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안토리오 솔레르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마음이란 이런 것일까. 권위 있는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다른 책은 제쳐두고 먼저 눈길이 간다. 어째서 무엇이 왜 이토록 이 책에 관심과 의미를 부여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서 나도 모르게 덥석 집어 들고 마는 것이다. 더군다나 스페인 문학이다. 나의 짧은 기억력의 한계선을 들여다봐도 스페인 작가 내지는 그와 연계된 책을 읽어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 막연히 새로웠다. 무엇보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나의 20대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허망하던 이즈음, 청춘들의 이야기라니! 눈길이 갈수밖에.




책을 읽을 때 가장 곤욕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등장인물들의 이름 외우기다. 우리나라나 일본 소설 속의 인물들은 읽다보면 쉽게 인지가 되는데 저 머나먼 낯선 타국의 이름은 정말이지 극의 중 후반에 가서야 조금씩 이해가 가니 읽으면서도 난감하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특징을 콕 집어내듯 설정된 별명들이 등장한다. 별명과 극의 이름을 조합해야 하는 숙제가 나의 몫으로 남아 초반에는 집중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누구에게나 청춘의 시기가 찾아온다. 아니 이미 지나가버렸다 할지라도, 그 시기를 떠올려보라. 꿈과 희망이 넘실넘실 파도처럼 밀려오고 가진 것이 없어도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날의 그 세계.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이미 그 시기는 주마등처럼 지나가버린 채 안타까움의 재가 되어 돌아온다. 이 책은 1970년대 스페인 소도시를 배경으로 10대의 네 남녀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이 가진 꿈과 현실 그 사이에서 겪게 되는 혼란과 갈등의 모습을 담아 보여준다. 읽다보면 이것이 정녕 그들만의 이야기인 것인지 나의 이야기를 빗대어 표현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 책은 미겔리토와 그가 사랑한 롤리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여 그가 사랑만 바라볼 수 없었던 주변 상황과 현실의 모습 그리고 10대에 할 수 있었던 사랑의 무게를 보여주며 그들의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느꼈을 심리도 함께 그리고 있다. 그 자신의 모습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까지 청춘의 눈으로 바라보고 경험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한 때 누구나 지나왔던 그 시기를 다시금 회고해 볼 수 있게 한다. 성인의 눈으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해볼 수 있는 기회는 또 다른 추억여행을 해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반항과 혼란의 삶이 아닌 이제 그들은 자신들의 꿈을 현실 안에서 적절히 풀어 놓으며 살아가는 그야말로 멋진 청춘의 삶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그 날 그 시간에 열심히 살아가는 게 진정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문득 내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된다. 그 누구도 정확한 답을 내려주진 않지만 우리는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관 안에서 적절히 융화되며 살아가고 있는 것임을, 참된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은 이토록 쉽지 않지만 그 길을 걸어가면서 겪게 되는 무수한 일들은 나를 더 성장시키는데 틀림없는 일임을. 우리 스스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 더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청춘이라 말할 수 있는 이 시기를 지난 후 다시금 오늘의 이 시간을 최고하며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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