될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다수보다는 극소수의 특정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만나게 된다.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 현실 도피적인 일상 그리고 이를 가지런히 잘 정리하여 들려주는 그녀만의 감수성, 이를 통해 우리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단편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각각의 다른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내면세계에 빠져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갑게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뭐 딱히 ‘어떻다’라고 단정하고 싶진 않다. 어떤 이야기는 나의 감정과 마주했을 때 고개를 끄덕이게 한 것도 있었고 그러하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기에. 에쿠니 가오리, 그녀를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써 또 다른 장편 이야기로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