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의 자화상
제프리 아처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최근 불멸의 화가라 일컬어지는 반 고흐와 관련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의 자화상을 소재로 하여 벌어지는 살인과 그 밖의 이야기를 미스터리한 성격을 가미하여 소설로 재탄생시킨 책이다. 우선 반 고흐라는 인물은 누구이며 그가 남긴 작품들은 어떠한 것이 있는가? 또 아직까지 실로 믿기지 않지만 실제 있었던 일인 미국의 9.11테러까지도 다시금 생생하게 상기시키는 이야기의 소재부터가 무척 흥미롭게 여겨진다.




화가 반 고흐의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은 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이들에게도 그다지 낯선 작품이 아닐 것이다. 이야기의 시발점은 이유모를 한 영국 귀부인의 의문의 죽음과 함께 시작된다. 더욱 이상한 일은 그 부인의 잘린 귀 한쪽이 미국 최대금융 총수인 한 회장 앞으로 보내진다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테러로 인해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게 되고 그 곳에서 간신히 탈출한 한 여인 안나는 고흐의 자화상을 지키기 위해 말 그대로 고군분투한다. 쫓고 쫓는 숨 막히는 추격적인 한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다시는 있어서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그 날 그 시간에 일어난 일. 뉴스를 통해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난다.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일이 현실세계에서 우리 앞에 일어났던 것이니, 그 사건을 하나의 소재로 하여 소설로 재탄생시킨 저자의 치밀함도 놀라울 뿐이다. 무고한 생명들의 희생, 그 날의 아픔으로 인해 우리는 누구를 탓해야만 했을까. 누구의 잘못이라 말할 수 있었겠는가. 한순간 사그라져가는 죽음과 그로 인한 재난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듯 쉴 새 없이 빠르고 긴장감 있게 진행되었던 이야기는 고흐의 자화상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 곳곳을 누비는 안나라는 여인과 그녀를 뒤쫓는 FBI와 킬러의 모습들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고조시킨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더 이상의 치밀함은 없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이 세상에는 진실을 왜곡시키려는 자와 진실을 고수하며 살아가려는 자가 함께 공존하는 것 같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비밀스런 암투를 벌이고 타인을 적으로 생각하고 공격하려 하는 걸까. 사실 속에 은폐된 또 하나의 비밀, 그것을 추적하려는 자와 끝끝내 감추려고 하는 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을 하나의 영화로 제작한다면 어떠할까? 문득 이런 생각마저 들게 한다.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일 중 하나인 9.11 테러를 소재로 하여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소설을 탄생시킨 저자의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으리라. 작가의 이름이 생소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그의 다른 작품들에게도 눈길을 돌리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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