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색의 향연

여행, 색에 물들다
강미승 지음, 장성철 감수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여행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진다.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어떤 이는 일상 탈피의 소통구로 현재의 자리에서 떠난다는 개념을 마음 안에 가지고 떠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인생이라는 큰 전환점, 새로운 목표지향을 위한 결심 내지는 확고한 의지로 여행을 하고자 한다. 어찌되었든 여행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부정의 의미보다는 긍정적인 하나의 모색 창구이다. 이런 진리를 알면서도 셀 수없이 많은 시간 동안 하나의 행동 실체로 경험하고 맞서보지 않았기에 늘 아쉬움이 남았었고 이러한 여행 에세이, 즉 타인의 눈과 귀를 통해 잠자고 있던 내면세계를 조심스럽게 일깨우기도 한다.

이 책이 더욱 새롭게 다가왔던 것은 바로 여행이라는 하나의 일과에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무구한 색의 향연을 결합시켜 또 다른 느낌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살아가다보면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에는 고유의 색이 있고 하나의 색과 다른 색이 만나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색을 창조해내기도 한다. 이는 인간에게 하나의 고유한 감정과도 같은 것이다. 낯선 곳을 떠난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자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거늘, 이 책의 저자 또한 부푼 마음 저 너머로 하나의 불안과 두려움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즐거운 순간이든 힘들고 모든 것을 놓아버렸을 순간이든 여행지 곳곳에 닿아있는 다양한 색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자각을 이끌어 내는 듯하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을 저자는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는 하나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1분 1초가 지나고 나면 과거가 되어버리는 현실에서 카메라는 이렇듯 추억을 되새김질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저자 또한 이런 마음으로 자신이 지나온 많은 장소의 면면을 사진에 담아왔고 이를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저 그냥 마구 셔터를 눌러대는 것이 아니라 색색의 사물과 배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 이를 조금 더 아름답고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저자의 시각을 통해 나 또한 느끼게 되는 듯했다.  

그 시간, 그 장소, 그것에 온 정신과 마음을 담아 주었을 때의 저자의 모습이 그려져 책을 읽으며 저자가 써놓은 글자와 사진을 바라보게 되더라. 고스란히 그 날의 생동감 있는 감정이 느껴지는 듯해 일순간 부러워지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우리의 삶 또한 단 하나의 색으로 단정 지을 수 없으며 매일 매순간이 새로운 색을 만들어나가는 과정과 같으리라. 여행이라는 하나의 동적인 행위와 색채의 다양한 향연이라니, 미처 생각지 못했던 바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하게 된 시간이었으리라. 

여행 책을 읽다보면 지금 당장 내 눈앞에 놓인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 두 눈 딱 감고 발길 닿는 대로 떠나고 싶어진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큰 눈높이와 나의 열정과 감정의 동요가 있어야 하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녀가 담아온 장소의 풍경과 사람들, 사물... 모든 인간사의 면면을 바라보며 여행이 주는 참뜻을 헤아려보게 된다. 올해에는 아주 거대한 곳은 아닐지언정 곳곳을 여행하고 그 곳의 모든 것을 내 카메라에 담아오고 싶다. 나의 느낌, 감정, 생각의 나래를 담아서. 어디한번 떠나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