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글빛(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 그 어딘가에는 보이지 않는‘괄시’와‘차별’의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마음 한편에서는 아직도 믿고 싶지 않은 그러한 사실은 보통의 우리들의 인식 그 자체가 아직도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너일 수 없고 네가 나일 수 없듯이 서로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기에 아직도 뼈아픈 상처와 아픔이 누군가의 가슴 안에는 잔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지난 날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시 되었던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현 시점에 있어서 그 시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할렘 르네상스 문학?! 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문득 궁금했는데 미국 뉴욕의 할렘 지역에는 과거 흑인들이 주축이 된 문화예술이 많이 번성했었다고 한다. 오로지 그들만의 자부심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자신의 뿌리를 숨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태생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강한 욕망의 표현이 아닐까. 이 세상에 태어남에 있어서 그 누구도 선택권은 없다.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기 마련이듯이. 이전에도 전혀 들은 바 없는‘패싱’이라는 말의 뜻은 흑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백인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두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헤아려보니 양쪽 어느 한 방향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살아가야 했을 그들의 힘겨움이 느껴져 안타까운 마음이 이내 들더라.




자아 정체성을 제 때에 확립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일부분은 백인과 흡사하고 일부분은 흑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나는 흑인도 아니요 백인도 아닌 제 3의 인종 바로 혼혈인 것이다. 이러한 양 경계선상에 서 있는 이들의 입장을 작가는 두 여성의 삶의 모습을 통해 면밀히 보여주고 있다. 닮은 듯 다른 두 친구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들 자신의 모습 뿐 아니라 가족의 울타리 내에서 느끼는 복잡한 심리들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자신에게 있어 흑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백인 남자와 결혼해 살아온 클레어가 뒤늦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난 후 느끼게 되는 갈등과 혼란의 모습들과 언제 어디서나 가족과의 안정된 생활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아이린이라는 두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종으로 인해 겪는 두 여성의 심리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어느 한 사람이 진정 참된 삶의 모습이라고 우리는 쉽게 결론지을 수 없다. 그들이 느꼈을 고뇌와 갈등의 순간을 피부로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 시대 그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모순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 그 어디에도 가시에 밟히듯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나이, 성별, 국가를 초월해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한다. 이 시대에 서로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하는 노력이 필요하듯이. 나 자신의 자아 정체성과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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