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상처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에게 뭔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은 아무런 죄도 없는데 말이지.....(중략) .... 돌이킬 수 없는 상처란 없어. 아무리 아픈 상처라도 곧 긍정적인 힘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단다. 물론 쉽게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겠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야. 간혹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고통은 결코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거든. 고통은 우리 내부에 웅크린 채 남아있지만 우리는 원래의 삶으로 되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꿋꿋하게 우리의 길을 갈 수 있어. 물론 이해하기 쉽지 않겠지만 넌 똑똑한 아이니까 잘 알아들을 수 있을 거야. _p91~92』




우리가 살아가는 생의 길목마다 본의 아니게 타인으로 하여금 내가, 혹은 나로 하여금 제 2, 3자의 누군가가 상처를 주고받을 수도 있는 입장에 있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그저 아무렇지 않은 듯 겉포장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 뿐, 나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상처를 그저 덮고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게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도 마음의 응어리로 남아 자신을 괴롭힐지도 모르는데 이를 알면서도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것은 왜일까.




프랑스 작가인 기욤 뮈소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이전 작품들의 평이 좋아 내심 궁금했던 차였는데 이번 신작을 통해 그가 이토록 많은 독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끌며 급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를 어느 정도는 간파할 수 있겠더라. 우리 인간들의 내면에 자리한 아픔과 슬픔, 삶의 자리마다 우리가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가족, 친구와의 관계를 너무나 섬세하고 따뜻하게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생(生)에서 가장 격한 슬픔이 찾아올 때는 다름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일 것이다. 그 순간의 상실감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고 생의 경계선상에서 우리 자신을 가장 고립되게 만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어떤 모자람도 없을 것 같지만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있다. 어린 딸을 잃어버린 후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마크, 자신의 차에 치여 죽은 아이로 인해 한순간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가야만 하는 억만장자의 상속녀 앨리슨, 엄마의 마지막 진심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큰 의지 처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소녀 에비, 마크와 둘도 없는 친구로 가장 많은 것을 소유한 듯 보이지만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커너. 더욱 놀라운 점은 타인에게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자기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관계가 묘하게도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치부를 쉽게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게 우리 각자의 진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의 허물을 조금씩 낯선 타인에게 늘어놓으며 마음의 위안과 치유의 계기를 마련해간다. 이는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내가 받은 아픔에 대한 대가를 누군가가 치러주기를 바라지만 사실 우리는 타인을 용서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그 아픔을 치유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깨달음을 얻게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기욤 뮈소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서술 방식을 내세워 조금은 색다르게 이야기를 접근해갔고 인간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저마다의 상처를 나라면 어떻게 하면 감싸 안을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그 답을 독자들 스스로 찾도록 유도하려는 듯 보인다. 상처를 딛고 일어설 때에야 우리는 온전히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있고 내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쉽지는 않을 테지만 그 또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풀어야 할 몫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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