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지음, 김인순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그 남자는 불행하다?! 심상치 않은 책 제목이 눈길을 끈다. 하나뿐인 우리의 생애를 두고 행복하다 혹은 불행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그 근거 기준은 무엇일까. 이마저도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전혀 상반된 입장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기에 뭐라 판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저 누군가의 삶이 불행하다고 결론지어졌다는 사실이 참으로 씁쓸하지 않은가. 복지국가 핀란드에도 계층의 차이는 존재하며, 우리네와 다를 바 없는 삶이 그들에게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 책을 통해서 많은 부분 공감하게 될 것이다.




평범한 가정의 가장인 '마티'는 사소한 부부싸움 중 행하지 말아야 할 일을 실수로 저지르고 만다. 그 결과는 너무나 가혹한 상황을 낳게 되는데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인 사랑하는 딸과 아내가 집을 나가 버린 것이다. 미처 준비되지 못한 상황은 늘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법, '마티'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앞에서 그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한순간 그에게는 집을 구해야 한다는 목표가 생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삶을 방향을 바꾸게 된다. 과연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으로써 이에 대한 확신은 들지 않았지만 분명한 건 그에게 가족을 되찾아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 내지는 바람이 있었을 것이고, 가족이 함께 할 집을 구하는 것이 지상 최대의 해결점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세계 어디에서나 삶의 최대 과제가 내 집 마련하는 것이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집이 주는 평온함은 두말할 나위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위해 온 평생을 다 바쳐 자신을 최대한 낮춰 살아가야 하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의 삶에 애잔한 마음마저 든다.




이야기의 중심은 핀란드의 평범한 가장인 '마티'가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서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점들은 너무나도 사실적이어서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세계 어느 나라나 계층이 존재하고 그들이 살아갈 사회는 그다지 넉넉하지도 여유롭지도 못하다는 점, 점점 이기와 향락이 만연하고 정말 삶의 주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험난한 여정이 뿌리 깊게 만연되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기 위한 모습들은 우습기도 하고 면면을 살펴보면 처량하기도 하지만 가족을 위해 뭔가를 하려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자니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지기도 한다. 이리 저리 아무리 둘러봐도 답이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조금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해결의 실마리는 있기 마련임을, 맞닥뜨린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더 소요될지라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삶이란 그저 주어지는 게 아니니까. 그 값어치를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이다.




행복의 근원을 우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비록 남보다 가진 게 없더라도 내 두 손안에 담긴 그릇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조금 덜 먹더라도 모자란 이에게 나의 것까지 나누어 줄 수 있는 것. 이런 과정 안에서 우리는 참 행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우리를 힘겹게 할지라도 우리는 오늘도 일어서야 한다. 나를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에. 이 삶은 행복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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